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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오명순
ㆍ작성일	2009-08-03 (월)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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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오명순

1. 거미 같은 사람
거미는 그늘지고 음침한 곳을 좋아한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방식대로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거미줄을 친다.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산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이 쳐 놓은 거미줄을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떤 예술가도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놀라운 솜씨다. 그들은 어디에 거미줄을 쳐야 먹이가 잘 걸려들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아무리 멀지라도 장소를 정하면 해내고야 만다.
자연을 적당히 이용할 줄 안다. 몸에서 실을 뽑아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날리면 반대쪽 정해 놓은 위치에 걸리게 되고 그 줄을 씨줄 삼아 열심히 거미줄을 엮어 간다. 자기만의 사냥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후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고 먹이를 기다린다. 누구도 그곳을 피해 갈 수 없다. 거미는 자기만을 위해서 집을 짓고 음흉한 눈으로 사냥하여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한 번 걸리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살려 달라고 아무리 애원을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애원하면 할수록 더 조여들고 거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흘린다. 힘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려들어 포식한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아이, 노인, 부녀자들을 외면하고 자기의 욕심을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잔인한 살인강도들, 강한 자가 더 강해지기 위해 약한 자를 괴롭히고 먹어치우는 인간들의 세계와 무엇이 다른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지 이 거미줄이 있어서 약한 자를 짓밟고 가차 없이 먹어치우는 그런 거미 같은 사람이 있다.

2. 개미 같은 사람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을 연꽃이 예쁘게 핀 덕진공원에서 가졌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난 우리는 공부는 잠시 잊어버리기로 하고 열심히 웃어댔다. 우리는 연못가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았다. 활짝 핀 연꽃으로 빙 둘러싸인 곳에서 오리가족이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엄마오리는 아기들에게 물구나무서서 먹이를 먹는 법을 교육중이고 아빠오리는 가족을 지키느라 분주했다. 이방인이 가까이 오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기세였다. 참 눈물겨운 가족 사랑이다. 돗자리 주위에는 우리가 먹다 흘린 과자부스러기를 나르느라 개미 군단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기들 몸체보다 어머 어마하게 큰 먹이를 등에 지고 가는 개미를 보았다. 그리 큰 것을 어떻게 지고 갈 수 있는지, 참 신기했다. 어찌 보면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고 지구도 태양계도 다 나이를 먹고 있다지 않은가. 시간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월이 흘러가고 있고 무엇인가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도대체 개미들의 집은 어디쯤 있는 것일까. 오늘 안에 과연 저들은 집까지 안전하게 저 먹이를 옮길 수 있을까. 가다가 죽을지라도 계속 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바로 눈앞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개미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베짱이가 여름내 그늘에서 노래만하다가 겨울이 되어 개미에게 먹을 것을 구할 때 개미는 게으른 베짱이라며 주지 않았단다. 개미는 자기들만을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베짱이는 많은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주는 일을 했다. 적당히 자기 것도 챙기지 않고 남만 즐겁게 해 준 것이 바보스럽기는 하지만 그런 베짱이 같은 사람이 있기에 세상이 살만하다고 할 것이다. 개미는 남이야 어떻든 자기만 잘 살면 되고 어려운 이웃은 섬길 줄 모른다. 그저 열심히 땀 흘려 일해서 자기네 집에 쌓아 둔다. 지고 가는 무거운 짐을 번쩍 들어 집까지 갖다 주고 싶었지만 은근히 얄미워서 그만두었다.

3. 꿀벌 같은 사람
어떤 일이 만족스럽고 행복할 때 꿀맛 같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나 단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에도 그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인생을 꿀맛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가끔 입맛이 소태처럼 쓰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소태처럼 쓴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살다 보니 소태처럼 쓴 것이 어떤 것인지, 언제 입맛이 소태처럼 썼는지 중년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은 꿀맛 같을 때보다 소태처럼 쓸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나에게 소태처럼 쓴 사람이 있고 또 내가 누군가에게 소태처럼 쓴 맛일 때도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에 아버지는 산에 가셔서 땔 나무를 지게에 가득 지고 오시곤 했다. 그 무거운 나뭇짐만큼이나 아버지의 삶의 무게도 무거우셨으리라. 많이 가르치지 못한 미안함에 자식들에게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으신 아버지는 입맛이 소태처럼 쓰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꿀벌 같은 분이셨다.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서 사신 것보다 타인을 위해서 평생을 사셨다. 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꿀을 가져오셔야 했다. 아버지는 열심히 꿀을 나르셨지만 꿀맛을 모른 채 입이 소태처럼 쓰다고 하시며 천국 꽃밭으로 날아가셨다. 그 곳에서 마음껏 꿀을 드셨으면 좋겠다. 이 땅에 사시는 동안 꿀을 조금이라도 드셨더라면 위암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가져 온 꿀을 먹고 우리는 자랐고 공부했으며 힘을 얻었다.
꿀벌은 꿀을 주는 꽃에게 열매를 맺게 해 주어 보답하고 자기들이 먹고 남은 꿀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은혜에 보답할 줄 알고 이웃을 섬길 줄도 안다. 꿀맛 같이 단 인생은 살지 못하더라도 아버지처럼 꿀벌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