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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병규
ㆍ작성일	2009-04-30 (목)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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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극단의 의미
황극단의 의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병규

황극단(皇極壇)은 순국열사의 발자취다. 일제의 강점기에 나라를 찾으려고 피를 흘리며 싸우신 순국선열들의 투쟁사가 모두 담겨 있는 거룩한 제단이다.
황극단은 전북도립국악원에서 동물원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다. 전북대학교에 공급되는 물탱크가 거대한 버섯 모양으로 우람하게 서 있고, 그 옆에 황극단이 있으나 평소에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 역시 지척에 있는 황극단이 지닌 의미를 모른 채 지나치기 일쑤였다. 덕진노인복지회관의 문화해설사로 일하면서 죄스런 마음을 안고 동료들과 더불어 자주 찾게 되었다.

황극단은 전북 임실 출신 정재 이석용 의병장의 장남 청암 이원영 애국지사가 부친의 유언에 따라 세운 순국열사들의 추모비다. 고종황제 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의 비, 대한장의순국5열사 비, 광복정령 33인의 비. 이석용 의병장의 의장비가 머리를 맞대고 서있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찾으려고 목숨을 바쳐 투쟁하던 때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조선왕조 26대 고종황제 비에는 일제를 물리쳐 자주독립국가를 세우려고 애쓰던 흔적이 서려있다. 이준 열사를 헤이그에 밀사로 파견하는 등 국권회복에 분투하다가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를 당한 황제의 초라한 모습도 연상되었다.
김구 선생의 비에서는 임시정부를 세우고 동지들을 모아 일제와 맞서 싸우던 때가 떠올랐다. 윤봉길 열사를 사지(死地)로 보내고 비통한 마음으로 가슴을 치며 결과를 기다리던 김구 선생의 초조한 모습도 떠올랐다. 하얼빈에서 이등박문을 사살하고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안중근 열사의 장한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상해 홍구공원 행사장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일제에 타격을 준 윤봉길 열사의 투쟁을 말해 주는 듯도 했다. 한인 애국단원으로 일제의 심장부 도쿄에서 일황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던져 일제의 기를 꺾은 이봉창 열사의 용맹성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일본 영사관의 군사령부를 폭파하고 39세의 나이로 순국한 백정기 열사의 애국정신도 연상되었다. 목숨을 걸고 기미독립만세를 주도한 민족대표 33인의 애국 혼과 , 이석용 의병장의 투쟁사를 황극단이 말해 주는 듯했다.

황극단은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고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의 정신이 살아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누리며 살 권리를 안고 태어난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인지라 생명에 대한 애착이 있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생이다. 순국열사들도 부모 형제, 아내와 자식 등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를 찾으려고 꽃다운 젊은 나이에 투쟁하다 심한 핍박을 받고 순국하였다. 순국선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삶의 터전을 다시 이루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자주독립국가를 세우고 경제부흥을 이루어 살기 좋은 나라를 건설한 것 모두가 순국선열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 한 일이다.

우리가 처음 찾던 황극단에는 잡초의 잔해와 낙엽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걸의 자취마저 흔적이 없었다. 그 거룩한 순국선열의 얼이 외면당하고 있었다. 나라를 살리고 우리들에게 삶의 터전을 이루어 주신 순국선열의 은혜를 외면하고 살아온 것이 부끄럽고 가슴 아팠다. 한 사람이라도 더 황극단을 자주 찾아 순국선열들의 애국 혼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살기 좋은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순국선열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황극단의 존재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2009. 4. 13. 임정수립 90주년 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