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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학
작성일 2008-09-20 (토) 19:40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820      
412년 전의 눈물
412년 전의 눈물



三溪 金 鶴



 남편의 시신을 머리맡에 두고,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긴 사랑의 편지를 쓰고,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기를 섞어 저승 갈 때 신으라고 미투리를 만들었을까? 애절한 편지를 쓰고 미투리를 엮으면서 그 미망인이 흘린 눈물은 몇 동이나 되었으며, 그때 그녀의 눈물샘이 말라버리지는 않았을까? 그때 그녀는 홀몸이 아니라, 유복자를 뱃속에 품고 있었다는데 그런 무거운 몸으로 어떻게 눈물로 얼룩진 긴 사부곡(思夫曲)을 쓰고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미투리를 삼았을까?



서른한 살 젊은 나이에 죽은 남편, 경북 안동의 고성이씨 이응태의 관속에 넣어 준 젊은 미망인의 편지와 미투리가 미이라(mirra)와 함께 412년 만에 발굴되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그 소식은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피를 토하듯 애절한 아내의 편지에 감동한 남편의 시신은 차마 저승길로 떠나지 못하고 미이라가 된 게 아닐까? 미이라가 된 남편의 시신은 412년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왔는데 그의 발길을 붙잡았던 아내는 지금 어느 산골짜기에 묻혀 진토(塵土)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니, 마치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相思花)의 운명처럼 안타깝기 그지없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둘이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말할 것이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고 하라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이 편지를 쓴 미망인은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시대의 사대부집안의 여인이었다. 그러니 이들 부부는 자유연애는커녕 맞선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부모가 맺어 준대로 결혼을 하였으리라. 그런 부부가 이렇게 애절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원이 아버지에게>라고 수신자를 밝힌 것을 보면 아들 하나가 있었던 듯싶다. 그때가 아무리 조혼(早婚)이 유행하던 때라 해도 그 부부의 결혼생활은 길어야 10여 년 안팎이었을 것이다. 그처럼 짧은 결혼생활이었고, 뱃속에 유복자가 있으며, 어린 아들 원이도 있고, 시부모까지 모시고 살았을 미망인이 죽은 남편을 따라 가고 싶다고 애원하는 걸 보면 부모나 자식보다는 부부의 사랑에 더 무게를 두었던 게 분명하다. 조선시대엔 부부의 사랑이 이처럼 크고 위대한 것이었을까? 미투리는 한 번도 신어보지 않은 원형 그대로 출토되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남편을 여읜 젊은 미망인의 애절한 사랑의 편지와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기로 엮은 미투리가 412년 만에 무덤에서 나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이혼을 밥 먹듯 하는 현대인들에게 부부란 어떤 관계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려는 하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김학(金鶴) 약력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수필집《자가용은 본처 택시는 애첩》등 10권, 수필평론집 《수필의 맛 수필의 멋/ 한국수필상, 펜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등 다수 수상/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역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현)/HP:011-9641-3388
e-mail: crane43@hanmail.net http://kll.co.kr/crane43 http://blog.daum.net/crane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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