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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의
ㆍ작성일	2010-02-25 (목)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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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명절 2박3일
단란한 명절 2박 3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

그동안 전주가 낯설어 시장에 잘 안 다녔다. 그러다 중앙시장에 몇 번 가보니 역시 시장은 활기가 있어 사람 사는 맛이 났다. 어쩌다 횡재도 할 수 있으니 자주 이용해야겠다. 그래 올 설 준비는 수필을 공부하러 가는 금요일마다 2주에 걸쳐 중앙시장에서 장을 봤다. 한복집에서는 손자 수대로 복주머니를 색색으로 골라잡으니 내가 세뱃돈을 받을 때보다 더 설렌 것은 할머니의 손자사랑 방법 중 하나인 모양이다. 이것저것 챙겨 들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깜빡 존 모양이다. 운전기사의 고함에 잠에서 깨어나니 차를 타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노인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내리려고 일어나다 다리에 힘이 없어 그리된 모양이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도 멀지 않아 저리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맥이 빠지며 우울해짐을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조상과 내 아이들을 위하여 설 준비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니 오늘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하자.’ 아직 육신이 버티고 있어 명절 차림을 준비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일지도 모른다.

광주(廣州) 집을 지키는 남편은 설맞이 준비에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겨울이면 좀처럼 하기 힘든 베란다 창문까지 깔끔히 닦아 정갈한 집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다 아들들이 맥주 안주로 좋아하는 골뱅이까지 준비해 놓고 있었다.

설을 맞이하면 아이들은 세뱃돈을 얼마나 받을 지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고 난 얼마나 줄 것인가 신경을 쓴다. 그래도 명절만 되면 나도 기다리는 게 있다. 자식들이 고맙다고 건네주는 절 받은 값과 큰아들이 들고 오는 자잘한 선물꾸러미를 풀 때가 즐겁다. 비록 비싸지 않은 꾸러미들이지만 그것에는 지방의 특색이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의원들의 선거구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이 크기 전에는 받기보다는 선물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받는 편이다보니 그 또한 설이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복주머니에 돈을 넣을 틈도 없어 설날 새벽 미등 아래서 연년별로 구분해서 돈을 넣었다. 아침을 먹고 난 아이들에게 세배하는 법도를 가르쳤다. 그도 복지관에서 전문가에게 배웠기에 당당히 재연하며 설명하니 기특하게도 잘 따라 했다. 어느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예향의 도시 전주는 열의만 있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어 노년을 멋있게 보낼 수 있는 고장이다.
절하는 법을 배운 아이들의 예쁜 절을 받고 예정대로 복주머니를 나눠주었다. 받은 즐거움도 잠시 손자 현우가 울음을 터트렸다. 저만 천 원짜리라고……. 어찌하여 천 원 만 원도 구분 못해 실망시킨 할머니가 너무 미안했다.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명절이면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어 기쁘다. 제각각 맡은 일에 얽매이다 보니 주말이라고 한가하지 않은 게 요즈음 젊은이들이라 형제끼리도 얼굴 보기가 어렵다. 모처럼 만난 형제들은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하더니 재미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2남 1녀에 며느리들까지 글을 써 엄마 메일로 보내 공동으로 책을 꾸며보자는 것이었다. 이토록 엄마 글을 쓰는데 관심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든든한 언덕으로 다가왔다.

명절이면 귀향으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고 힘들어 하는데 딸네는 역귀성을 하고 아들들은 찻길이 멀지않으니 2박 3일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