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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용배
작성일 2009-03-25 (수) 17:03
ㆍ추천: 0  ㆍ조회: 2206      
바보들의 소백산 기행
 바보들의 소백산 기행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김용배
                                                                     

고등학교 동기동창부부 모임을 시작한 지는 30대 중반부터였으니 25년쯤 되는 것 같다. 너무 자주 만나는 처지라서 누구 집에 무슨 일이 있고, 누구 며느리는 어디서 데려왔으며, 손자 손녀는 몇이라는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고 지내는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때도 소백산 철쭉제에 가기로 하였는데 준비위원장을 맡은 친구의 설명을 듣고 해봄직 하다고 생각되어 결정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퇴원한 지 보름쯤 되는 양 선생의 부인이 참가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인삼의 고장, 풍기에서 1박을 하고 등반이 시작되는 곳에 우리들을 내려놓고 버스를 반대편 희방사로 보낸 우리는 소백산 정상을 거쳐 연화봉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평상시 같으면 소백산 등산 시작점이 해발 300m 정도 되는 버스 주차장이었으나 이 날은 축제에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약 4Km 산 아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평상시 주차장까지 오니 벌써 이마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는데 준 환자인 양 선생 부인이 무척 힘겨워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무모한 산행은 4시간 정도 계속되었고, 가까스로 정상에 오르니 오후 1시가 넘었다. 대충 밥을 먹고 연화봉을 향하여 출발하니 눈앞에 보였던 연화봉이 가도가도 나오지 않았다. 철쭉꽃 보는 재미는 포기하고 해가 떨어질 걱정만 하면서 강행군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연화봉에서 시작되는 가파른 하산길에 드디어 우리의 준 환자께서 더 이상 못가겠다는 비장한 선언을 하였고 남편 양 선생은 기마전 때처럼 아내를 태우고 내려가자고 하였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해본 이후 처음으로 우리들은 적군이 없는 야간 기마전 채비를 하고 그 가파른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참으로 무모한 산행이었으며 환자를 전혀 배려하지 못한 우리들의 어리석음에 화가 치밀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던 준비위원장 부부를 안심시키며 희방사에 도착하니 밤 8시쯤이었다. 여기까지가 제1막 고난의 에피소드다. 파김치가 된 부인들은 버스에 타자마자 잠에 빠졌고, 우리 남정네들은 술을 마시며 기마전 무용담을 나누며 귀향을 재촉하였다.
속리산 근처 주유소에서 차를 멈추고 먹을 것을 챙기고 차는 출발하였다. 버스 속에서 술에 취한 남정네들은 버스안내양의 리더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자정이 좀 지나서 전주에 도착하였다. 그때서야 부인들을 깨우고 서로 짐을 챙기는데 버스 속에서 제일 신나게 놀던 송 선생 아주머니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야! 가장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리 집사람은 지금 속리산 주유소에 있단다.”
꼭 했어야 할 인원점검을 하지 않고 출발해 버린 바보들의 여행, 이게 제2막 황당 에피소드다. 이 사건은 우리들이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자 이후 송 선생을 동창회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된 가슴 아픈 사건이기도 하다. 며칠 뒤 아버님을 뵈러 갔는데,
“애비야! 젊은 놈들이 그렇게도 정신이 없냐? 어떻게 각시를 빠뜨리고 댕기냐?”
아마 우리 친구는 뭇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그때마다 심히 괴로웠으리라. 그런데 바보들은 이러한 친구의 괴로움을 일찍 헤아려 주지 않고 오히려 웃음거리로 만들어 안주삼아 희희낙락하였으니 그들 부부가 다시는 동창회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2009.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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