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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규천
ㆍ작성일	2010-03-22 (월)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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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봄나들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김규천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디카클럽 회원들은 석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봄 냄새를 맡으러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찾았다. 올해 들어 일기가 고르지 못한 탓인지 매화꽃은 곱게 피지 않았다.

매화마을은 원래 밤나무단지였다. 그런데 이 일대가 매화단지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70여 년 전 1930년대 김오천 옹이 밤나무와 매화나무 묘목 5,000그루씩을 갖고 들어와 심은 결과다. 6~70년대 마을사람들은 돈이 안 되는 매화나무를 대부분 베어 냈지만 김 옹은 5만여 평의 청매실농원을 끈질기게 지켜냈다.
김 옹은 1988년에 타계하였다. 그의 며느리 홍쌍리(洪雙理) 여사는 부산에서 1964년 22살에 첩첩산중인 이 산골로 시집을 왔다. 그 산골의 궁색하고 힘든 삶을 견디기 어려워 수 십 번이나 도망갈 준비를 하며 섬진강변에 숱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의 마음을 붙잡은 것은 매화꽃이었다.
1970년대 시댁의 사업이 실패하여 45만평이나 되던 땅이 5만평으로 줄어들었고, 집안이 점점 기울었다. 그때 남편 김달웅이 화병으로 몸져누우면서 자신이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고, 이때부터 홍 여사는 본격적으로 매화나무 심기에 매달렸다. 동네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비탈에 심겨진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한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실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매화나무는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 겨울을 이기고 나오는 화사한 봄의 상징인 매화꽃이 이 땅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청매실농원은 시아버지 김오천 옹과 며느리 홍쌍리 여사의 뚝심이 일궈낸 합작품이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고 한 속담을 떠올리게 하였다.
지난 1997년부터 해마다 3월에 열리는 매화축제 때는 주변의 교통이 막힌다. 오늘도 주차할 곳이 없어 회원들을 내려주고 일방통행 길로 두 바퀴를 돌아 겨우 주차하고 나니 회원들은 어느새 사진촬영을 다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디카회원들의 출사 때는 자가용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다니자고 입을 모았다. 청매실농원의 매화꽃은 아름다웠지만 나는 주차할 곳을 찾노라 헤매다 시간을 보내고 만 봄나들이였다.
(2010.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