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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8-10-23 (목) 04:12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3231      
화장실 이야기(3)
화장실 이야기(3)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한 달에 한 번 이발관에 간다.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m정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발관 다니기가 편하다. 전에는 목욕탕 안의 이발관에서 머리를 자르기만 했다. 가격은 똑같이 1만원인데 여자 면도사가 면도까지 해 주니 좋아서 단골로 다닌 지가 어느새 10년쯤 된다.
이발관에는 40대 이발사와 30대 면도 겸 안마사 여성 두 명이 있다. 12평 내부에는 의자 두 개가 팔을 벌리고 있고, 면도 침대 네 개는 누워서 손님을 기다린다. 20년도 넘게 사용했지 싶은 에어컨이 벽에 박혀있다. 겨울에는 벽걸이 전기난로와 연탄난로를 사용한다. TV는 항상 켜져 있다. 이발사와 면도사는 일을 하면서 늙은 TV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듯 힐끗힐끗 텔레비전을 쳐다본다. 이발하는 사람은 쳐다볼 수 없는 위치다. 반대편에 거울을 하나 걸면 볼 수 있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여 이발하는 사람도 볼 수 있게 되었다.

10년 가까이 단골이지만 매번 머리를 어떻게 자르라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한 번 잘라버리면 붙일 수가 없으니 말을 하지 않고 후회하느니보다 낫다. 다 아는데 늘 잔소리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말을 해야 안심이 된다. 면도는 아프지 않게 한 번만 하라고 이른다. 피부가 약해서 살을 잡아당겨 면도칼로 파는 것은 싫다.
면도를 할 때는 누워서 눈을 지그시 감는다. 어쩌다 눈을 슬그머니 떠본다. 껌을 딱딱 씹고 립스틱 짙게 바른 입술이 내 입과 불과 15cm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면도날이 잽싸게 움직인다. 얼른 눈을 감아버린다. 쓸데없는 생각은 온데간데없다.
옆 의자에는 면도를 끝낸 사람의 허벅지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면도사가 걸터앉아 팔다리를 주무른다. 나는 안마를 하지 않는다. 시원하기는 하겠지만 몸에 살이 없어 뼈만 만질 것 같아서다. 안마비가 5천 원이니 이발할 때마다 그 돈을 번다. 1년이면 6만원을 힘들이지 않고 번 셈이다.

아내는 이발을 안 한 것처럼 하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에게 이발이 제대로 되었느냐고 묻고 불합격이면 바로 가서 A/S를 받는다. 국악원 친구는 날쌔게 알아보고 지붕개량 했느냐고 묻는다. 5·16군사혁명 뒤 슬레이트로 지붕개량을 하고 잘 살게 되었으니 듣기 좋은 말이다.
이 세상에 여자나 남자만 있으면 멋을 내지 않을 거다. 아내와 가족, 좋아하는 친구가 염색을 하라고 안 해서 다행이다. 지붕개량비를 절약하라고 하지 않으니 분명 천생연분이다.

퇴폐이발관이란 곳이 있어 경찰이 단속을 한다. 24년 전 군산경찰서에 근무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겠기에 신분을 감추고 한 번 가 보았다. 면도침대와 침대 사이에 커튼을 쳐서 옆자리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젊고 예쁜 여자가 열심히 내 몸을 주물렀다. 짜릿한 반응이 왔다. 내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으니 느닷없이 내 몸 위로 사정없이 엎드렸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니 다 끝났다고 일어나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 이발관은 퇴폐이발이고 그 때문에 단속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다. 아직 길러도 되는 때가 아닌데 길렀다가 교장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빡빡 깎았던 일이 생각난다. 어찌 그땐 그렇게 머리가 기르고 싶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름을 착 바른 리젠트 머리를 하고 전남 곡성 어느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창 여선생을 찾아갔던 일이 떠오른다.
 향이 좋은 머릿기름을 이발관에 맡겨두고 파리가 앉으면 낙상할 정도로 반짝반짝하게 바르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이발사가 처음에는 염색을 하든지 아니면 물기름이라도 살짝 바르면 좋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권하지도 않는다. 염색해서 억지로 젊어지는 것보다는 백발인 이대로가 자연스러워서 좋다.

사람들은 자기 특징을 살리려고 머리로 연출을 한다.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가들은 머리를 기르기도 하고, 운동선수들은 스포츠형이라고 하여 짧게 깎기도 한다. 동물 중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니 자랑스럽다. 이목구비를 뜯어 고치고 손톱 발톱조차 멋을 내는 세상에 신체의 제일 위에 금관처럼 있고 손쉽게 할 수 있으니 당연하다.
흔히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농성이나 단식투쟁을 할 때 삭발을 한다. 불교에서는 머리털을 무명초(無明草)라고 하여 세속적 욕망의 상징으로 본다. 그래서 삭발은 세속에서 벗어나 구도의 대열에 들어선 출가자의 정신적 상징이고, 청정수행의 의지의 표현이다.
이제 나도 삭발을 하고 판소리를 배우며 수필을 써볼까?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이발관 사장 계좌번호에 240만 원을 선불로 넣어 줘야겠다.
                                              [2008.1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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