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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석곤
작성일 2020-03-15 (일) 06:2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88      
코로나19와 조문
코로나19와 조문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정석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우리교회는 교우들의 안전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주일은 교인들한테 긴급 연락을 하여 마스크를 쓴 채 오전 1, 2, 3부 예배만 드렸다. 한 주간 모든 예배와 모임을 갖지 않기로 했다.



 어젯밤, 큰며느리 할아버지께서 90세로 소천(召天)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가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됐다. 확진자가 사흘 전 602명에서 1,146명으로 불어나고, 사망자도 7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외출하지 말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라는 말에 방안퉁수 닷새째다. 아들은 걱정이 되는지 조문을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닌가? 연달아 경상북도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장과 코로나19 확진자의 뉴스특보로 장례식장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 게다. 다음날 장례식장에 가면 조문객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기로 했다. “지혜로운 사람의 마음은 초상집에 가 있고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은 잔칫집에 가 있다.”는 성경구절이 생각나 묵상하다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다. 아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몇 시에 올라갈 거야? 나랑 같이 가면 좋겠는데. 장인어르신께 조문을 받는지 전화를 해보면 어떨까?”  

아내에게 조의금 준비를 부탁하고 잠깐 밖에 다녀왔다. 내 맘은 장례식장에 가 있었다. 아내는 아들이 조문가지 말고 조의금을 계좌이체 하란다고 전해주었다.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찜찜했다.

 

 내 맘은 조문을 갈까말까 줄다리기를 했다.  ‘갈까’가 몇 번을 이기고 있지 않는가? 그럴 까닭이 있다. 먼저 고인이신 장로님 영정 앞에서 추모하고 싶었다. 고인을 큰아들 결혼식 때와 그 뒤 두어 번 뵈었다. 성품이 겸손하셔서 만나면 가까운 친척처럼 반가웠다. 다음은 사돈 내외분과의 두터운 정 때문이다. 사돈이 목회자라 내외분을 목사님과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자주 못 만났지만 SNS를 이용한 신앙의 교제가 지나온 세월만큼 쌓였다. 작년 어머니상을 당했을 때 설 다음날 발인예배에도 참석하셨다. 목사님이지만 아버지를 여의셨으니 조문하고 그 아픔을 위로해 드리는 게 마땅했다. 끝으로 며느리는 결혼한 지가 17년이나 됐다. 직장맘(職場mom)으로 남매를 낳아 양육하며 살림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 그 수고에 보답할 뿐 아니라 장손녀라 할아버지를 여읜 슬픔이 클 거것이기에 위로와 격려를 해 주어야할 성싶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란 속담이 있듯, 아들한테 조문 갈 테니 마스크를 가져오라고 했다. 조문만 하고 곧바로 내려올 생각이었다.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을 했다. 아들내외와, 두 손자도 출발했다. 올라가는 호남, 경부고속도로는 통행량이 적은데다 거의 승용차들이고 버스는 찾기 힘들었다. 천안 휴게소도 한산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용무만 마치면 얼른 차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들머리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찾아갔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긴장이 됐다. 손소독제로 손을 문질렀다. 마스크를 낀 채로 빈소의 영정 앞에서 추모기도를 드리고 상주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아내랑 못가 미안했다. 목사님내외분은 어려운 때인데 고맙다고 답례를 하셨다. 조문 객실에는 조문객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1시가 넘자 배도 고프고 음식을 보니 맘이 변했다. 점심을 조심해서 먹었다.



 입관이 끝나자 아들이 동서울고속터미널로 데려다 주었다. 버스에는 승객이 열 명도 안 되었다. 띄엄띄엄 앉아 다행이었다. 그래도 코로나19로 마음은 불안했다. 정안휴게소에서도 사람을 덜 만나려고 빨리 화장실만 다녀왔다. 내려오는 길도 통행량이 적어서인지 예정시간 보다 빨리 전주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대합실로 나가라는 게 아닌가? 키가 큰 열화상카메라가 서있었다. 외지를 다녀와 혹시나 하고 몰래 체온을 측정한 게다.

   

 어릴 때 어른들이 초상집을 다녀오면 사립문 앞에서 짚 한 주먹을 태우고 집에 들어온 걸 보며 자랐다. 죽은 시신은 불결하다고 불로 소독을 했던 것이다. 나는 장례식장엘 다녀오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양말을 벗어 세탁기에 넣곤 한다. 게다가 오늘은 소금물로 가글(gargle)을 했다. 손도 물과 비누로  6가지 기본동작을 해가며 30초 넘게 씻었다. 샤워까지 했다.  



 하남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청정지역인데다 장례식장이 공원에 있어 안심해도 괜찮은데, 조문객이 사방에서 다녀가 불안감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마치 개선장군처럼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다. 며느리는 올라갈 때부터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했다. 집에 온 뒤에도 고맙다는 문자를 두어 번 받았다. 조문 다녀오길 잘 했다먀 나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겠다.      

                                                 (2020. 2. 27.)  



※소천(召天) : 하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간다는 뜻으로 개신교에서 죽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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