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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경희
ㆍ작성일	2009-01-13 (화)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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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님 교수님께
김용님 교수님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孩苑 김경희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번 '유치원 교사 상담 및 생활지도 연수과정'을 이수하면서 교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일 앞줄에 앉았지요. 번호는 3번이었으니 교수님의 위치에서 보면 오른쪽에서 세 번째군요. 키가 크고, 얼굴이 동양적이라기보다는 서양인에 가까운 얼굴이라면 기억에 도움이 될까요? 저런~, 저를 알아달라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닌데 저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장황했네요.

이번 연수를 통해 처음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지만 인상 깊은 강의를 듣고 보니 여운이 남아 다시 교수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아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 속에서 한 때 교수님께서 웅변학원을 경영했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했습니다. 어찌나 연기력이 뛰어나든지 저 자신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강의실은 제 웃는 소리를 감당하지 못했을 겁니다. 남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그저 교수님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줄로 오해하겠네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랍니다. 물론 그 기술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교수님께서 유아교육에 헌신했던 모습들이 가슴에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이 교육에 쏟은 열정과 말씀들이 그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창의성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일본의 교육기관을 다녀오면서 느꼈던 갈등과 그러면서도 생태교육을 적용하고자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노력의 과정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그 원리를 터득하게 되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떠올랐다는 이야기. 그 모습을 보며 신은 갈구하는 자에게 행운의 선물을 주는 법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또 IMF시대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시설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보다는 교육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연금술사」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그와 마찬가지로 교수님의 집요한 집념과 열정이 그 꿈을 이루어지게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장을 잘 알고 있는 당신께서는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꼬리(경력, 나이)를 자르고 하루 빨리 아이로 돌아가라."

개미왕국을 확인하려고 아이가 집단에서 이탈했을 때 원장님(교수님)께서 아이를 꾸중하였다면 아이의 호기심은 그것으로 끝났을 겁니다. 또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담임선생님은 얼마나 난감하였겠습니까?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동조해준 당신이 있었기에 아이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신의 말씀은 경력 있는 교사가 과실을 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을 짚어준 것이었습니다.

교수님, 제가 단설유치원에 부임한지 벌써 4년이 되었답니다. 단설유치원엔 나이든 기사와 방호원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지요. 여직원으로 구성되다보니 사람들은 농담 삼아 단설유치원을 수녀원이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4년 째 수녀원(?)에 살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점점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처음엔 그토록 멋을 부리던 제가 편리한 복장만 추구하게 되었답니다. 주로 치마보다는 바지를 선호하게 되었지요. 변명을 하자면 겨울철 난방이 심야전기가 아닌, 기름보일러이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연료비를 감당하기 벅차다보니 따뜻하게 지내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시설비가 아깝다지만 그것만큼은 국가에서 조정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감히 겨울철에는 치마 입을 엄두를 못 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라지요? 평소엔 어쩔 수 없을 지라도 특별한 날엔 확실한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백화점에서 투피스를 구입했답니다.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에 사인을 하자 남편의 핸드폰에 제 옷값이 올라갔나 봅니다. 정장 값이 그 정도면 괜찮은 것인데. 또 아이들 때문에 돈을 벌었으니 아이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투자는 당연하다는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카드 값을 보자 남편이 좀 놀랐나 봐요. 갑작스레 평소와 다른 금액이 떴으니까요. 그럴 땐 긴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저는 제 안목을 믿습니다.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저는 남편 앞에서 그 옷을 입고 패션쇼를 했지요. 그러자 남편의 얼굴이 웃음으로 변했답니다.

"스튜어디스 같아!"

네 맞습니다. 저는 요즈음 유행하는 너절한 장식보다는 깔끔한 패션을 추구했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분 좋은 패션이었어요. 저는 그 옷을 입고 당당히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할 겁니다.

교수님께서는 또 물건에 빗대어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아이를 명품으로 만들 것이냐, 모조품으로 만들 것이냐는 교사에게 달려있다."

교수님, 어느 것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말씀이었습니다.

교수님! 진솔한 마음으로 열강을 해주시어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일어나, 다시 걸어!"

교수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1월 12일

봉동유치원 김경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