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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창임
작성일 2020-03-11 (수) 06:5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9      
죽마고우 이점숙 화백
죽마고우 이점숙 화백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내 친구 이점숙은 내가 지은 책 ‘들꽃 향기에 취해’의 표지 그림을 그려준 화가이다. 같이 근무했던 오육모 교사는 내 책을 받고 표지그림이 썩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점숙은 광주에서 여러 차례 그림 전시회를 가졌다. 우리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이 故 손득풍 선생님이셨다. 그분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우리 반을 맡으셨다. 그이는 예능과목을 좋아하였다. 온종일 음악, 미술, 체육 시간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당시 우리 동네에 중학교 미술선생님이며 우리 아저씨 벌인 김상중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의 딸이 우리 반의 김효이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 우리는 그 친구의 그림을 보고 무조건 따라서 그렸다. 그중에서 이점숙은 유난히 잘 그리기 때문에 손 선생님의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는 보고 그리는 데도 그 친구처럼 잘 안되었다. 인제 와서 들으니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음식 솜씨가 아주 좋았다. 동네 사람들은 폐백음식을 부탁하면 그 친구 엄마가 다 해주었다. 문어 오리기나 다식 만들기 등을 기가 막히게 잘하셨단다. 알고 보니 엄마를 닮은 것 같다. 게다가 용모도 엄마를 닮아서 예뻤다.


어느 날이었다. 그녀의 친구 집을 가자 해서 우리 몇몇 친구들은 그 머나먼 봉현마을까지,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너서 간 일이 있다. 그날 날씨는 다행히 좋았다. 때로는 진달래꽃을 따 먹으며 갔다. 어떤 친구는 바위부리에 걸쳐 넘어지기도 했다. 산새들도 우리랑 같이 가자며 뻐꾹! 뻐꾹! 노래를 했다. 그 엄마는 딸 친구라고 반가워하시며 찹쌀떡을 주셨다. 떡이라면 정신이 없는 나는 마구 먹었다. 아뿔싸 급체를 했다.

그 엄마는 저녁 내내 보채는 나를 낫게 하려고 약이 없는 시절이니, 부엌에서 떡을 태워 재를 주셨다. 그것을 먹으니 신기하게 나았다.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을까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 친구는 언니와 오빠가 미국에서 살기에 미국 생활을 상당히 오래 했었다. 그러기에 영어를 능통하게 했다. 통역사자격증까지 땄다.  어느 날이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열었다. 통역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아무리 채널을 돌리고 시각을 기다려도 결국은 보지 못했다. 전화를 해 보았지만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생각해보니 광주방송국이 아니어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학교 다닐 때의 성적은 나보다 잘하지는 않았는데 그림 전시회도 하고 통역도 잘한다니 무척 부러웠다. 열정이 얼마나 좋은지 지금도 영어학원에 가서 회화공부를 한다. 잠시만 안 하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도 재직 시절에 했던 어휘력마저 거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려 아깝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그녀는 자식을 딸 쌍둥이와 아들 둘을 두었는데 유모를 두어서 키우도록 했다. 그 딸이 의사란다.


집은 단독 주택에서 사는데 원예를 좋아해서 집 전체가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꽃집이라 소문이 나서 꽃구경을 온다고 한다. 그녀는 취미생활에서 그림도 좋고, 영어회화도 좋고, 여행도 좋지만, 제일 좋은 것은 원예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없던 새싹이 연둣빛으로 돋아나고, 분홍빛 꽃망울이 새로 생긴 식물을 보면 그 행복감이야말로 그 어느 것에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녀는 살면서 돈 일원도 벌어보지 않았다고 자랑한다.

그녀는 나를 늘 칭찬한다. 동창회에 나가면 식사비도 가끔 내고 남의 험담을 하지 않아서 그러는 성싶다. 그러다보니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는 복덩이다.

'점숙아, 우리 영원토록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살자꾸나!'

                           

                                            (2020.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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