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강대행
ㆍ작성일	2008-11-18 (화) 05:30
ㆍ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930

다은이가 꽃가마 타던 날
다은이가 꽃가마 타던 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강대행 교무

네가 꽃가마를 타던 오늘 우리는 모두 울었단다.
오늘은 아비 없이 곱게 자란 조카 다은이의 호적이 강씨에서 권씨 가문으로 옮기는 날이다. 내년이면 계란 한 판이라고 웃으며 말하던 다은이가 숨겨놓은 짝을 데려와 인사를 시키더니 상견례를 한다며 아빠 대신 고모들이 참석하라고 했었다. 받아 놓은 날은 정말 빨랐다. 결혼식 날이 다가오는데 절대로 울지 않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러나 결혼식장은 조용했다.
사회자가 '신부신랑입장'이라고 하기에 뒤를 돌아보니 신랑신부 둘이서 손을 마주 잡고 들어 오는 게 아닌가? 신부 다은이는 많은 하객들의 축하 속에 예쁜 어깨선을 들어내 보이며 우아한 자태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천사의 모습 같았다. 순간 올케를 쳐다보니 딸아이를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늘 따라 일찍 떠난 동생이 야속하고 그 빈자리가 몹시 커 보였다.
코흘리개 어린아이가 저렇게 커서 성인이 되니 대견스럽다는 생각에 뜨거운 눈물이 솟아올랐다. 식이 거의 끝나고 양가 부모님께 절을 하는데 엄마한테 절을 하던 다은이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식장에 들어오던 모습과는 달리 막상 엄마를 남겨두고 떠나려 하니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모양이었다.
엄마는 먹고 살기에 바빠 밤늦게 들어오니, 다은이는 아비 없는 못된 자식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노심초사하시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오늘 같은 날에는 할머니와 아빠가 한 번 다녀가실 법도 하건만, 그곳이 얼마나 멀고 먼 곳이기에 가신 뒤에는 지금까지 안부전화 한 통화가 없을까.
다은이는 요즘 젊은 아이 같지 않게 착하다. 고모들을 아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는 고모들한테 잘할 거라는 말을 자주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더니 빈 소리일망정 듣기에 참 좋았다.
다은이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할 신랑도 반듯한 것 같다. 그리고 딸은 없고 아들만 셋이라고 하니 다은이가 시부모님들에게 예쁜 딸노릇을 하면 좋겠다.

"다은아! 너한테 쉽고도 어려운 부탁이 한 가지 있다. 다은아! 고모들한테 잘 하는 것도 좋지만, 네가 그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면 불화하던 집안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 수도 있고, 화목하던 집안을 불화하게도 할 수 있지. 그게 바로 너에게 달려 있단다. 신랑 뒤에는 많은 가족이 있으니 신랑의 가족까지도 너의 몫이란 걸 잊지 말기 바란다. 후일 네 자녀들한테 효도를 받고 싶거든 시부모님에게 효도를 하고 시댁 가족들에게도 잘 하렴. 아이들의 거울은 부모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아이들은 늘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것이란다. 며느리로서 그렇게 살아야 하고, 그것이 며느리의 도리라는 것도 잊지 말아라. 세상의 변화하는 이치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란다.
'죽어서 석삼년을 살아야한다'는 말이 있다. 칭찬받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가 되어라. 너의 행동에 따라 엄마와 고모들은 울고 웃을 것이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오늘따라 너를 위해 반짝거리는 듯 하구나. 편한 밤 되기를 바란다. 안녕!"

2008년 10월11일

전주에서 작은 고모가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