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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기춘
ㆍ작성일	2010-05-04 (화)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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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의 해외 나들이
돼지들의 해외 나들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임실군청에서 근무하던 돼지띠 일곱 명이 정년퇴직을 했다. 우리 돼지띠 동갑내기들은 젊었을 때는 물론 회갑이 지난 지금도 서로가 '돼지 같은 놈'이라 부른다. 나이가 동갑이라 어떤 호칭으로 불러도 괘념치 않지만 우리들은 특히 돼지띠들이라 돼지 같은 놈이라 부르며 서로 웃기 일쑤다. 작은 직장이라 때로는 승진이나 보직이 바뀔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음에 서운한 일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동갑내기라는 동질감이 더 앞섰기에 우리들의 우정은 깊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임 뒤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런데 한 친구는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퇴임하던 그 이듬해 저승길로 가버렸다. 가정에서는 물론 직장이나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사랑받는 사람이기에 저승에서도 일찍 데려간 모양이다. 그 친구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시리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 친구가 먼저 가버려서 서운할 것이다. 그래서 여섯 명이 되었는데 한 친구는 사정이 있어 참여를 못하고 다섯 부부가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지는 터키와 그리스로 정했다. 아내나 친구부인들은 거리가 멀다고 걱정했지만 남편들의 의견을 따라 주어서 고마웠다. 여행일정은 지난 4월 6일부터 4월 14일까지로 정했다.

터키와·그리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여행지와 일정이 정해진 뒤 서점에 가서 가이드북을 샀다. 터키에 대한 가이드북은 쉽게 샀는데 그리스에 대한 가이드북은 몇 군데 서점을 살펴봐도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그리스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스에 대해서는 그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신화공부를 하면서 들은 정보도 있어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뒤늦게 청소년들의 역사 교양서로 김상훈이 쓴 통세계사도 읽어봤다.

여행지의 가이드나 운전사, 식당종업원 또는 호텔안내원들을 비롯하여 여행도중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 줄 가벼운 선물도 구입했다. 언제나 외국여행을 나서면 이들에게 가벼운 선물을 했다. 일본을 갈 때는 인삼제품이나 김을 주로 선물했지만, 유럽이나 미국을 갈 때면 전주 경기전 앞 민속공예품 판매점에서 우리 고유의 민속탈 목걸이를 주로 산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도움을 받은 외국인들에게 탈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면 퍽 신기해하고 좋아하여 주는 나의 마음도 즐거워졌다. 그래서 외국에 갈 때면 항상 탈 목걸이를 준비해 가지고 간다.

아내는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탈 일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체력향상을 위해 매일 천변에 나가 운동을 열심히 했다. 나이 들어서는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운동에 대한 취미도 생겨 큰 수확을 얻었다. 여행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자 아내와 함께 마트에 갔다. 아내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넉넉하게 샀다. 내가 좋아하는 술도 내가 계획했던 양보다 넉넉하게 샀다. 마트에 가면 평소에는 무엇이나 조금씩만 사는데 여행을 가려니 마음이 넉넉해진 모양이었다. 절약하는 모습도 좋지만 즐거운 여행을 위해 이것저것 넉넉하게 사는 아내의 모습이 오히려 더 보기에 좋았다.

어릴 적 소풍이나 수학여행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던 생각이 났다. 인생살이를 흔히 여행에 비유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삶은 매일 매일 새로운 여행지를 가는 마음으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면 삶이 항상 내일이 기다려지는, 희망차고 설레는 삶이 되지 않을까한다. 마음이 설레어 밤잠을 설치고 2010년 4월 6일 새벽 드디어 거리는 멀지만 마음으로는 가까운 나라 터키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