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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장영
ㆍ작성일	2009-05-08 (금)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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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갈등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찌르릉, 찌르릉,……”
“예, ○○초등학교 교감 정장영입니다.”
“여기는 ○○교육청 ○○○ 장학사입니다. 조금 전에 교육장님께서 학교방문차 떠나셨습니다.
“예? 교육장님의 학교방문이라고요? 무슨 일이지요? 예고도 없이…….”
“출근하시자마자의 일이라 모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1교시가 시작한 얼마 후에 걸려온 전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교장선생님! 교육장님께서 본교 방문차 떠나셨다고 합니다.”
“…….”
잠시 후 교문 앞에 검정색 승용차 한 대가 시야에 들어 왔다. 허겁지겁 현관으로 나가 영접을 하였다.(각 학급에 미처 연락도 못하고) 도착하자마자 차 한 잔도 드시지 않고 교내순시를 강행……. (교장과 인사도 없이) 별수 없이 나는 교육장님의 학교순시를 뒤따라야만했다.
(예고 없는 학교순시라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순시가 끝나고 나서 교육장님게서 하신말씀
“학교운영을 이렇게 해서 쓰겠느냐, 좀 더 잘 해야지! 장학지도 좀 받아야겠는데!…….”
이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셨다. 이는 잠깐 동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업이 끝나 교무실에 모여든 교사들은
“무슨 일이지요? 교감선생님, 교육장님이…….”
이는 1970년대 후반 교감으로서 ○○벽지학교 근무 때 겪은 예기치 못한 촌극이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전부 내 죄니 개의치 말고 교육활동이나 충실히 하세요.”
당부말씀 한마디뿐! 심기가 매우 불편한 표정이었다.

이때 벽지학교는 “도서벽지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장과 교감승진 가산점이 부여되었다. 때문에 쟁쟁한 경쟁 끝에 발탁된 관내 모범교사들이다. 장학지도나 행정지도 때에 늘 잘되었다고 칭찬을 받던 학교였으나 교육장과 교장의 갈등으로 많은 시련을 겪어야만했다. 당시 임명권자는 다 같은 대통령! 행정 직책상 교장과 교육장관계인데 직책이 다르다고 해서 이럴 수가 있을까? 아무래도 도를 넘은 것 같았다.
하루는 단둘이 술잔을 마주 들며 기탄없는 정담(情談)이 오갔는데 갈등의 씨앗인 사연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최초로 각 시군에 공립유치원이 한 학급씩 설치될 때 일이었다. 마침○○군 실무 담당자였던 교장과 아주 가까운 제자 K모가 있었다. 은사인 교장의 장녀가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고 있음을 딱하게 여겨 교육장님의 사전양해 하에 임시직 교사발령을 받았다. 그 마무리 예우를 해 달라는 제자의 간청으로 교장은 나름대로 사후인사를 치렀는데 이것에 기인한 사연이었다는 것이다. 사제 간의 정리로 제자로서 사은(師恩)의 보은(報恩)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 얼마나 아름답고 돈독한 사제관계인가! 이 감동적인 사실은 조그마한 탐욕이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일찍이 공자님께서는 예기(禮記)에 스승을 섬기는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론을 주장했다.
오늘날 교원노동조합 활동을 공인한 이때 전락(轉落)할대로 전락해버린 전통적인 사제관은 진부(陳腐)한 생각이라 하겠지만 인륜도덕상 되새겨볼만한 값진 인간관계가 아니겠는가?

교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면내 기관장 모임에 대리 참석한 일이 빈번했었다. 얼마 후 나는 그 학교를 떠났지만 한 번 찍힌 교장의 공직생활은 계속 시련이 뒤따랐다. 박정희 대통령시해사건 즉 10‧26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5‧18)을 치르고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대대적인 서정쇄신이 있었다. 근무가 부실하다는 사유로 얼마 남지 않은 정년을 바라보고 떠나야만 했고 이에 울분을 참지 못한 교장은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삶을 마쳤다. 이 기막힌 사연을 안 것은 나를 빼고 누가 알랴! 이제 지나고 보니 조그만 일로 서로 갈등을 안고 사는 인생들, 새삼 가엾은 생각마저 든다.
갈등이라고 하면 다양하다. 국가적 사회적 종교적 직업적 갈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바람직한 갈등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부정적인 갈등은 사회발전을 저해하고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우리네 인생 백년도 못살고 가는 것을.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설쳐대는 사람들아…….” 가수 최애선의 “즐거운 인생” 노랫말이 떠오른다. 참으로 즐겁게 살다 가야지! 서로 갈등 하는 한스러운 인생사가 되면 쓰겠는가?
갈등의 두 주인공들은 이승을 떠난 지 벌써 10여 년! 저승에서나마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갈등을 풀고 화해하기를 빈다. 고인들에게는 실례된 일이겠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개인 간의 인간사다. 남의 사사로운 부정적인 사연이기기도 하지만 한편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사연이기도하다. 부정적인 사실을 알았으면 참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일이다. 하지만 허무한 인생사를 회고하면서 세상의 공직자들이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09. 4. 20.)

※ 군사부(君師父)일체론(一體論)
사군(事君)은 유은유범(有隱有犯)...임금을 섬기는 데는 숨길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거역 도할 수 있다.
사사(事師)은 무은무범(無隱無犯)...스승을 섬기는 데는 숨겨서도 아니 되고 거역 할 수도 없다.
사친(事親)은 유은무범(有隱無犯)...어버이를 섬기는 데는 경우에 따라 숨길 수는 있으나 거 역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