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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일신
작성일 2009-03-28 (토) 14:12
ㆍ추천: 0  ㆍ조회: 2105      
y여사와의 이별
Y여사와의 이별

                   전주안골노인복지복지회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나는 조그만 가게를 하나 가지고 있다. 전에 운영하던 세입자가 기간이 만료되어 나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운영하려고 했으나 마침 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이 있어서 Y여사와 계약을 하였다. 아들이 인테리어업자라더니 며칠 사이에 험하던 건물을 아
주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 놓았다.

Y여사는 연세가 드셨지만 미인형이고 부드러우면서도 예의가 바른 분이었다. 아들과 함께 힘겹게 가게를 수리하는 걸 보며 고마운 마음에 식사라도 함께 할 때면 친언니처럼 정겹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음식 솜씨도 좋고 인품이 넉넉하신지라 가게운영을 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갔다.

어느 날이었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 가게로 전화를 했더니 아들이 받았다. Y여사의 안부를 묻자 어제 갑자기 아파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라 병원으로 갔다. Y여사 병실을 찾아 가보니 얼굴은 퉁퉁 부었고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링거 줄과 산소 줄 등을 주렁주렁 매단 채 깊은 잠에 빠진 분이 틀림없어 보였다.

 곁을 지키는 간병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더니 어제 Y여사는 관광버스를 타고 계원들과 함께 놀러 갔다고 한다. 점심 식사 후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며 창가에 앉아 계속 구토를 하다가 쓰러지니까, 남원의료원으로 데려 갔고 거기서 다시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 왔다고 했다.

 의사는 너무 늦게 와서 도리가 없다고 하자 보호자 측에서 수술을 원했다고 한다. 얼마나 놀랐을까? 나는 환자를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다 팔과 손을 어루만지며 눈을 좀 떠보라며 애원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안타까웠다. 정숙한 분이셨는데 이미 죽음을 맞고 있는 그분을 보니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2008년 9월 통계청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망순위 1위가 암이고(25.5%) 2위가 뇌혈관질환(13.9%)으로 나타나 있었다. 일행도 많았을 텐데 누구 한 사람이라도 뇌의 손상을 의심하여 속히 119를 불러 신경과 전문치료가 가능한 응급실로 이송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늦어도 4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살 수가 있다는데, 검사시간이 2시간 정도 소요되니까. '아직 68세밖에 안 되었는데…….' 나는 주문을 외우듯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죽음! 죽음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흔들어 놓는 것일까? 생물의 수명은 유한하다. 그러기에 조금이라도 더 살고자 안간힘을 쓰지 않던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 치지만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한낱 미물도 죽을 때를 예감하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고, 여우는 머리를 자기가 살던 고향쪽으로 향한다지 않던가.

 Y여사는 입원 3개월이 지나자 더 이상 의학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남편은 공직에 계시다 정년퇴직하셨지만 5남매 중 모셔갈 자녀가 없었는지 어느 노인시설로 가셨다고 한다. 이 또한 인생무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4~5년 전 우리 모임에서 제주도에 간 일이 있었다. 2박 3일로 갔는데 3일째 되던 날 아침, 호텔 앞에서 발을 헛디뎌 오른쪽 발이 접질렸다. 발에 열이 나고 부어올라 신발을 제대로 신을 수 없었다.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 봐 괜찮다면서 쩔쩔맷던 때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외지로 나가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평상시 응급상황 대처방법이라도 잘 익혀두고 인덕도 두둑이 쌓아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톨스토이(1828~1910 러시아 문학인)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다. 태어난 순서대로 갈 거라는 기대 속에서 살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나는 Y여사와의 갑작스런 이별을 겪으며, 사는 동안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쳐가며 보다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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