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537,547
오늘방문 : 1718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441
오늘글등록 : 3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3659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8-10-20 (월) 07:36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3161      
아주 특별한 손님
아주 특별한 손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이번 추석, 우리 집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왔었다. 우리가 초대했다고 해도 좋고, 손님 스스로 찾아왔다고 해도 나무랄 것 없다.
 1983년도 이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광주연초제조창에 다니던 처조카사위가 물놀이를 가서 익사했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익산군 황등면에서 석재공장을 운영하는 강 사장 승용차를 빌려 타고 광주를 향하여 호남고속도로를 달렸다. 기사에게 최대한 빨리 달리라고 했다. 이태리 산 피아트 차 운전사는 그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뒤 얼마나 잘 나가는지 실험해 보지 못했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계는 시속 160~180km를 오갔다.
 정읍 휴게소에 이르기 전, 경찰 백차가 고함을 지르면서 우리 차를 세웠다. 운전사에게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는 손을 내밀며 뒷좌석을 보더니 나에게 경례를 부쳤다. 내가 경찰국 작전 2계장으로 근무할 때 운전요원이었던 국(鞠) 순경이었다. 깜작 반가워하며 휴게소로 안내했다. 음료수를 사 주더니 과장님 귀하신 몸인데 과속하다 사고가 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사정 얘기를 했더니 자기 차를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백차는 경광등을 돌리고 경보를 울리며 앞에서 달리고 우리 차는 비상등을 켜고 뒤를 따랐다. 그 때는 무인카메라도 없이 백차가 단속하던 시절이었다. 위험하다고 과속을 하지 말라던 그는 우리가 달리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달렸다. 1차로를 달리는데 앞에 가던 모든 차들이 2차로로 비켜주기 바빴다.

냇가 푸른 언덕 위에 있는 시체를 거적으로 덮어 놓고 죽은 사람의 아버지와 아내는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솜털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이 온통 먹칠을 해 놓은 것 같았다. 내가 그럴진대 망자의 아내나 아버지는 어떻겠는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33살 31살 부부가 6살 난 딸을 데리고 물놀이를 갔었다. 아버지가 딸을 어깨위에 태우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 뒤 딸은 물 위에 뜨고 아버지는 익사했다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도 속수무책이었던 애 어머니의 당시 입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31살에 혼자가 된 여인은 원광보건전문대학에 입학했다. 이모 집인 전주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이리까지 통학을 했다. 2년 간 열심히 학교를 다녀 임상병리사 자격을 얻어 건강관리협회에 취직을 시켰다. 지금은 남원보건소에 근무하고 있다.  

시댁에서는 재혼을 하라고 망인의 제사도 시댁에서 지낸다. 나도 재가를 권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면서 직장에 다닐 때 그녀를 좋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아내는 재가를 반대했다. 아내의 의견에 따라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
우리 내외는 그녀와 함께 2000년도에 미국 서부와 캐나다를 여행하며 한 방을 쓰기도 했었다. 캐나다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세 살 된 쌍둥이를 데리고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유학을 하고 있던 둘째아들 식구와 함께 갔었다. 쌍둥이 손자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그 애들도 보고 우리 가족과 함께 추석연휴를 즐기고 싶다고 찾아 왔다. 친정으로 가는 것이 정상일 텐데 우리 집으로 왔다. 이래저래 ‘아주 특별한 손님’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딸이 유치원 선생이 되어 7년 간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다. 2006년 내가 주례를 서고 아내가 폐백을 해서 시집을 보냈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둘을 낳고 광주에서 잘 살고 있다. 연(緣)이란 참 질기고 짓궂기도 하다. 아버지를 잃고 수없이 망각을 맹서했을 그 곳에서 살게 되다니!

아주 특별한 손님은 주말마다 외손자를 보려고 광주로 간다. 지금은 그 재미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는 한풀이를 했다고 좋아한다. 혼자  살라고 하기 잘했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남자를 만나라고 한다. 내가 26살 총각시절 하숙집 혼자 사는 50대 여주인이 무슨 재미 무슨 재미 해도 사람 재미만한 것이 없다고 한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우리 집에는 그녀의 딸이 쓰던 방이 비어 있다. 그 방을 쓰던 딸이 시집을 갔고 서울 있을 때 장가를 안 가던 우리 막둥이도 그 방을 쓰다가 장가를 갔다. 진담 반 농담으로 시집갈 수 있게 그 방에서 자라고 했다. 시집을 안 갈 테니 거실에서 자겠다고 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물론 쌍둥이 애들이랑 함께 자고 싶어서 그런 줄 잘 안다.
 그녀와 우리는 분명 천겁(劫)의 인연이지 싶다. 20년 동안 우리 내외의 생일과 설 추석 명절에는 어김없이 아내 통장에 5만 원을 입금한다. 아내와 거의 매일 전화를 한다. 어떤 때는 삼십 분이 넘게 통화를 한다. 딸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아내는 언니더러 딸을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지금쯤 그녀는 광주에 가 딸, 사위 두 외손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너털웃음을 잘 웃는다. 25년간 남몰래 흘린 눈물과 한이 비벼져 소리로 재생되어 나온 것일 게다.
인생사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완벽한 행복을 차지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짝을 잃고 홀로 나는 기러기를 보면 항상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녀가 생각나서 그럴 것이다.

                                                [2008.9.15.월]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빚도 아닌 빚을 짓고 가신 할머니 나인강 2009-01-11 2556
고 최선옥 수필가 추모의 글 김학 2009-01-10 2360
웃기는 여자 최윤 2009-01-09 2252
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양희선 2009-01-09 2938
복권은 아무나 당첨되나 [91] 유은희 2009-01-05 2709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채선심 2009-01-05 2215
나의 생각하는 의자, 무등산 새인봉 문선경 2009-01-03 2564
2008 우리 집 10대 뉴스 석인수 2009-01-03 2200
몽키 폿 트리 신기정 2009-01-03 2397
우순풍조눈 옛날인가 김정길 2009-01-01 2434
첫눈 내리는 새벽길 오귀례 2008-12-31 2143
고희의 문턱에서 맞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최준강 2008-12-31 2464
여인들이 가문을 빛내 준 2008년 이광우 2008-12-31 2479
수필과의 만남 김상권 2008-12-31 2301
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정원정 2008-12-31 2524
닐니리야 이금영 2008-12-30 2916
도시락 신기정 2008-12-29 2552
간호사의 송년 은종삼 2008-12-29 2380
2008년 우리 집 ㅡ10대 뉴스 은종삼 2008-12-29 2295
복숭아, 그 그리운 기억 문선경 2008-12-29 2358
1,,,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9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