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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장병선
ㆍ작성일	2010-05-01 (토)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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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견문기
일본 견문기

-두 번째 일본 여행-

행촌수필문학회 장 병 선

일본에서 자동차를 타면 도로 외쪽으로 달린다. 차량의 운전석과 출입문도 우리와 반대쪽에 있어서 여행 첫날에는 헷갈린다. 관광버스를 타고 코너를 돌 때, 앞쪽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충돌할까봐 좌석에 앉아 있는 내가 오른쪽 발끝에 힘이 주어진다. 국왕이 있는 영국, 태국, 일본은 약속이나 한 듯 아직도 차량이 왼쪽으로 달린다. 오른쪽 도로에서 달리는 것보다 교통사고율이 적다고 한다. 우리 일행 15명을 태운 미니버스가 일본 동경 주변을 서너 시간 달리면서도 차안에서는 음악을 틀어놓지 않았다. 안전벨트가 설치되어 있으나 착용하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과속을 하지도 않아다. 그저 마치 병아리가 어미닭을 따라가듯 앞차만 졸래졸래 따라 달렸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처음 운전을 하면서 10km쯤 과속으로 달리다가 적발되어 백만 원의 벌금을 물었단다. 거리에서는 교통순경을 찾아보려 해도 보이질 않았다. 4일간 시즈오카, 닛코, 동경, 하코네 등의 일본 중부지방을 여행하면서 사고 차량을 한 대도 보질 못했다.

이번 여행지가 일본 수도 도쿄중심가지만 자전거 이용자가 많았다. 아침에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여학생이 치마를 입고 그냥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했다. 슈퍼마켓 앞에는 찬거리를 준비하려는지 자전거를 탄 여성이 많았다. 그런대 주차장은 찾아볼 수 없고 길거리에 자전거가 줄지어 보관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법석을 떤 일이 있었다. 자동차 한 대 보관할 장소라면 자전거를 20대를 보관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는 시내에서 자전거 사용이 생활화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일본에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도로에 휴지조각은 물론이고 흙이나 지푸라기 하나 보이질 않았다. 도로가 깨끗하여 흙먼지가 날리지 않으니 하얀 옷을 입어도 3~4일은 거뜬히 지내고, 내가 낀 안경도 깨끗하다. 고속도로변의 나무 울타리는 빨강 단풍과 연두색 측백나무가 색동저고리를 입고 나란히 서있어서 보기 좋았다. 또 고속도로의 방음 휀스(담장)가 투명으로 설치되어 있어 시골풍경이 시원스럽게 보였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시설한 고속도로 휀스는 투명으로 설치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휴지는 물론 돌덩이 하나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나는 일부러 휴게실 구석을 찾아가 자세히 살펴봤다. 휴게실 한쪽 모퉁이에는 담배꽁초 두서너 개가 버려져 있긴 하였다.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완전할 수는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깨끗했다. 화장실 수도꼭지는 손만 대면 물이 즉시 나와 편리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화장실도 일본의 시설에 뒤지지 않는다. 공중화장실 관리가 그 나라 문화척도의 기준이 되는 것 같았다.

일본이라고 우리보다 모든 면이 낫다는 것은 아니다. 도쿄 신주쿠공원에 갔었다. 공원 잔디밭에는 거지들이 두툼하게 옷을 껴입고 잠을 자고 있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일본공원거지는 관광객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단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고, 날이 어두워지면 공원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해결한단다. 쓰레기통에서 관광객이 버린 음식이 뷔페식이어서 골라서 먹는단다. 음식이 좀 상했어도 위장이 단련되어 소화를 잘 시킨단다. 한 겨울에는 구멍가게의 물건을 훔치다가, 일부러 경찰에 붙잡혀 3~4개월 동안 유치장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보낸단다. 또 우리가 단체로 온천탕에 갔을 때 손님에게 타올을 제공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구입해야 하니 불편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면도기가 옛날 제품이라 아침에 면도를 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 중국이나 태국으로 여행을 하면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관광객을 귀찮게 한다. 일본인들은 상점에서 자기나라 제품만 취급하며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지 않아 좀 편했다. 아마 잘 사는 나라의 여유일 수도 있으리라.

일본인은 누구를 만나든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가 부러웠다. 운전기사도 우리와 눈만 마주치면 하루에 몇 번이던 먼저 웃으며 인사를 했다. 작은 일이라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자세가 좋아보였다. 내가 20여 년 전 일본에 처음 갔을 때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생활태도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느꼈었다. 솔직히 그당시에는 약간 내 자신이 부끄러웠었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을 다녀본 소감은 달랐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기본적인 질서를 잘 지키고 예의가 바르며, 외국인에게는 친절하다.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등 국제적인 행사를 치르면서 국민의식이 선진화 된 까닭이려니 싶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