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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금례
작성일 2008-09-20 (토) 05:17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617      
맏며느리의 독백
맏며느리의 독백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금례



추석이 돌아오기 한 달 전부터 종갓집 맏며느리는 몸과 마음이 바쁘다. 시장에서 싱싱한 조기를 사다 소금에 절여 놓고, 크고 예쁘게 생긴 과일을 사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추석이 다가 오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조상님들의 차례 상에 올린다. 멀리서 형제들이 모여들면 밀린 정담을 나누느라 집안은 떠들썩하다.

둘째 동서네 집으로 시집 온 새 며느리는 예쁜 한복을 입고 조상님께 인사하러 찾아 왔다. 그래서 큰형님 댁 명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늘 웃음꽃이 활짝 핀다.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으로 차례를 지낸 뒤, 성묘를 다녀오면 남자들은 화투놀이나 바둑을 즐긴다. 집안은 떠들썩하지만 여자들은 잠을 잔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사회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문화가 바뀌면서 가족에게도 이해타산이 따르게 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조상님들을 맏형에게 맡기고 차남들은 교통 체증 때문에 못 온다며 부모님 제사에만 참석한다. 그러기에 어쩔 수 없이 맏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대소사를 어깨에 멘 맏며느리는 고달파 뿔이 날 수밖에 없다.
똑같은 며느리인데 어떤 며느리는 명절에 여행을 다니고, 어떤 며느리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려야 하느냐고 투정하면 남편은 오금을 못 편다. 옛날의 맏며느리는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현대의 맏며느리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맏며느리는 고달프다.
즐거워야 할 명절은 불화를 남기기도 한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전생에 맏아들·맏딸은 세상의 온갖 벌레를 만들어 놓고 태어난다고 한다. 맏아들과의 만남도 예측할 수 없는 필연이 아니던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하면 명절증후군이란 맏며느리의 아픔도 사라질 것이다.

이젠 아들 하나만 낳아 기르니 명절 증후군도, 노동절이란 말도 사라질 것이다. 추석날 아침, 퉁퉁 거리며 달려와 주방문을 열다가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하며 큰 손녀가 인사를 한다.
“그래, 정현이도 잘 잤니? 잠꾸러기가 선조 할아버지·할머니께서 오시는 날이니 일찍 일어났구나.”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조상님들을 나도 큰며느리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세월의 늪에서 지난 삶의 고뇌들이 서성이며 마음이 찡해왔다. 연약한 몸으로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전을 부쳤던 며느리가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너와 나의 만남도 필연적인 인연이었을 것이다. 이젠 힘든 짐을 나로서 끝내 버리고 싶다. 조상님께 14그릇의 밥을 제상(祭床)에 올리면서 며느리에게 말했다.
“나 죽거들랑 모든 가족이 하느님을 믿으니 천주교회에서 미사로 드려라.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우리 집의 추석문화도 바꿔야 할 것이다.”
“어머니, 1년에 두 번 조상님에게 드리는 제사인데요. 하지만 나는 조상님 입맛대로 드시라고 뷔페식으로 할 거예요.”
“뷔페식?”
그래도 조상님들을 잊지 않고 뷔페식으로라도 한다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조상을 잘 섬기면 복을 받는다고 했다.  차례는 조촐하게 자녀들과 지냈지만 한복을 곱게 입은 손녀·손자들의 재롱에 조상님도 행복하셨을 것이다. 저녁노을이 지자 성묘를 마치고 서울에서 온 친정 남동생가족과 큰딸네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에어컨 바람도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역시 명절에는 집안이 떠들썩해야 밥맛도 좋다.

밤이 깊어지자 정을 남겨두고 둥그런 달빛을 받으며 모두들 둥지로 떠났다. 인생도 파도처럼 밀려왔다 파도처럼 사라진다. 남편이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올 추석날의 밤도 깊어만 간다.

(2008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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