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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1-01-02 (토) 07:2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96      
신축년 새해 인사
신축년 새해 인사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용창












 2020년 마지막 밤, 잠을 설쳤다. ‘코로나 19’가 망쳐버린 ‘경자년’을 떠나지 말라고 붙들기도 했지만 ‘스마트 폰’으로 날아오는 연하장에 답신을 하기 바빴다. 대부분 한 줄 의사표현도 없는 동영상물이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한마디가 있어야 할 텐데 퍼 나르기 바빴다. 그렇다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잊고 지낸 지인이 영상물을 보내주면 나도 적합한 영상물을 보냈다. 어찌 보면 쉽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인사 치례하는 것처럼 정서가 메마른 세상에 나도 묻혀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고 끌려 다니는 삶 같았다.



 크리스마스 때도 그랬다. 단골로 다니는 기독교 서점에 성탄카드를 사러 갔는데 전에는 재고라도 펼쳐있었는데 이제는 한 장도 없었다. 어디를 가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본사에 재고가 있는지 알아봐 준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서 답신이 왔다. 카드를 만들었던 출판사에서도 달력만 만들고 카드는 재고조차 폐기처분하고 이제는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가족에게 성탄카드를 줄 수 없었다. 카드를 대신하여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가 설경을 지나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나눠주는 동영상이 스마트 폰 세계에 난무하니 카드를 찾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성탄카드도, 연하장도 그림으로만 받아볼 수밖에 없다. 언제라도 다시 열어보면 될 테지만 나는 한 번 보고는 지우기 바빴다. 그 옛날에 지인과 가족들이 보내준 카드를 벽면에 나란히 붙여놓고 오래도록 추억으로 새겼던 날들이 꿈만 같다.

 내가 존경했던 어느 교수님도 연구실에 가면 테이블 위에 철사 줄을 매어놓고 성탄카드와 연하장을 걸어두셨다. 모두가 지난날의 추억이다. 나는 크리스마스 전야에 성탄카드와 선물을 포장해서 아이들 머리맡에 두었다. 자고 나면 아이들이 “아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언제 왔어?” 물으면 “나는 아빠도 잠자서 몰라.” 아이들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만난다며 잠을 설치기도 하고 서로 자기들 선물이 좋다고 자랑도 하였다. 막내가 대학생 때다. “아들, 언제까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왔다고 생각했어?” 아들은 “아마도 초등학생 시절까지는 믿었어요.” 아들도 성탄절을 기다렸을 소년 시절이 그리웠나 보다.



 그런 세상이 가버리고 이제는 딴 세상이 왔다. 간밤에 연하장을 읽고는 답신을 하느라 눈이 좀 아팠다. 그중에서 나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도 있었다. 신학교 노회장님은 ‘금년 한 해만은 영육적으로 성령의 갑옷을 입고 오직 전진만 하는 승리하는 축복의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라고 보내주셨고, 양평에 사는 나의 소중한 분은 ‘2020년은 맛도 못 보고 증발해 버린 것 같아요. 책으로, 소식으로 챙겨주시니 감사해요. 코로나가 끝나고 새날이 오면 봄날처럼 환하게 살아보기를 소원합니다.’라며 위로해 주셨다. 장로님 친구는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밝아오네’라며 찬송가 한 구절로 기쁨을 주었다. 카~톡은 울어대고 그 많은 사람에게 일일이 써서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무슨 문구를 보내줄까? 병석에 있는 친구도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공통적인 글귀를 보내주어야 할 텐데. 나는 적합한 성경 말씀을 인용하기로 하고 내가 컴퓨터 자판 연습을 할 때 모은 ‘성경 주옥편’을 펼쳐보았다. 그곳에 주님의 메시지가 있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립보서에 있는 이 말씀이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문구가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성경 말씀에 몇 자 첨가해서 보냈다. 그런데 오늘은 존경하는 신부님께서 어린아이를 업고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담긴 연하장을 보내주셨다. 그림 아래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2020년 예수님께서 함께하셨습니다. 2021년 예수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이 얼마나 간결한 새해 인사이던가. 예수님께서 한 해 동안 지켜주신 은혜를 왜 잊고 있었던가. 믿음이 연약한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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