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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병규
ㆍ작성일	2009-06-28 (일)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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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인 서울노인
시골노인 서울노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병규

세월 따라 시대 따라 노인의 나이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50대 후반이면 노인이라 했다. 수염을 품위 있게 기르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거리를 누비는 사람이면 영락없이 50대 후반의 나이였다. 경로사상이 준엄하던 때여서 그들은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었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말하던 때이니 마땅한 풍속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환갑을 넘겨야 노인이라 했다. 지금은 65살을 넘겨야 노인의 반열에 오르고, 나라에서도 노인대접을 해 준다. 그러면서도 노인대열에서 막내를 면치 못한다. 노인의 대열에서 제대로 어른대접을 받으려면 어른으로서의 품위를 갖추고서도 고희를 훨씬 넘겨 미수쯤 되어야 한다. 지금은 50대 후반일지라도 한참 더 청년으로 머물러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 수가 많아지니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은 생산성이 없으면서 소비는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라가 어려웠던 지난 날 젊음을 다 바쳐 나라의 기틀을 다진 사람들이 오늘의 노인들이니 우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 가운데는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남모르게 피나는 노력을 기우리며 젊음을 바친 사람들도 많다. 나라에 공헌했으면서도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해 노년을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다방면으로 혜택을 주고 있어 다행이다. 나라의 도움을 받는 노인들은 젊었을 때의 공적을 따지지 말고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 또래의 친구를 둔 시골노인이 있다. 그들은 고희를 넘긴 막역(莫逆)한 친구사이다. 예전에 그들이 만났을 때는 서울노인이 시골노인을 무척 부러워했었다. 시골에는 노년에 알맞은 일거리가 있고 자연을 벗하여 취미생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 서울노인에게는 나라에서 특별한 혜택을 주기에 즐겁고 재미나는 생활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서울노인이 시골노인보다 훨씬 더 나라의 혜택을 받는다. 만 65살이 되면 서울노인에게는 서울특별시가 시니어패스라는 교통카드를 준다. 그 카드 한 장이면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먼 거리 관광지나 온천장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뜻이 맞은 친구들과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온천장에 간다.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주변 관광을 하고서 다시 지하철을 타면 집으로 돌아온다. 재수가 좋은 날은 또래의 고운 여인들과 합류하여 재미나는 하루를 즐길 수도 있단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서울노인이 자랑삼아 말한다.

그게 무슨 자랑이냐며 시골노인이 반박한다. 서울노인은 나라의 도움만 받아먹는 소비의 하마 같은 존재지만, 시골노인은 나라에 도움을 주고받는 보람찬 길이 열려있다고 말한다. 시골에는 골골마다 각종 복지시설이 있어, 누구나 자기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노인이라 하여 빈둥빈둥 놀지 않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누구나 자기 취향과 성격에 맞는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시골노인의 일주일 일과는 빈틈이 없다. 월요일에는 복지회관의 요가운동에 참석한다. 요가는 오감을 제어하여 심신의 통일로 초 자연력을 일으키는 수행이다. 심신의 수련으로 맑은 정신력을 지니고 화요일을 맞으면 문화해설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문화해설은 지역의 특색을 파악하고, 고대에서 현세까지 쌓아올린 우리 문화유산을 관광객에게 해설하는 일이어서 늘 공부하여 사전 준비를 치밀히 해야 한다. 소홀히 했다가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없어 해설가로서의 자격미달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 까닭에 예리한 판단력과 두뇌회전이 민첩해야 인기 해설사가 된다. 수요일엔 방송아카데미교육이 오전에 있다. 노년에 어울리지 않는 일 같지만 방송의 새로운 지식을 터득할 수 있어 흥미롭다. 제작하고 편집하여 녹음한 음성을 들으면 자신의 소양을 확인할 수 있다. 오후에는 수필창작 공부를 한다. 역시 두뇌회전으로 노년의 머리지만 녹슬 겨를이 없다. 수요일의 두 과목 이수는 두뇌를 민첩하게 회전시켜야 하니 치매예방에 좋고 이모작 인생을 꾸밀 수 있어 보람이 크다. 목요일에는 다시 요가를 한다. 금요일에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평생의 소망인 수필공부를 강도 높게 이수한다. 토요일에는 가사를 정돈하고 대청소를 실시한다.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지난 한 주를 반성하고 회개하면서 새로운 한 주일을 맞을 준비를 한다. 꽉 짜인 일정으로 바삐 사는 시골노인이 바로 나다.

노년에 할 일이 있고 자기 취향에 맞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보람 있고 복된 삶인가? 노년의 생활에 사회의 짐이 되지 않고 자기 몫은 하고 있으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삐 살다보니 늙을 틈이 없고 죽음도 멀리 달아나는 듯싶다. 시골노인이나 서울노인이나 천국과 지옥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노년이 온다. 노인이 많다하여 걱정할 것도 없다. 노인일수록 자신이 귀중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마음을 수련하면 존경받는 노인이 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역시 노인도 달라지며 노인도 자기 역할을 찾아 정진할 테니까…….

(2009.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