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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동영
ㆍ작성일	2009-04-21 (화)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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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납금 9원
미납금 9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동영

대중탕 옷장 번호표를 받아 들었다. 얼핏 보니 109번 칸이다. 세 자리 숫자 중에 9라는 숫자가 순간적으로 더 크게 나의 잠재 인식을 불러 깨우며 스쳐갔다. 옷장을 열고 보니 바닥에 누렇게 때가 낀 십 원짜리 동전 4개와 금전수납기에서 나온듯한 조그마한 물품구입명세서가 함께 놓여있다. 앞선 입욕객이 미처 챙기지 못하였거나 일부러 소유를 포기한듯하다. 아마 후자에 더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며 그 위에 벗은 옷을 포개어 넣었다.

몇 달 전에 나는 지금까지 쓰던 핸드폰을 바꿀 기회가 있었다. 대리점에서 요구하는 대로 신분증까지 제출하는 등 조금은 복잡한 절차를 마치고 모든 대금을 지불하고서야 새 핸드폰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새 핸드폰은 모양이나 성능이 나를 만족스럽게 하면서 점차 손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동통신사로부터 미납금 9원을 몇 달째 독촉 받고 있다. 샤워를 하며 나는 조금 전 들어 올 때 옷장 속에 있던 동전을 떠올렸다. 40원이면 이동통신사 미납금을 4번이나 내고도 남는 액수다. 그러나 비록 길에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줍지 않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화폐가 아닌가?

역설적으로 변명을 하자면 미납금 9원도 나의 그런 십 원짜리 동전의 경시 때문에 몇 달째 밀려 온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동통신사의 전산기만 9원을 중히 인식하고 소중하게 처리하여 9원보다 몇 배의 비용이 들어갔을 중간절취선이 세 칸으로 되어있는 미납 독촉 지로용지를 토해내고 250원짜리 우표까지 붙여 매달 보내오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일억의 돈에서 십 원이 모자라면 구천구백구십구만 구천구백구십 원이지 결코 일억 원은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일억 결재는 분명히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교환한지 일 개월쯤 뒤에 보통의 납부고지서 지면보다 두 배가 큰 사용료 납부고지서와 함께 9원의 미납통지를 받았다. 혹시 더 큰 무엇이 잘 못되었거나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구입한 대리점에 9원보다 더 많은 통화료를 써가며 전화를 하여 사연을 들어보았다. 대답은 뭘 그런 것을 하는 투로 간단했다. 전산처리 상 그럴 수 있으며 수정했으니 무시하라 하였고 난 상담원 말을 믿고 편안하게 또 한 달을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9원을 버리듯 잊어버린 데도 컴퓨터는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 다음 달에도 내가 9원의 빚쟁이임을 알리는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지로용지를 보낸 통신사 지역본부에 문의했다. 사연은 이와 같았다. 당초 대리점에서 이전비 계산 시 끝에 붙은 9원을 10원짜리 동전 버리듯 함부로 임의 삭감해 버리는 혜택을 나에게 주었으나 본부 컴퓨터 정산기는 그것을 허용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수정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시라는 본부 상담원의 위로를 받고 기쁨을 한 달 동안 누렸으나 셋째 달에 나는 또 그런 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나의 미납금을 몇 번이나 내고도 남을 동전을 그대로 옷장 안에 두고 나왔다. 나중에 동전을 남기고 간 사람이 다시 그 옷장을 찾았을 때 작은 기쁨을 누리기를 기대하며 상쾌한 몸과는 달리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정신을 집중하여 생각을 떠올렸다.
아무도 챙기지 않는 9원의 미납금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전화, 우표, 용지, 시간비용 등 어림잡아 1,500원은 될 터이고 이것은 9원의 166배의 추가비용이 발생되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알아내었다. 비유하자면 9,000만 원에서 166억 원의 손실비용이 발생된 셈이다.

세상에는 작지만 큰 것이 있고 아주 큰 것 같아도 작은 것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다. 오늘은 은행 문을 닫았을 터이니 소중한 9원의 빚을 갚고 정직한 이동통신사 전산기의 평화를 찾아 주고자 나는 내일 당장 은행에 가려고 한다.

‘아무도 챙기지 않는 십 원짜리 동전아, 그런데도 너는 묵묵히 네 일을 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