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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기춘
ㆍ작성일	2009-09-24 (목)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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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회초리
마음의 회초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세 살짜리 손자 재현이가 요즘 부쩍 떼가 늘었다. 저녁이면 간혹 제 엄마가 보고 싶어서인지 괜한 트집을 잡아 떼를 쓴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체하지만 아내는 어쩔 줄 모르고 안타까워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일은 모악산에 가서 산신령님께 고하고 나긋나긋한 싸리나무 몇 주 베어다가 회초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날이 새면 어린것이 제 엄마와 떨어져 항상 엄마를 그리는 애틋한 모습이 눈에 떠올라 이내 마음이 약해져 버려 아직까지 회초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린양이 날로 느는 것 같다. 옛날에는 미운 일곱 살이었는데 요즘엔 미운 세 살이라고 한다더니 딱 맞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세 살인데 제법 말도 잘 하고 재롱이 보통 아니다. 온갖 재롱을 부리다가도 심술이 나면 뻔히 알면서도 떼를 쓴다. 그러나 제 엄마나 아빠가 오면 금방 철이 다 든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잠을 자려면 으레 수건포대기를 옆에 끼고 할머니한테는 등을 다독거려달라고 하고 할아버지한테는 물고기가 그려진 부채로 부쳐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야쿠르트를 달라고 하고 안주면 떼를 쓴다. 그런데 제 엄마 아빠가 오면 야쿠르트를 먹으면 이빨이 썩는다고 안 주면 “엄마, 야쿠르트 먹으면 이빨 썩어?” 하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잠든다. 제 엄마 아빠를 잘 따르며 어리광도 부리면서도 조금 어려워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만만하게 여긴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기른 애들이 버릇없다고 하는 말이 맞는 말 같다. 가급적이면 회초리를 만들지 않고 잘 타일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어떻게 키우는 것이 올바르게 키우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회초리문화가 발전했었다. 아들을 서당에 보내면서 회초리 만들기 좋은 싸리나무를 한 짐씩 베어다 주면서 아들을 강하게 키워 달라고 당부했었다. 서당에서는 학부모들이 베어다 준 싸리나무를 회초리로 다 쓰지 못하고 싸리비를 만들어 팔아, 그 빗자루를 서당비라 했는데 서당비는 품질이 좋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 선생님들에게 회초리나무를 베어다 주기는커녕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다른 짓을 해도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단다. 나무라기 만해도 때로는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항의를 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선생님을 희롱하는 일까지 발생한다니 씁쓸한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매를 맞아도 오히려 부모님에게 알려질까 걱정했었다. 부모님이 알면 오히려 부모님께 더 큰 꾸중을 듣기 때문이었다.

내가 예쁘다고 애지중지 키운 아들딸은 남의 눈에는 살갑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귀한 자식일수록 부족함의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 귀하다고 매사를 해달란 대로 다 들어주면 안 된다. 사회에 나가 남들에게 귀한 사람으로 대접을 받게 하려면 속은 좀 쓰리더라도 가정에서, 옳고 그름과,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엄격하게 가르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자를 다스릴 싸리나무 회초리도 만들어야겠지만 먼저 나를 채찍질 할 마음의 회초리를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