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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서상옥
ㆍ작성일	2009-07-17 (금)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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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으로 오셔요
주말농장으로 오셔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서상옥

6월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꺅꺅꺅꺅 늦잠을 깨우는 까치 소리가 유난히도 맑다. 고향이 그립다. 선산밑 황토밭을 갈아 주말농장을 일구어 나가는 것이 올해의 내 꿈이다.

흙과 더불어 살아온 내가 공직생활을 하면서 농촌을 등지고 고향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수십 년, 고희가 넘어서야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이 묻혀 있는 고향을 찾게 되었다.

주말농장! 어쩐지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성싶다. 어린 꿈나무들을 심어놓고 생기가 돋아나는 삶을 누리고 싶다. 전주군산가도를 달리다 보면 난산초등학교가 나온다. 이 학교가 바로 내가 꿈을 키웠던 모교다. 모교를 옆에 끼고 지날 때마다 내 손으로 심은 소나무들이 자라 70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것 같다. 흐뭇하기 그지없다.

내 나이도 고희를 넘은지 5년에 접어든다. 나무는 저렇게 무성하여 건강을 뽐내고 있는데 황혼 길에 접어든 나는 해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지 않은가. 세월이 쌓일수록 인생의 무상함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아내와 함께 성묘를 했다. “어머님!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 몰고 논갈이 하시던 아버님의 소탈한 모습도 떠오릅니다. 고이 잠드신 선영에서 잠시 묵념을 올릴 때 어머님께서 손뼉을 치시며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새타령’이라도 들려주시는 듯합니다.”

잠시 후 전주 상가에서 구입해온 고추와 상추모를 비롯해서 가지, 토마토, 치커리 등을 적당한 간격으로 심었다. 모처럼 하는 일이라 허리가 아프고 손목이 저렸다. 이런 것도 일인가, 대밭 모서리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이 황토밭을 가꾸며 우리를 기르고 가르쳐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그리게 된다.
어버이 살았을 때 섬기길랑 다 하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다 흘러가버린 옛 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이미 그러한 어버이가 되어 황혼 길에서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

흙과 더불어 흘리는 땀은 너무나 값진 것이다. 순수하게 그 흘린 땀방울만큼 수확이 약속된다. 그러기에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 하지 않았는가? 원시시대부터 농경사회는 우리 삶의 바탕이었고 인류 문화의 뿌리였다.

산업의 발달로 농촌이 피폐해지고 농산물도 환경오염으로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고 하니 한심하다. 친환경적인 무공해식품! 이것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농약을 쓰지 않는 작물을 계약 재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무공해식품을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욕망이리라.

나는 날마다 식탁에 오르는 야채부터 신선한 것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농장에서 내 손으로 가꾸는 채소야말로 정이 묻어나는 신선한 야채다. 다정한 이웃과 친우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식품이다.
“친환경 무공해식품을 마음껏 먹지 않을래요? 우리 주말 농장에서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상추, 쑥갓, 아욱들이 너풀대며 어서 오시라고 푸른 마음을 마음껏 뿌리면서 손짓 하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다. 내 정성껏 가꾸어 온 농장에는 가지와 고추,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약한 지주가 넘어지기도 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어깨가 아프도록 뽑아내고 과채류가 좋은 열매를 맺도록 곁순을 따주기도 했다. 소리 없이 길게 자란 가지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가 볼수록 사랑스럽다.

우리 고향에는 농대를 나온 선배 한 분이 있었다. 원예단지를 조성하고 비닐하우스농장을 개척해서 농가소득 배가운동에 앞장서 왔다. 어린 시절에 몰래 들어가 토마토를 훔쳐오다가 들킨 적도 있었다. 짓궂은 어린아이들의 장난이었다. 요즈음처럼 도둑으로 몰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것이 바로 넉넉한 시골인심이요, 낭만어린 하나의 추억이다.

자연이 한없이 푸르게 짙어갈 때 우리 주말농장에는 내가 흘린 땀의 대가로 고추와 가지,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며 상추, 아욱 등이 풍성하게 자라니 후덕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무더위 속에서도 추억 어린 고향이 싱그럽고 달콤하게 여물어 가고 있다.

고향은 언제나 내 마음의 요람이요, 영원한 어머니의 품이다. 오늘따라 땀 흘리며 일하시던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송강가사에 실려 있는 훈민가 한 수를 읊어보고 싶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시면 이 몸이 사라시랴
하늘같은 은덕을 어찌 다해 갑사오리
(2009.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