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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금례
작성일 2009-03-10 (화) 10:23
ㆍ추천: 0  ㆍ조회: 2442      
워낭소리를 들으며
워낭소리를 들으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금례


 나뭇가지에 까치가 날아와 까악까악 노래하며 봄소식을 전한다. 무거운 코트를 벗어던진 내 마음에도, 새잎을 돋게 하는 나뭇가지에도, 맑고 고운 목소리를 내는 새들도 봄맞이에 바쁘다.  
봄은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타고 오는가?
아지랑이 피어 오른 시냇물소리, 아랫녘 홍매화 터지는 소리,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울음소리, 산사의 풍경소리와 함께 봄은 맑은 햇살과 함께 소리치며 우리 곁으로 왔다.
오늘은 만나면 즐거움을 주는 친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움츠렸던 마음을 모두 떨쳐 버려서인지 봄꽃처럼 예쁘다.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우다 전국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여 백상예술감독상까지 걸머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를 보러갔다.
워낭은 소(牛) 턱 아래 늘어뜨린 방울이란다. 양손에 팝콘과 주스를 든 채 의자에 몸을 담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우리들의 수다소리도 그쳤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 자락에 사는 팔순 할아버지(최원균)와 할머니(이삼순)가 마흔 살 난 소와 30년을 함께 한 농촌의 향수를 지닌 삶의 실화였다. 그래서 더욱 감동을 받았다.
할아버지 손을 보면서 인고의 삶에 내 가슴을 아리게 흔들어 놓았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는 희미한 워낭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소 먹일 풀을 베기 시작한다. 평생 장애를 안고 농부로 살아온 할아버지는 늙은 소가 끌어주는 수레를 타고 움직일 수 있었고, 소 덕분에 농사를 지어 9남매를 키웠다. 평생 다리가 되어준 소에게 사료대신 꼴을 베어 먹이며, ‘농약을 치면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힘겨운 일에 할머니는 고집불통인 할아버지에게 질박한 팔자타령을 꾸밈없이 늘어놓는다. 사심 없는 할머니의 투박한 태도가 코믹스러웠지만 세상에서 태어나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소를 팔겠다고 할아버지는 우시장에 간다. 할머니는 마지막이라고 여물 한 바가지를 더 얹어 주어도 늙은 소는 큰 눈방울로 눈물만 떨어뜨린다. 힘겹게 가는 소, 구부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은 눈물과 사랑과 세월의 한이 진득하게 묻어난 우리의 인생 여로를 보는 것 같아 짜릿한 감동이 물살처럼 가슴에 번져왔다.
할아버지는 500만 원이 아니면 안 팔겠다고 하여 사려는 사람이 없어 소와함께 집으로 온다. 돌아온 소는 지치고 느린 걸음으로 미련하고 우직하게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하지 않고 날랐다. 그러던 어느 날, 소는 더 이상 살지 못한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소의 코뚜레와 워낭을 풀어준다. 세상에서 진 짐을 풀고 훨훨 날아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늙은 소는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한 채 마지막 숨을 거둔다. 할아버지는 소를 사람처럼 장사를 지내고 땅에 묻는다.
몇 년 전, 나는 ‘꽃상여를 탄 상주 누렁이소’가 생각났다. 잘 해 주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정을 못 잊어 묘소와 빈소를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누렁이 소가 숨지자 의로운 소라며 상주시장과 주민 200명이 꽃상여를 태워 명복을 빌면서 묻어주었다.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게 무엇일까!  태어날 때 나는 사람으로, 소는 소로 태어났을 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나에게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유지해온 참다운 우정이 있던가? 할아버지의 진실과 소의 성실에 감탄하노라니 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그 사랑을 울리는 워낭소리는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준다. 우리의 삶과 죽음, 이별을 동물을 통해 깨닫게 해 주었다. 지금 우리는 금융위기, 연쇄 기업부도, 대량 실업,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져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부들의 장바구니도 얕아지면서 인정이 쌀쌀해지고 거칠어진다. 이제 온갖 역경을 디딤돌로, 고난을 사다리삼아 워낭소리를 들으며 소처럼 열심히 일하고 소의 느릿함과 우직함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2009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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