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남기고 떠난 노무현 대통령
꿈을 남기고 떠난 노무현 대통령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병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먼 길을 떠났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그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슬픔을 남기고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서울역광장에서 노제를 마치고 떠나던 상여는 자꾸만 뒤돌아보며 머뭇거렸다. 보내기 서럽고 그냥 떠나기엔 미련이 남아서 그랬을 것이다. 구슬픈 상여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땅을 치며 통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떠나던 길 슬퍼한 것은 그가 남긴 미련 때문이다. 그가 남긴 미련이 상여소리에 실려 살아있는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인간 노무현,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편안한 길을 두고 험하고 사나운 가시밭길을 걸었다. 패거리정치의 야합을 배척했고, 낙선을 예측하면서도 부산시장선거에 나섰다. 지역주의의 벽을 헐려고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두 차례나 출마해서 고배를 마셨다. 그토록 어려운 싸움을 되풀이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그 쓰라린 과정을 딛고 일어섰던 씩씩한 노무현, 그래서 국민들은 그를 나라의 지도자로 모셨던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서도 서민과 함께 살았다. 권력으로 선과 악을 뒤집지도 않았고, 권위로 지배하고 탐욕으로 부를 누리며 호사스럽게 지낸 때도 없었다. 지극히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 편에서 강자들과 거침없이 싸웠다. 그 싸움으로 패배와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의연히 버텼다. 부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조금만 양보하여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자고 호소했다. 그는 늘 소수의 부자보다는 대다수의 약자인 서민들 편에서 일했다. 그러기에 가난한 자나 힘없는 사람들, 대다수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가슴아파하며 애도하였다.
그는 대통령이면서도 바보 노무현이란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쓴 용맹스런 지도자였다. 기득권 층의 거센 반발에도 국토의 균형발전을 시도했고, 지역감정 해소에 전력을 다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그 부작용으로 재임 중 탄핵까지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는 8·15광복 다음해인 혼란기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걸출한 인물이었다. 나는 지난해 5월 봉하마을에 갔었다. 그의 생가에 있는 공부방을 살펴봤다. 아주 좁은 방이었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독학으로 그 어려운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얼마나 피를 말리는 노력을 했을까? 독학으로 공부하다 중단한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겪어보니 독학처럼 어려운 일도 없던데, 독학으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대단히 큰 인물로 여겨져 존경심이 생겼다. 그가 고통스런 과정을 겪으며 지도자가 되었기에 어느 누구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편에서 일생을 바치려고 결심한 듯싶다.
낙향하여 농부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 밀짚모자를 쓰고 찾아온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었다. 한촌이었던 봉하마을은 활기에 넘치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대통령이었던 그가 고향을 가꾸고 농촌을 살찌우는 큰 일꾼이 되어있었다. 농촌을 살리고 가난한 농민을 잘 살게 하려던 것이 그가 바라던 꿈이기도 했다.
대통령 노무현, 그가 바랐던 것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서민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있었다.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파간의 극한 대립도 해소하며, 국력을 튼튼하게 길러 서로 믿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그 마지막 남긴 말 한마디는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였다.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라는 의미였다. 노 대통령이 남기고 간 그 꿈은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가 아니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으로 태어나 서민을 위해 아름다운 삶과 정치를 펴다가 가셨다. 세상을 의롭게 살려던 사람이 자신의 실수로 세상사람들의 비난의 화살을 받았을 때의 심정은 죽음 외에 선택의 길이 없을 것이다. 재임 중 그의 청빈한 성품은 온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권위주의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원했으며,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고 정파간의 극한 대립을 지양하며 화합과 결속으로 서민들이 살기 좋은 민주국가를 세우려고 애썼다.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고 그가 바라던 간절하고 진한 나라사랑정신이다. 조각난 나라를 짜 맞추어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고 불안한 사람이 없는 나라, 서로 믿고 사는 사회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기고 간 꿈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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