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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9-03-20 (금) 06:44
ㆍ추천: 0  ㆍ조회: 2553      
방귀 이야기
방귀 이야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뽕!’ 소리가 듣기 좋았다. 악기 소리가 틀림없었다. 아내의 방귀소리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나는,
“나 불렀어?”
아내가 비시기 웃었다.
“이수홍! 이라고 불렀지?”
아무 대답이 없어서 나는 또,
“여보라고 불렀어?”  
“응!”
“나는 당신과 43년간 살다보니 그런 소리 다 알아들을 수 있어!”
새벽부터 둘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방귀는 뱃속의 음식물이 부패 발효되면서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가스다. 이것을 가죽피리라고도 한다. 인체가 악기인 셈이다. 모든 악기는 그 크기에 따라 소리가 다르고 그 소리 또한 각양각색이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등으로 나눌 수가 있다. 방귀소리를 크게 나누면 ‘뽕’ 과 ‘피’ 두 가지다. 보통 소화가 잘되면 ‘뽕’으로 나오고 소화불량일 때 ‘피’로 나온다.
케케묵은 남존여비사상 때문에 남자는 방귀를 당당히 뀌어도 흠이 안 되는 데 여자가 뀌면 흉이 되었던가 보다. 그래서 여자가 참다가 조심스럽게 뀔 때 ‘피’소리가 나기도 한다. 여자가 발뒤꿈치로 항문을 막고 참다가 실패해서 고음으로 ‘뺑’소리를 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그녀의 얼굴이 보기 좋게 붉어진다.
방귀는 쌀밥을 먹을 때보다 보리밥을 먹었을 때 많이 나온다. 우리가 못살던 시절에는 꽁보리밥을 먹었고, 방귀도 많이 뀌어서 방귀에 관한 사연이 참 많았다.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 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업은 엄마가 방귀를 뀌고
“아가 배 아프냐?”
하니 아이가
“엄마가 뽕 하면 내가 배 아파?”
라고 하드란다. 어려서 들은 유머다. 자유당 시절 서슬이 퍼렇던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어느 참모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직도 유명하다.

내가 어린 시절 이립(而立)인 셋째형님이 옆집에 살았다. 냇가에 가려고 우리 집 마당을 지나면서 방귀를 ‘뽕 뽕 뽕 뽕’ 연달아 네 방을 뀌면서 걸어갔다. 제식훈련 때 구령을 붙인 것 같았다. 어머니랑 우리 식구들이 막 웃으면 자랑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면서 씩 웃고 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 방에 날려도 될 것을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아끼면서 쏘아댄 것이다.
어머니는 빨래집개를 놓고 에이자도 모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교도 못 다녀서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지만 방귀해석은 딱 소리가 나게 잘 하셨다. 누가 잔소리를 할 때 옆에서 ‘뽕’하면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란다’고 즉시 통역을 하셨다. 밥을 먹다가 ‘뽕’하면 ‘국 있으면 더 달라’고 한다고 하셨다. 그럴싸한 통역이다. 밥상머리에서 방귀를 뀌고 염치없어 할 틈도 없이 함께 웃어버리게 하셨다. 서양 사람들은 밥상머리에서 방귀를 뀌는 것은 결례가 아니고 트림을 하는 것이 결례란다.
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보리밥을 먹었는데 살기 좋은 지금은 보리밥이나 잡곡밥이 몸에 좋다며 잘 사는 사람들이 즐겨 많이 먹는다. 그러다보니 방귀가 옛날처럼 많아졌다. 도시에 사는 지금, 뻐꾹새 소리를 들으면 옛날 고향생각이 아련히 떠오르듯이 방귀소리도 고향을 그리워하게 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아닐 수 없다.
방귀예찬이라면 물과 이불속에서 뀌는 방귀를 빼 놓을 수 없다. 슬그머니 ‘피’하고 안 한 척하면 되지만 거기서는 그럴 수가 없다. 물속에서 방귀를 뀌면 보기 좋게 물방울이 올라온다. 소리도 좋지만 보기도 좋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 셈이다. 그러나 코는 즐겁지 않고 물을 오염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 발사하기를 권한다. 이불속에서 방귀를 뀌면 냄새를 고스란히 맡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불속에서 뀌면 발로 이불을 쳐들어서 옆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방귀는 정상적인 몸의 기능으로 창자[腸]활동의 중요한 신호다. 그래서 간호사는 수술 등의 처치를 받은 환자의 방귀를 꼭 확인한다.

방귀 얘기를 다 하자면 끝이 없겠다. 결론적으로 방귀는 참 좋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들, 손자손녀들의 방귀에서는 구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좋다고 아니할 소냐? 불량식품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방귀를 뻥뻥 팡팡 뀌면서 사는 세상이라면 참으로 좋겠다.
                                      [2009.3.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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