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공간은 주로 거실이다. 책장도 거실에 있고, 애인처럼 사용하는 컴퓨터와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책상도 거실에 있다. 앉아도 좋고 누워도 좋은 소파도 있고, 더우면 시원하게 해주는 에어컨과 심심할 때 친구가 되어주는 TV도 거실에 있다. 한 쪽은 스포츠중계를 켜놓고 다른 한 쪽으로는 드라마와 즐겨보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 좋다. 거실에는 언제나 운동을 할 수 있는 러닝머신이 있고 훌라후프와 아령도 있다. 거실은 나의 다목적 공간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커튼을 열면 작은 식물원이 펼쳐진다. 베란다에는 언제 심었는지도 모를 갖가지 나무와 화분들이 즐비하다. 관음죽 종류와 난 종류, 고무나무, 선인장, 라일락, 그리고 겨우내 꽃이 피는 계화나무도 있다.
아내는 신혼 때부터 나무 키우기를 좋아했고, 평생소원이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살면서 갖가지 나무를 심고, 철따라 피는 꽃을 보면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집안에서 나무을 키우는 재미도 쏠쏠한 모양이다. 나무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특성이 달라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들이 볼만하다.
꽃들은 철따라 우리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해 준다. 꽃이 예쁜 것도 있지만 향기가 그만인 것도 있다. 그중에서 천리향과 난은 그 향기가 그윽하여 창문을 열어놓으면 거실 가득히 은은한 자연이 밀려온다.
향이 천리를 간다 해서 이름 붙여진 천리향은 조금 있으면 꽃망울이 맺을 것이다. 아직은 수줍어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난도 봄 채비를 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겨울을 나기 위해 거실로 들어온 산사베리와 폴리시아스도 베란다로 나가야 한다.
거실에는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도 있다. 언젠가 지인이 왔을 때 이 집은 동물농장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집에는 애완견 뭉치와 앵무새 방울이, 오색조 푸름이, 그리고 2마리의 애완 닭과 달팽이가 있다. 애완 닭은 딸 방에 있고, 달팽이는 주방에서 살지만, 애완견 뭉치와 새들은 나와 같이 거실에서 산다.
새 이름은 내가 지었다. 등에 푸른색이 많아서 푸름이, 눈방울이 크고 예뻐서 방울이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들의 지저귐이 너무나 좋다. 새마다 목소리가 달라 녀석들이 함께 지저귈 때는 마치 숲속에서 듣는 ‘대장간의 합창’으로 착각될 때가 있다. 새들도 기분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낸다. 햇볕이 드는 조용한 오전은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 오후가 되면 소리가 느려져 방울이가 먼저 매김소리를 내야 푸름이도 따라서 받음소리를 낸다. 마치 노래를 주고받으며 부르는 농요나 민요를 듣는 것 같다.
채소를 주면서 기르는 달팽이도 아내는 끔찍하게 생각한다. 애완 닭은 병아리 때부터 길렀는데, 수개월이 지나자 변 냄새가 심해서 아예 거실에는 발도 못 붙이게 단속을 하지만 가끔 나오게 되면 사고를 내고 만다. 누군가가 멍청한 사람을 닭대가리라고 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닭은 변을 가리지 못해서 골치다. 애완견 뭉치는 우리들과 10년을 같이 산 우리 집 여섯 번째 식구이기도 하고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하루 세 번씩 밥을 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추우면 옷 입히고, 돈을 들여 목욕과 이발을 시키고, 여행을 갈 때는 상전으로 모신다. 우리들은 뭉치를 아예 막둥이라고 부른다. 우리 집에서 제일 귀엽고 영리하고 웃음과 기쁨을 가장 많이 주는 식구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달려드는 것이 애완견 뭉치다. 뭉치를 안아주고 나면 방울이와 푸름이를 불러줘야 한다.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고운 목소리로 응답한다. 나는 이들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고, 과분한 위안을 받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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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 남짓 좁은 공간이지만 나는 거실이 좋다. 거실에 있으면 엄마 품 같이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다시 한 번 같은 둥지에 있는 동반자들을 둘러본다. 책상과 컴퓨터, 소파와 TV, 러닝머신과 에어컨, 벽에 걸린 액자들. 그리고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나무와 동물들, 이들이 있기에 나는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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