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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구미영
작성일 2009-02-23 (월) 14:12
ㆍ추천: 0  ㆍ조회: 2086      
아들이 뭐길래
아들이 뭐길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구미영


텔레비전에서 '아들이 뭐길래'란 주제로한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접했다. 딸만 내리 둘을 낳고 아들을 낳고자 또 임신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 그녀의 나라에는 없는 한국의 왜곡된 사상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넉넉한 형편이 아니면서도 아들을 꼭 낳아야한다는 시어머님의 요구를 그녀가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을까? 제왕절개를 하려고 수술대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가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니 마치 내가 그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수술이 끝나고 아들 쌍둥이가 태어났을 땐 그녀는 그동안의 고통을 잠시 잊었을 거다. 하지만 마취가 깨고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있던 시어머님을 외면하고 그녀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아들을 낳은 기쁨보다는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서일까?

나도 그녀처럼 딸만 둘을 두고 있는 막내며느리다. 우리 시부모님 또한 그녀의 시어머님처럼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그것은 우리 친정아버지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나까지 내리 딸 셋을 낳았을 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어려운 형편에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것을 엄마 또한 상상조차 못했겠지. 내가 태어나고 2년뒤 남동생이 태어났을 땐 엄마는 아들을 낳았다는 기쁨보다는 이젠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더 앞서지 않았을까? 시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몇년 고민하다가 나는 그분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드렸다.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받기만 한 그동안의 세월을 셋째를 임신하면서 보상해드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들이 태어나야 아버님의 근심이 덜할 거란 건 알고 있다. 시집와서 내리 딸만 낳는 며느리보다는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아들을 낳은 며느리가 더 예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니까.

지난 설날, 아버님께서는 덕담으로 내게 장한 일을 했다며 웃으셨다. 하지만 마지막엔 대는 이어야한다는 말씀을 강조하셨다. 출산 기피현상이 심각한 요즘에 나처럼 아이를 셋이나 낳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난 친구들이나 친지들 사이에 또 한 번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어떻게 키울래?"보다는 "또 딸이면 어떻게 하니?"란 반응이 거의 대부분이다. 난 키울 일이 걱정이지 성별은 그리 관심 없는데 말이다.

남동생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나는 계륵 같은 존재로 살아 왔지만 그래도 여한은 없다. 내 남동생, 잘 나가는 큰언니 때문에 존재감이 약간 시들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에겐 든든한 아들일 것이다.

내 남편은 나이 차이가 많은 형들과 누나들 사이에서도 바르게 자라 시부모님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이다. 나도 그런 아들이 갖고 싶긴 하다. 남들은 다 있는 아들인데 나는 가지면 안되나? 하지만 뱃속 나의 아가는 "엄마, 나 또 딸인 거 같아. 그래도 사랑해 줄거지?" 하며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더운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며 난 또 한 번 생명의 탄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가 딸이든 아들이든 이젠 상관없다.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내겐 기쁨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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