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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세명
작성일 2009-02-28 (토) 21:11
ㆍ추천: 0  ㆍ조회: 2236      
보릿고개
보릿고개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김세명



내가 어린시절에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겨울을 나면서 양식이 떨어지고 보리가 나올 때까지 어려웠던 시절이 보릿고개였다. 풀떼죽이라 하여 보리싹에 밀가루를 뿌려 죽을 쑤어 한 끼를 때우고 주린 배를 허리띠로 졸라매며 눈물로 보냈다. 눈깔사탕을 먹는 것만 보아도 침을 흐렸으며 껌 한 조각을 숨겨놓고 며칠을 반복하며 씹었다.


타이어표 까만 통고무신을 꿔매고 꿰매서 신었고, 새카만 꽁보리밥에 고구마를 으깨어 먹었다. 소풍갈 때 도시락에 게란 반찬을 넣어주면 기뻐했고, 혹시나 새옷 하나 사줄까봐 추석이나 설날을 몇 달 전부터 기다렸던 그 시절에는 명절이 기다려졌었다.


빈병을 모아 아이스케끼를 사먹으면 꿀맛 같았고, 식사때는 할아버지가 쌀밥을 조금이라도 남겨주기만을 기다렸었다. 아침이면 공동화장실 앞에서 순서대로 줄을 서서 기다렸던 모습이 선하고, 아주 작은 흑백 텔레비전 한 대로 이웃과 함께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던 시절이었다.


저녁밥만 먹으면 텔레비젼이 있는 집으로 몰려가 드라마가 끝났는 데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앉아 있곤 했었다. 그나마 텔레비젼 없는 시골에서는 마을 공동으로 집집마다 스피커를 달아놓고 라디오를 들었다.


아침이면 두부장수 아저씨의 딸랑거리는 방울소리, 밤이면 찹쌀떡 장수의 "찹쌀떡 사려~!" 그 외침 소리도 이젠 들을 수 없는 추억의 소리다. 그리 멀지 않은 세월 같은데 50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춘궁기에는 가끔식 굶주려 죽은 사람들이 마을마다 있었고 불쌍하지만 운명으로 체념하고 살았다. 그런 건 뉴스거리도 아니었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들을 공부시키려고 노력하시던 부모님이 존경스러웠다. 자정이면 통금 싸이렌이 어김없이 울리고 새벽 4시면 통금 해제 싸이렌에 맞추어 일터로 나가는 식구들을 먹이려고 어머니는 새벽밥을 지으셨다.


요즘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 보릿고개를 떠올리며 호강스러운 말이라고 혼자 넋두리를 한다. 춘궁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옛날에 비하면 요즘 고생은 고생도 아니다. 먹을 것이 넘치고 생활용품이 남아도는데도 소비가 안 되어 죽겠다고 하니 얼마나 사치스러운 말인가?


춘궁기를 겪었던 경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보자고 다짐해 보건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시대가 바뀌니 춘궁기라는 말도 사라졌다. 모든 게 남아돌아도 사람들은 어려움을 느끼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가난해서 굶주리고 추위에 얼어 죽은 사람이 생겼는데 요즘은 아파트와 자동차 등 모든 게 남아돌아도 3월위기설이 떠돌고 있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0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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