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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학
ㆍ작성일	2009-03-30 (월)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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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골 남원에 문학의 씨를 뿌리며
<함께 쓰고 함께 읽는 전북문학사③>
춘향골에 문학의 씨를 뿌리며
三溪金鶴

“부장님, 전주 K기자가 신춘문학의 밤이 뭐냐고 묻는데요?”
방금 전화를 받고 난 S기자가 미소를 지으며 난로 가에 있는 내 곁으로 다가와 넌지시 건네주는 전갈이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문학의 밤이 뭐냐고? K기자는 아직까지 문학의 밤이란 걸 구경조차 한 일이 없는 모양이군…….”대학을 마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입사한 K기자의 질문이고 보면,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K기자의 순수한 질문에서 나는 오히려 뿌듯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남원방송국 방송부장으로 부임한 이래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여 연례행사로 정착 시켰다. 올해 1987년으로 세 번째가 되는 신춘문학의 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이 편지쓰기 대회, 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 어린이 저축왕선발대회, 어린이독서 경진대회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네 가지 행사는 물론이거니와, 직장친선탁구대회와 시민 자전거 바로타기 대회 등 스포츠 행사, 그리고 춘향제를 비롯한 각종 민속예술공연행사와 교양강좌 등 나름대로 많은 행사문화를 꽃피우려고 주력하였다.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어려운 일을 해냈다. 10여 가지 행사 가운데 내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이른바 신춘문학의 밤이었다. 1985년에는「夕汀문학회」를 초청하였었고, 1986년에는 「靑綠豆詩동인회」를 그리고 올해 1987년에는 「표현 문학회」를 초청하였다. 회가 거듭할수록 청소년들의 반응이 커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흐뭇했다. 시와 수필 낭독, 문학 강좌, 문인과 독자와의 대화 등 3부로 나누어 진행하고, 사이사이에 남원시립국악원생들이 찬조출연하여 가야금 병창, 판소리, 무용을 곁들이니 한결 무드가 살아났다. 문학과 국악의 접목이 이루어진 셈이다. 남원시민회관의 좌석 4백석이 청소년들로 꽉 들어찼고, 시인과 수필가들이 자기 작품을 낭독할 때는 미리 나누어준 앤솔로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릴 뿐 분위기가 자못 진지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보람이 가슴에 괴었다. 문인과 독자와의 대화시간에 쏟아진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답변에 나선 L교수와 L시인의 쩔쩔매던 모습이 영 잊히지 않는다. “사전에 질문자를 선정해 둔 모양이지?”수필가 H씨의 비아냥거리는 것 같은 물음이 날 당혹케 했다. 세 시간 가까운 진행을 꿈쩍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깊은 감회에 젖었다. 성공이다. 대성공이다. 그간의 피로가 봄눈 녹듯 사라졌다. ‘적어도 이 자리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K기자처럼 문학의 밤이 뭐냐는 식의 질문은 하지 않겠지…….’ 돌이켜보면 나 역시 문학의 밤이란 걸 알게 된 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는다. 대학시절에서야 겨우 알게 되었으니까. 앤솔로지란 단어 역시 대학축제 때 연례행사로 가졌던 문학의 밤을 준비하면서 귀동냥으로 들었으니 말이다. 춘향골 남원은 자타가 예향으로 꼽는 고장이다. 판소리 동편제(東便制)의 본향이요, 우리나라 불후의 고전 소설인 춘향전의 무대이며, 흥부전과 금오신화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浦記)가 남원을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을 갖춘 곳이기에 이 고장에서 뛰어난 문인이 배출되리라 기대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의 밤에 참석한 청소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남원문학의 찬란한 내일을 엿볼 수 있어 흐뭇했다. 먼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반드시 춘향골 남원에서 나오리라 믿고 싶은 심사가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