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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인철
작성일 2020-11-22 (일) 15:19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07      
활개치는 거리의 무법자들
​4. 활개치는 거리의 무법자들

   이인철







편의점에서 근무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유독 자신밖에 모르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흔히 말하는 별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과연 이 사회가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지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토요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 8월의 문턱이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지만 고객들로 꽤 북적였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30-40대로 보이는 고객 서너 명이 가게를 찾았다. 다들 사갈 물건을 챙기느라 분주할 때 그중 몸집과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은 청년 한 명이 냉장고에서 얼음컵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꺼낸 컵으로 연신 자신의 얼굴을 문질러 댔다. 아마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그런가보다 여기고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 아뿔싸! 그 컵들 다시 냉장고 안에 넣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그 컵으로 냉커피를 타서 마시란 얘기다. 하도 어이가 없어 "손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항의를 하자 이 청년은 되레 화를 내며 "내가 먹으면 되잖아?"하며 험악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결국 5백 원을 받고 그 컵들 다시 꺼내주니 이 청년은 분이 안 풀리는지 매장이 떠나갈 듯 큰소리로 "되게 비싸게 받아 처먹네." 하며 가게 바닥에 얼음컵을 내동댕이 쳤다. 순식간에 바닥은 얼음조각이 튀기면서 물이 흥건히 고이고 고객들은 놀라 구석으로 대피했다. 눈 깜짝할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같이 온 일행들은 키득거리며 문제의 고객과 함께 마치 전쟁터에서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으스대며 유유히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경찰에 신고하기에도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서둘러 고객들도 빠져나가면서 번잡하던 매장이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졌다.

바닥에 나뒹구는 얼음을 치우고 걸레질을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분이 풀리지 않았다. 자식 또래 같은 그들에게 맞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려니 하며 위안을 해보지만 너무 서글픈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하루는 소위 동네 건달로 알려진 50대 중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붐비는 고객들로 미처 볼 틈이 없었다. 잠시 후 그가 성급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뒤편에 있는 매대를 살펴봤다. 물티슈 한 통을 뜯어 자신의 손을 닦고는 보란 듯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물티슈 대장을 쓰면서 가장 큰 대형 짜리를 뜯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유흥가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런 유의 사람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자신의 위세를 알리기 위해 일부러 해코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나칠 때마다 현관문을 부서져라 발로 차고 가는 사람, 매일 한두 번씩 들러 물건값만 물어보고 "왜 그렇게 비싸냐?"며 시비하고 나가는 사람, 아침부터 찾아와 폐기된 물건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사람, 그들 중에 가장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마을 터줏대감이라고 칭하는 나이 먹을 사람들이다. 마치 자기네 집 드나들듯 하루에도 대여섯 차례 찾아와 휴게실에 턱 버티고 앉아 들어오는 사람마다 참견이다. 어떨 때는 고객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서둘러 빠져나간다.

이런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과연 편의점 운영이 제대로 될 것인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결국 이들과 전쟁을 선포하고 맞서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서너 달 뒤 나는 본의 아니게 싸움꾼이 되었다. 인근 파출소는 물론 본사까지 이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이유는 특정 고객에게 아예 물건을 팔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불친절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나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들과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한참 후 나도 이 가게와 멀리하는 계기도 됐다. 아마 불친절에다 잦은 말다툼으로 싸움꾼이라는 것이 원인이었던 것같다. 그러나 이들이 떠나고 난 후 고객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가족단위 고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직장시절 어느 유흥가 주인의 말이 떠오른다. 장사를 하다 보면 법보다 주먹이 가까울 때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조폭들에게 업소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상납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 거래가 이뤄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나도 이해가 간다. 그동안 너무 힘든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당시 파출소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언제 여유로움을 찾을 때 꼭 밥 한 끼 대접해드리고 싶다. 아직도 배려가 없는 각박한 세상, 남이야 어떻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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