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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학
작성일 2008-10-14 (화) 18:00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3034      
환상의 보물섬, 진도
환상의 보물섬, 진도
                             김 학


7월은 누군가 오라는 이 없어도 가고 싶은 곳이 많은 달이다.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찾고 싶은가 하면,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깊은 산에 안겨보고 싶기도 하다. 시골의 원두막으로 달려가 참외와 수박으로 빈 배를 채우며 농심(農心)에 젖어보고 싶은가 하면, 조용한 산사(山寺)에 가서 세파에 오염된 심신을 불심(佛心)으로 씻어내고 싶기도 하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7월의 꿈이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아도 가슴 부풀어 오르는 7월의 낭만이다.
7월의 꿈, 7월의 낭만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는다.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다를 리도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7월의 꿈을 꿀 수 있고, 7월의 낭만에 젖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7월이 좋은가 보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육사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7월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7월은 피서의 달이자 극서(極暑)의 달이다. 더위를 피하든, 더위와 싸워 이기든 그것은 자유다.
7월은 휴가의 달이다. 학생들에겐 긴 여름방학이 주어지고, 직장인에겐 짧은 여름휴가가 가슴을 내민다. 연중 아무 때나 휴가를 얻을 수 있다지만 누구나 7월을 택하려 한다. 그러니 7월이 31일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나는 이 꿈과 낭만의 달 7월에 어디로 갈까? 산, 아니면 바다? 아니다. 전라남도 남단 진도(珍島)로 가는 게 좋을 듯하다. 몇 년 전 친구 다섯 명과 부부동반으로 그 진도에 다녀왔지만, 올해에도 또 그 진도로 가고 싶다.
조선시대 시서화(詩書畵)의 대가인 소치 허유(련) 선생과 서예가 장전 허남호 선생의 고향인 진도에 가서 묵향(墨香)에 젖어 서구화에 물든 내 몸과 마음을 세척하고 싶다. 진도아리랑, 진도육자배기, 진도들노래의 가락과 노랫말로 얼룩진 내 귀를 달래야겠다. 어디 그뿐이던가. 강강술래, 씻김굿, 진도다시래기, 만가, 진도북춤, 진도농악을 감상하며 조상들의 멋과 흥과 예술혼을 질박하게 느껴보고도 싶다.  
고려시대 삼별초군(三別抄軍)이 몽고군과 항전했다는 용장산성(龍藏山城)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남도석성 그리고 만금산성, 첨찰산 봉수대, 궁터와 왕 무덤, 맹골성 등 진도의 유적을 둘러보며 역사의 향기를 맡고 싶다. 지난번에는 짧은 여정 때문에 대충대충 설명만 들었으나 이번에는 느긋한 일정으로 예향 진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진도의 멋과 낭만을 내 기억의 금고에 가득가득 담아오고 싶다.
걷다가 지치거든 진도홍주로 목을 축이고, 보다가 눈이 시거든 청정해역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승전의 싸움터인 남해바다로 눈을 돌려 상상의 날개를 펼쳐도 좋으리라. 밤이 오면 바닷가 백사장에 둘러 앉아 진도의 문인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가슴을 열고 장강 같은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입담 좋은 수필가 조영남 선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내가 진도를 찾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다. 의사이기도 한 조영남 선생은 20여 년 전 글로써 맺어진 인연이다. 활달하며 봉사적이고 애향심이 강한 그에게서 나는 또 어떻게 사는 것이 고향을 사랑하는 길인가를 한 수 배울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그러나 7월에 가고 싶었던 진도에 10월이 되어서야 가게 되었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박 2일 동안 조그만 섬 진도에서 제18회 영호남수필 진도 바다비원 잔치가 열렸기 때문이다. 부산, 울산, 대구, 전북, 전남의 내로라하는 수필가들이 진도로진도로 모여들었다. 영호남수필대회가 진도에서 풍요롭게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조영남 선생이 있고 진도군이 적극적으로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야말로 영호남 수필가들의 즐거운 잔치였다.
이튿날 진도 앞바다에서 세 시간 남짓 해상유람을 하고 불도(佛島)에서 영호남의 수필가들이 어울려 색다른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추억이다. 더구나 2008년 명량대첩축제와 맞물려 영호남수필문학회 행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축제 분위기 속에서 1박 2일의 일정을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유배의 섬, 진도! 조선시대 진도로 유배를 간 벼슬아치들이 떨어뜨린 문화예술의 씨앗이 오늘에 이르러 활짝 꽃피운 진도. 진돗개, 비자림, 후박나무 등 희귀 동식물과 천연기념물이 즐비한 진도. 구기자, 진도곽, 홍주 등 특산물이 풍부한 진도. 땅이 기름지고 물산이 풍부한 천혜의 요새지 진도……. 진돗개와 구기자, 미역(진도곽)이 진도의 세 가지 보물이라면 민요민속과 시서화(붓 예술), 홍주(토속명주)는 진도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던가. 전라남도가 예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예술의 본향인 진도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려니 싶다.
진도는 이제 섬이 아니다. 예술미가 빼어난 진도대교가 놓였기 때문이다. 명랑해 울돌목의 짙푸른 물굽이를 굽어보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투혼을 그려 볼 수도 있고, 직경이 60리라는 진도의 해안도로를 일주하며 보배의 섬, 진도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되새겨 보는 일도 의미가 크리라.
환상의 보물섬, 진도. 한반도의 남녘 끝이라 지리적으로 리 느껴질지 몰라도 지척처럼 가까운 곳이다. KTX와 무안공항은 진도와 서울을 이웃으로 만들어 준 현대판 축지법이라 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 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진도의 멋과 맛과 아름다운 풍광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진도는 언제라도 하던 일을 훌훌 털고 다시 찾고 싶은 고장이다.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자가용은 본처 택시는 애첩》 등 수필집 10권, 수필평론집 《수필의 맛 수필의 멋》/펜문학상, 한국수필상, 제1회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등 다수 수상/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역임/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자 전담교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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