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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공순혜
작성일 2009-02-25 (수) 17:23
ㆍ추천: 0  ㆍ조회: 2274      
병아리와 감자 순
 병아리와 감자 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공순혜


봄은 우리 집 거실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군자란에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다. 감자 줄기에서도 새순이 뾰족뾰족 나오고 있다. 2월이 되면 나는 군자란 꽃봉오리가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꽃봉오리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 생명의 환희, 감격! 나는 해마다 군자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 때면 더할 수 없는 감탄과 감동을 받는다.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떨림이다. 시작이고 희망이다. 그리고 무한대이다. 창조(創造)에는 동물이나 식물에 구분이 없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병원 문을 나서는 모습은 거룩하다. 얼마나 성스럽고 따뜻하고 풋풋한가. 강아지를 보라. 올망졸망 모여 서로 어미젖을 먹겠다고 달라붙어있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가.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꽃대는 자연의 신비다.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빛이 비칠라치면 꽃과 향을 피워내려고 꽃대를 올려 보낸다. 올해 우리 집 군자란은 분(盆 )마다 꽃대를 두 대씩 올려 보내고 있어서 더욱더 마음이 설렌다.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서다.

저번 명절에 왔던 며느리가 먹다가 남겨둔 감자에서 싹이 난 것을 잘라 유리그릇에 물을 붓고 잘라 놓았다. 그것이 어느 날 줄기가 올라오더니 그 줄기에서 싹이 나고 잎이 피려고 했다. 거실 분위기가 한층 푸르게 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줄기에 싹이 나는 모습이 꼭 병아리 주둥이 같이 뾰족뾰족했다. 날마다 싹이 나오는 것을 보면 병아리가 상상된다.
아들은 초등학교 다닐 때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노란 병아리를 몇 마리씩 사들고 왔다. 좁은 방인데도 상자에 담아놓고 모이를 주고, 물을 주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항생제도 먹여봤지만 며칠을 버티지 못했다. 그러면 또 묻어준다고 수선을 떨었다. 사온 병아리는 잘 키워보고 싶은 주인의 안타까운 심정도 아랑곳없이 며칠이면 꼭 죽었다. 그 이듬해가 되면 또 어김없이 사왔다. 몇 년을 반복하더니 철이 들면서 장사치들의 얕은 속셈을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바빴는지, 사들고 오지 않았다. 무엇이든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고 애착이 간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지 제 남편이 봄이면 병아리를 사들고 온지 어떻게 알았는지 며느리는 감자 순을 잘라 우리 집에 봄을 만들었다. 감자 순 하나에서도 생명의 잉태는 더 없는 기쁨을 주었고 잎을 먹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하물며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신비와 존엄성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누가 무슨 권리로 그 생명을 뺏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요즘 TV를 볼라치면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다. 몇 사람의 생명을 뺏고도 그 뻔뻔함이란 아예 선과 악(善과 惡)이란 개념조차 상실한지 오래인 것 같아 안타깝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맹자(孟子)는 고자(告子 上-12 , 14)에서 무명지가 굽어서 펴지지 않는 이가 있다면 아파서 일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그것을 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秦)나라나 초(楚)나라 길이라도 멀다 아니하고 찾아가라 했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해서는 다 사랑한다. 어느 것이나 다 똑같이 사랑하면 기르는 것도 한 자 한 치(無尺寸)의 살이라도 사랑하라 했다.

모든 악(惡)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데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일을 하는데서 생기니 사람은 마땅히 이 같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무위기소불위 무욕기소불욕 여차이이의 진심상(無爲基所不爲 無欲基所不欲 如此而已矣 盡心上-17)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구(求)하고자 하는 데서도 악(惡)은 시작된다. 구하는데도 방법이 있고 얻는데도 천명이 있으며 구하는 일은 얻는데 무익하니 나의 밖에 있는 것을 구하기 때문이라 했다.(진심상(盡心上-3))
각자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은 바라지 말며 가지려하거나 구하지 않으면 두려움과 공포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부디 올봄에는 병아리와 감자 순 같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만 있었으면 좋겠다.
                                                  (2009 . 2 . 20.)


*부창부수(夫唱婦隨) :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르는 것이 가정에 있어서의 부부                       사이의 도리(domestic harmony)
*아연(啞然) : 놀라 입을 벌린 모양
*실색(失色) : 놀라서 얼굴빛이 변함(losing one's 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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