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전생에 원수끼리 만나고, 아들은 전생에 빚쟁이였던 사이가 환생 한다’는 말이 있다. 그때 나는 부부의 만남은 전생의 한을 이생에서 사랑과 환희로 풀고, 자식과 부모는 전생에 못다 갚은 짐을 살면서 원 없이 다 해주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부로 오랫동안 같이 해 오면서 아옹다옹 실랑이하며 다투고 살아가는 것이 혹시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해 보았고, 낳고 기르며 가르쳐주고 성혼까지 시켜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항상 부족하고 허전하며 아직도 어디인가 빈곳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식은 항상 부모에게 무엇인가 더 바라고 의지하고 싶은 잠재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정말 빚쟁이가 환생해서일까?
요즘 나는 시간여유가 있을 땐 가까운 노인복지회관 나무그늘 아래서 어르신들의 한담을 즐겨 듣는다. 어떤 어르신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외간에 한 번도 싸움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랑하면 옆의 어르신이 "어이, 자네 이젠 치매가 왔나보네, 살아온 인생을 잊어가는 것 같아. 그것도 좋은 일이긴 하네만 살면서 부부싸움 한 번 않고 살아 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 다툼이 어느 정도 마음에 상처를 주었는지가 문제겠지." 글쎄, 어느 분의 말이 옳을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 특히 부부간의 삶을 반추해 본다. 험했던 일은 다 잊고 현실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건강하고 큰 시름이 없는 게 큰 행운이다.
작은 갈등과 시시비비가 있어야 진정‘사랑’을 알고 살게 된다고 하며 그 작은 갈등을 통해 부부간의 관계를 새삼 깨닫는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얼마 전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이혼상담’ 이야기가 나와 경청한 바 있다.
결혼이란 어떻게 만났던 뜻이 맞아 약혼하고 만인의 축복으로 성혼이 이뤄지고, 가정을 이끌어 가던 부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만남에서 헤어짐으로 향하려는‘이혼’, 두 분은 만남과정에서 서로의 무엇을 보고, 발견하고 결정을 내렸을까? 인품, 학벌, 경제력, 건강, 지위, 발전성 등 무엇이 됐던 좋은 점은 높이 칭찬해주고, 시도 때도 없이 발견되는 단점은 대화를 통해 경청하고 이해하며, 공통점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부부이거늘, 그리고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헌신 봉사정신이 즉 사랑인 것을. 그러다 보면 신혼 때는 사랑의 탐색단계다. 사랑이, 행복이 이런 것일까(?) 음미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살았고, 좀 살다보면 가정의 정착단계로 가정을 꾸미고 자식을 기르며, 살림을 이끌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음과 몸이 바쁜 시절이요, 중년엔 꿈을 가꾸는 단계로 자녀교육 신분상승을 기웃대다 보니 무엇을 했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뒤죽박죽 세월이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부부간의 수많은 갈등과 고민은 금슬에 골을 깊게 한다.
먼저 ‘성격 차’로 인한 골이다. 그 골이 크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기 마련이다. 자주 다투고 그 갈등으로 엉뚱한 행위를 하면 더욱 골을 깊게 하며,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 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대화’ ‘이해’ 인내‘ ’단계적 개선 노력으로 현명한 해결을 가져온 사례가 많다. 그중 첫 단계가 참고 견디며,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이며 그 다음이 단계적인 대화와 서로의 개선행동이다. 이 모든 것은 환경적 영향(가족관계, 친지의 충고)으로 위기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인간관계에 따르는 문제인데 이도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로 시댁, 친정과 친척 친지간의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부인과 시댁식구, 남편과 처가와의 갈등이 결국은 부부의 갈등으로 집약되는 수가 많다. 이로 인해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방황하게 만든다. 그게 표출되지 않고 오랫동안 잠행하다가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경제적 문제인데 이는 앞에서의 갈등이 없으면 서로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이 엿보이나 다른 갈등과 겹치면 그 위력은 더 크게 작용하여 파탄의 빌미를 제공한다.
부부간의 갈등은 학력이 높을수록 고차적인 반등행위로 발전하면서도, 가정파탄은 막고 살아간다고 하니 그 사이 두 사람의 심리적 고통은 얼마나 쌓일까?
다양한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역할극’을 권장한다고 한다. 역할극은 이제 어린이들 놀이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인 관계가 어렵고 중대한 문제에 처할 경우 활용되는 기법이다.
참 이상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내가 남에게 주는 선물은 작아도 정성이요, 받는 선물은 정보다는 양과 질을 따지며, 남의 말을 이해하며 듣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수용해 주기 바란다. 또 남의 고집을 탓하면서 자기 고집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말로만 ‘네 덕 내 탓’하지, 막상 막다른 골목에서는‘네 탓'으로 돌리고 투덜댄다. 특히 표현력이 없고 내성적이며 상냥하지 못하면서도 고집까지 센 사람은 마음에 차지 않으면 얼굴색부터 변하며, 상대방을 무시한 채 냉기를 내뿜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전문가들은 ‘기분전환과 경청'을 권하며 상대방을 몸으로 이해하는 역할극을 통해 진실한 마음으로 ‘네 덕 내 탓'을 창조하는 자세가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한다.
부부간의 정은‘넓은 아량과 양보, 사랑과 희생'을 통하여 돈독한 정으로 보다 즐겁고 아늑한 가정을 가꾸는 길이 아닌가 한다.
어느 수필가는 "꽃은 아름다울수록 빨리 시들고, 꿈 많은 청춘은 빨리 가며, 고운 노을은 곧 사라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네 덕 내 탓"의 마음가짐은 빨리 돌아가는 우리 인생이 행복하고 사랑이 가득 찬 가정을 가꾸는 모닥불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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