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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홍영선
ㆍ작성일	2009-07-31 (금)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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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가는 딸에게
시집가는 딸에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홍영선

아! 곱다. 저렇게 예쁠 수가? 너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아름다운 왕비다. 그 옆에 서 있는 왕자님은 왜 그리 늠름하고 빛나는지?

축가가 장중하게 울려 퍼진다. 촛불을 켜는 엄마가 더 떨린다. 잘 어울리는 한 쌍! 축하객들의 탄성이다. 인연끼리는 그렇게 빛이 나는 것이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평생 함께 해 줄 좋은 반려자는 신의 축복이다. 오늘처럼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에 겨운 평생이 되는 게야. 수많은 하객들의 축복과 양가 부모님의 축성으로 이제 어른이 된 너!

삶의 질을 높이려 애쓰고 가을이면 국화분 하나라도 집안에 들여 놓을 줄 아는 감성을 가지고 평생 살거라.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이제 할 일은 공부만 하느라 이제껏 자신을 옥죈 남편에게 따스하고 편안한 안식처를 만들어 때로는 누님처럼, 엄마처럼 늘- 애인처럼 대해주고 어린양을 가슴으로 품어주며 푸른 물가로 인도하는 아내가 되는거야. 신랑이 거기서 재충전과 안락을 누릴 수 있도록,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그런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어 주는거야. 남자의 힘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되는 거란다. 훌륭한 사회인이 되도록 네가 내조를 잘 해야지.

27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너희는 서로 조율할 것들이 많겠지.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해 주면서 보조를 맞춰 보렴. '그이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단다. 부부란 하나가 행복하면 서로 행복하고, 하나가 불행하면 서로 불행한 거란다.

살림을 배워 본 적 없는 너지만 그런 사랑이 밑바탕에 있으면 만드는 음식도 저절로 맛이 있어지고 밥은 보약이 되지. 집안을 청결하게 하고 남편을 위해 정성을 다히면 된단다. 사랑이 충만한 가정은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법이거든. 아이들을 낳아서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의젓한 국제적인 인물로 키우고, 가문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훌륭한 부모노릇을 해주어야지.

참으로 결혼은 행복한 것이란다. 혼자 하던 일을 둘이 의논해서 하니까 의지가 되고 더욱 자신감이 생기는 거야. 혼자 일하는 너를 보면서 외로워 보여 안타까웠는데, 씩씩한 청년이 이제 네 옆에 떡 버티고 서 있으니 얼마나 믿음직한지 모르겠다. 이제 내 책임을 내려놓고 네 신랑에게 너를 맡긴다. 또 네 신랑은 네가 맡아야 한다.

너를 키우면서 내겐 꿈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춤 추는 너를 보며 국제적인 무용인이며 교수를 만들까? 그런데 그 길은 너무 힘들고 험난해. 예술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자기와의 싸움인데, 내 딸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더구나 너처럼 일등을 해야 만족하는 애는 더욱 힘들꺼야.

그러면 사업가를 만들자 생각했었지. 재기발랄하고, 리더십 강하고 때론 대범하며 욕심이 있는 너는 어떤 사업도 잘 할꺼라 생각했지. 그래서 네게 많은 걸 경험하게 하려고 내 나름대로 고생을 시켰단다. 그때마다 잘 따라 준 네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네 욕심껏 안될 때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널 보면서 가슴도 아팠다. 그러나 이제 먼 훗날 네가 어떤 일을 할 때 그런 경험들이 큰 플러스가 될 게야. 세상에 공짜란 없단다.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야. 이제 결혼했으니 육아가 끝난 뒤 다시 생각해 보자. 뭐니뭐니 해도 자식 농사가 가장 으뜸이니까.

네 시부모님께서 훌륭한 말씀을 하시더구나. 주춧돌은 자신들이 놓았으니 이제 그 위에 너희가 명문가를 만들어 보라고. 사람이 뜻을 세우면 그 길로 정진하게 되고, 강렬히 원하면 꼭 이루어 진다지 않던?

얼만큼 세월을 맢당길 수 있을지 그것이 문제인데, 중도에 뜻을 저버리지 않는 한 반드시 이루어지니까 너희는 해낼 것으로 믿는다. 시부모님의 말씀을 명심하여 효도를 해야지. 가문을 빛내고 서로에게 자랑이 되도록 하렴.

사랑하면서 살기도 짧은데 혹여 다투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밖에 나가서는 좋은 얘기만 하고, 혹시나 안 좋은 얘기는 엄마랑 아빠랑 하자꾸나. 어른들의 지혜를 빌리는 거라고 생각하렴.

깊이 사랑하다 보면 일심동체가 되는 거야. 정말 행복해야 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전주천 갈대밭 사이로 밤바람이 시원해서 너무 좋으니 갈대밭에 자리를 펴놓고 사위가 따라주는 술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인생을 얘기해 보자꾸나. 일곱 빛깔 무지개의 영롱함에 대해서도.

유지강! 신슬기! 사랑한다.

2005년 10월 1일

엄마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