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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장영
ㆍ작성일	2010-02-10 (수)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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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거지
벙거지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삼한사온이 이제 옛말이라지만 싸늘하고 차가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반갑지 않은 동장군이 찾아왔다. 벙거지가 그리운 시기다. 때마침 코펜하겐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국의 영상(領相)들이 모여 총회가 열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문제로 이미 살아갈 터전을 잃은 섬나라가 생겼다니 세상이 시끄럽다. 대책은 시급한데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개발도상국은 그들대로 입장이 다르다니 좋은 대책이 나올지 모르겠다.

아무리 온난화라 하지만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추위와 더위는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식주는 중요한 부문이다. 일체유심조(一切唯心造)라지만 첫째가 입는 것, 즉 의(衣)다. 의라 하면 의관(衣冠), 신발(화:靴)을 말한다. 다시 말해 머리의 관, 몸에 입는 내외의 옷, 손발에 끼고 신는 장갑과 신발 등이다. 머리의 관은 오늘날의 모자나 벙거지랄까? 옛날에는 귀천을 의관으로 식별했다 한다. 벙거지하면 옛날 군인이나 하예(下隸)들이 쓰던 털로 만든 모자나, 삭발하고 땡추중들이 쓰는 둥그런 모자다. 오늘날의 방한모를 뜻한다할까? 품위를 생각하면 벙거지 따위는 안중에 없겠지만 더위와 추위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벙거지다.

예나 지금이나 더위와 추위를 이겨가며 살아 가야할 군인, 경찰, 근로자들은 벙거지인 방한모, 모자가 필수품이다. 동장군을 이기려면 품위 같은 것은 밀리게 마련이다. 지난날 군대생활을 할 때 엄동설한에 야전전투훈련에 참가하려면 상하구분 없이 방한모신세를 지어야 했다.

추위뿐만 아니라 더위에도 필수품인 것 같다. 중동 아랍 등 열대지방 사람들도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살아가지 않던가? 여름 한철 우리나라도 남녀 가릴 것 없이 모자 없이 사는 이는 드물다. 그 종류도 다양해져 각자의 취향에 따라 특색 있는 차림을 할 수 있다. 뜨거운 햇볕을 가려야만 살아 갈 수 있으니 더우나 추우나 필요한 게 벙거지다.

나에게는 오래된 벙거지 하나가 있다. 30여 년 전에 아주 교통이 불편한 시골벽지학교 근무 때 마련했던 것이다. 전주에서 교통편이 아침 6시 전후에, 시간 반 정도 타고가 내려 또 한 시간을 걸어야 출근시각을 맞출 수 있었으니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여름철은 그런대로 좋았으나 겨울철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 생활을 3년이나 했으니 벙거지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지금도 사는 곳이 단독주택이라 아무리 난방을 한다지만 추우니 벙거지 덕을 보고 산다. 벙거지는 머리뿐만 아니라 귀까지 따뜻하게 보호해 주니 등산 때도 덕을 본다. 그뿐이랴! 벙거지를 쓰고 있으면 따뜻할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도 차분해져 빗질할 필요도 없다. 겨울철 에너지도 절약하고 머리를 따뜻하게 보호한다는 것은 건강상 좋은 일이란다. 멋과 품위도 좋지만 건강이 제일이다. 차가운 겨울철에 머리를 잘 보호해서 건강을 지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벙거지가 고맙다!
(2009.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