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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장영
작성일 2008-10-24 (금) 04:36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736      
개량종 세상
개량종 세상
전주 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 반  정 장 영



재래종과 개량종, 그 가운데 어느 것을 좋아 하십니까? 질문에 선뜻 대답을 못할 것이다. 과학의 발달은 품종개량으로 이어져 농업이나 축산업에 이르기까지 재래종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새롭고 우수한 개량종들이 범람하고 재래종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 세상이다. 지구상의 생태계도 급변하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서로의 생존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품종개량사업이 발전한 선진국들은 지적재산권 때문에 앉아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고, 개량사업이 뒤진 우리나라는 장미꽃부문 로이얼티(Royalty)만 해도 연간 76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심각한 농촌경제문제이기도 하다. 아직도 재래종을 그리워 찾으니 그 희귀가치로 부르는 것이 값이 된 것도 더러 있지만, 모든 품종들은 계속 개량되고 진화 발전해 간다.

인간사회를 살펴보자. 옛날 같으면 튀기[混血兒]라 조롱꺼리였지만 이제 세계화 바람을 타고 우리가 단일민족이란 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농촌총각 결혼문제 때문에 촉발된 국제결혼이 다민족다문화사회로 급변했다. 인류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우리민족이 더욱 우수해질 전망이다. 우리 속담에 “처가와 측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일거양득으로 더욱 수준 높은 수재들이 출현해주길 기대한다. 또 한국을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정체성과 국민융화책을 도모하고 교육에도 정책적 배려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만일 동식물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사회에서도 인위적인 재래종[고참]과 개량종[신참]간의 갈등이 있었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었다. 나는 학교생활에서 재래종 축에 들지 못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시절 1학년 때 일본으로 전학을 가게 되어 재래종과 어울리기 힘들었고, 중학교역시 제2차 세계대전과 조국광복으로 전학을 해야만 했으며, 사범학교 역시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전학 아닌 전학을 하여 역시 재래종 축에 들지 못했다.

과거는 급변하는 시국과 사회변천으로 초‧ 중‧고등학교 구분할 것 없이 전출입이 잦아 전입생과 재학생 간의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링(Ring)의 원리를 깨닫지 못하고, 사귀면 친구가 된다. 그런데 요사이는 옛날과 달리 안정된 사회라 가상적인 재래종과 개량종 간의 갈등보다 ‘왕따’가 학교생활의 장애가 된다고 한다. 학창시절 전학이 잦으면 선천적으로 사교성이 있어도 적응이 힘들다. 적응을 잘하는 이를 제외하고는 은연중 기가 없어지고 성격도 위축되어 고독을 겪게 된다. 나 역시 타고난 인연으로 부정적인 교육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역시 사회에는 아직 은연중 텃세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같은 값이면 내 고장 사람, 오래 사귄 사람, 잘 알고 친한 사람! 그래서 객지 생활이 어려운 것인가? 오래 살면 고향인데 말이다. 하긴 유치장과 감옥에서도 텃세가 있다지 않던가?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던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도시나 객지로 떠나간다. 정착될 때까지 고생이 많지만 같은 처지에 서로 이해하니 텃세라는 것이 없어 좋은 모양이다. 따지고 보면 다 같은 개량종 신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개량종이 또 재래종이 되니까!
나 역시 생의 절반을 살아 정든 순창 땅을 떠나 전주에 온 지 어언 30여년! 이제 재래종 축에 든 지 이미 오래다. 이승을 떠나면 역시 저승 재래종 축에 들지 못하니 잠시 또 고독이 뒤따르겠지! 시간이 흘러야 재래종이 되는 순환의 원리인 걸 어쩌겠는가? 복잡한 인생사 서로 이해하고 갈등 없이 마음 편하게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교훈 삼아 살아 갈 일이려니 싶다.
                               (2008. 10.15.)
 
※ 로이얼티(Royalty): 2006년 기준,  출처: 한국경제신문 . 인터넷 검색
장미 76억 3천만 원. 국화 10억 4천만 원. 카네이션 5억 5천만 원. 거베라 3억 8천만 원. 난 27억 원. 포인세티아 7천만 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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