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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조규열
작성일 2009-02-22 (일) 21:28
ㆍ추천: 0  ㆍ조회: 2288      
기린봉을 바라보며
기린봉을 바라보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조규열



 기린봉은 내가 20년 넘게 수시로 오르며 건강을 다져온 산이다. 높이가 271m인 산봉우리이다.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나는 이곳을 오르내리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얻고 육체적으로 강한 의지와 힘을 길러왔다. 그래서 나는 기린봉에게 전주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건강원이자 자연치유병원이라고 이름 붙였다.

동전주지역이 지금은 아중지구로 개발되어 많은 아파트와 다세대주택들이 들어섰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야산과 계단식 논, 비탈진 밭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기린봉의 동북쪽 아래 아중저수지와 아중역이 자리 잡고 있을 뿐 한적한 시골이었다. 다만 야트막한 산 속에 ㄱ여자중학교와 더 멀리 ㅈ여자고등학교가 있었는데,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그 학교에 배정되면 신경전을 벌이곤 했었다. 아중 저수지 부근 구불구불한 신작로를 따라 가면 오래된 시골마을이 있다. 그곳은 낚시꾼들의 휴게실이 되고 시내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찾아들던 종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다 많은 음식점과 모텔까지 빽빽이 들어서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니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내가 사는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산과 묘지를 볼 수 있었고, 농사일로 드나드는 사람들과 나물을 캐는 아낙들이 눈에 띄었다. 이리구불 저리구불 논둑길과 비탈진 언덕을 지나 30분은 걸어야 기린봉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시간의 여유에 따라 목적지를 정하고 한두 시간을 작정하고 소나무와 굴참나무, 오리목이나 산 벚꽃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맑은 하늘과 짙푸른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계절 따라 산 속의 분위기를 다르게 하여 산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새들의 경쾌한 노랫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여름엔 자지러지는 듯한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한낮의 적막을 깨기도 했다. 봄에는 진한 개나리와 진달래의 향기가 무딘 감각을 일깨워주고, 산 아래로 보이는 시가지와 아파트 단지가 생존경쟁이 심한 삶의 장소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과 질곡을 말해 주는 듯했다. 기린봉 주변에는 체련공원과 수영장이 있고, 약수터와 견훤의 궁터가 있으며, 군경묘지와 천주교 성지가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어떤 날엔 숲속에서 청아한 음색으로 읊어대는 소리꾼의 판소리가락이 산의 적막을 깨고 우리 소리를 좋아하는 나를 끌어들이곤 했다.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나 할까. 때로는 반야심경을 암송하면서 자비로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명상에 잠기기도 했다. 이런 날은 기린봉 아래 선린사 쪽으로 오르며 스님의 독경소리나 불경을 암송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한 향내를 맡기도 했다.

나는 기린봉을 오르며 내 삶과 주변의 인연들에 대하여 음미해 보기도 한다. 내 가족들과의 아쉬움이나,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거나 폐를 끼친 일은 없었는지 뒤돌아보게도 된다. 나 자신을 위한 일과 남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가 희망적이고 우리 가정과 내 직장에 별 문제가 없음은 큰 기쁨이자 행복이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산은 이렇게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거려주고 새로운 힘을 치솟게 하기도 한다. 나 자신과 내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을 찾게 해 주는 원동력이고 우리 모두의 희망이자 꿈의 원천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오늘도 산은 말없이 오직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지만 나로 하여금 건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린봉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바라만 볼 뿐 오르지를 못한다. 집을 곁에 두고도 밤마다 병원에서 외박을 두 달 넘게 하는 환자신세이니 말이다. 요즘은 날씨가 포근하니 많은 사람들이 기린봉을 오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한없이 부러움을 느낀다. 나와 함께 지나쳤던 허리 굽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아침마다 변함없이 비슷한 시각에 운동복차림으로 가볍게 오르던 이웃동네 아주머니의 잰 걸음도 보인다. 요즘은 봄방학이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부가 가벼운 소풍가방을 메고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걷는 모습을 보면 샘이 날 정도로 부럽다. 기린봉은 이런 사람들의 기대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다 들어줄 것이다. 건강을 보장해 줄 터이고 가족들의 끈끈한 정을 이어줄 것이며,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뒤를 돌아보며 느긋하게 사는 법도 일깨워 줄 것이다. 어려운 생활과 힘든 나날을 원망하며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욕심 부리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조금씩 나누며 사는 지혜도 일깨워줄 것이다.

나는 사고로 다리를 다쳐 직접 올라가지는 못하지만 오랫동안 오르며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보아 왔던 대로 기린봉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실 요즘의 나에게 꼭 필요한 곳이 기린봉인데 지금은 그림의 떡이 되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고통을 안겨준 두 달 전의 사고가 원망스럽다. 오솔길을 따라 오르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에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소리를 들으며 비온 뒤의 메마른 나무나 풀들의 속삭임을 듣고 싶다. 병원 유리창을 통하여 바라보는 기린봉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준비와 강한 의지가 자연의 풍성함을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아름다움과 고상한 품격을 안겨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이런 겸손과 의지를 배워야 어지럽고 험한 사회에서 질서를 찾고 사람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함을 알면서도 잊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조심할 걸, 나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고 공동체가 함께 조심하고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하는 건데 하는 뉘우침으로 몸이 더 무겁고 괴롭다.

입춘이 지났고 우수가 내일이며 동면하던 개구리들도 잠을 깨어 나온다는 경칩도 며칠 남지 않았다. 새 봄과 함께 내 멈춰진 활동과 묶여진 다리를 풀고 자연의 품에 안겨 희망찬 발걸음으로 미루고 붙잡아둔 활동을 재개할 때, 더 날렵하고 활기차게 큰 과업과 목표를 향해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내 욕심보다는 서로의 마음과 의지를 헤아리며 다 함께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돌아오는 새봄과 더불어 활기차게 살아가리라.
                            (200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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