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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수영
ㆍ작성일	2009-03-26 (목)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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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눈물
딸아이의 눈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수영

딸아이가 울고 있었다.
딸아이 가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시작의 설렘과 두려움, 초조함 등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이런 나와는 달리 가현이는 신바람이 난 듯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홀로 서기라는 걸 아는 것일까. 단순히 새로운 학용품과 책가방 그리고 사촌 언니와 오빠처럼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기뻐서 마냥 의기양양했었다. 등하교를 같이하면서 우리 두 모녀는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서먹해지기도 하면서 3월의 첫주를 보냈다. 그리고 둘째 주 수요일이었다. 딸아이는 학교로 아들은 어린이집으로 보낸 뒤 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내 마음은 온통 딸아이의 학교에 머물고 있었다. 수필반에서의 나의 할 일도 손에 닿질 않았다. 내가 너무 의기소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무면허 초보엄마일 뿐이었으니까.
우리 엄마도 그랬을까. 아마도 농삿일에 빠빠서 그럴 틈도 없었을 거라고 난 이날 이때까지 내 마음대로 규정해 버렸었다. 엄마들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애를 키우면서 늦게 배운 기본 상식인데 어쩐지 씁쓸했다.

12시 10분에 끝나는 딸아이와 수업시간이 같아 수요일은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수업을 보냈다. 첫 수업인데 혼자 갈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동네 학부모한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수업 후 바로 방과 후 수업에 가란 얘기를 잊었는지 내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또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딸아이를 부탁하고 전화를 끊으니, 엄마 없이 허둥지둥할 딸아이가 눈 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활발한 아이이긴 해도 낯갈이가 좀 있는 아이였다. 아직은 낯선 4층 학교건물에 충분히 주눅이 들고도 남았으리라. 그렇게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으로 향했다.
맞벌이를 하는 언니 마음은 오죽했을까. 내가 언니 아이들을 2년 정도 수업 후 점심을 먹이고 학원으로 보내고 했을 때 언니가 필요 이상 내게 고마워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런 아이들이 같은 학교 3학년과 5학년이 되어 내게도 딸아이에게도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집앞에서 딸아이가 오기만 기다렸다. 연애하면서 신랑을 기다리던 마음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애잔함이 봄 바람을 통해 파고 들었다. 이 시간, 딸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

이때 아파트 저쪽 끝에서 분홍색 물결이 일었다. 분홍색 점퍼에 보라색 바지, 분홍색 가방과 신발 주머니를 들고 학교에 갔던 딸이다. 딸아이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날 알아 봤을 텐 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더 크게 "가현아!" 하고 불렀다. 그런데도 딸아이는 날 부르지도, 달려오지도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내가 먼저 딸아이에게로 달려갔다. 그러자 조금 뒤 딸아이도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작교에서 일년에 한 번 만나는 견우직녀보다 더 애틋한 우리 모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딸아이를 품에 안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딸아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화들짝 놀란 내게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딸아이가 입을 떼었다.
"혼자 오는 데 무서웠어, 엄마도 보고 싶고."

딸아인 처음 가본 4층 컴퓨터 교실에서 혼자 내려 오면서 무서웠다고 했다. 그랬을 것이다. 1층인 제 집만 드나들던 아이였으니, 친구도 없이 혼자 4층을 내려와야 했던 낯설음과 두려움이 작은 아이를 더 작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 품에 안겨 훌쩍거리던 아이는 금세 평온을 되찾고 내 강아지 가현이로 돌아왔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렸다. 간식과 점심을 먹던 어린이집 습관이 있어서 허기를 잘 참지 못했다. 며칠 방과 후 교실에 데려다주마고 약속을 하고 밥을 먹였다. 조잘대는 아이가 금세 엄마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배부른 딸과 안심이 된 나 사이에 애틋한 마음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또 다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렇게 묶어야 더 예쁘다니깐."
"엄마, 내가 알아서 묶는다고."
"엄마 말좀 들어. 그렇게 하면 촌스러워."
"촌스러운 게 뭔데? 그래도 이렇게 하고 싶단 말야."
"그럼, 니 맘대로해."

이렇게 우리 두 모녀는 애인 같기도 하고 소소한 것에 목숨 거는 적대관계가 되기도 한다. 때론 쇼핑도 같이 할 만큼 취향도 비슷한 단짝 친구가 되기도 한다. 사소한 오해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엄마란 이름으로, 딸이란 이름으로 만난 우리 두 사람.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이 또 있을까. 이날 난 딸아이의 눈물을 본게 아니었다. 그 눈물 속에 날 의지하고 사랑하는 딸 가현이의 마음을 보았다. 이렇게 작고 예쁜 아이가 내 딸이라니 다시 한 번 나의 엄마와 조물주에게 감사하고 싶다.

"사랑하는 엄마딸 가현아.
항상 건강하고 밝게 자라다오. 눈 물 짓는 날보다 행복한 날 만이 가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켜 봐 줄게."

(2009.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