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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창임
작성일 2020-03-10 (화) 07:1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1      
한 번만이라도
한 번 만이라도

신아문예대학 수필 작 금요반 김창임







 윤기 자르르한 봄햇살을 머금고 나무도 벙글벙글 싹을 틔워낸다. 아파트 앞 매화나무 가지에 참새들이 날아들었다. 겨울은 서서히 물러간 모양이다.

 내 주위에는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 어서 돌아왔으면 하는 사람은 우리 동서다. 우리 부모야 모두 일흔 살이 넘어서 돌아가셨으니 서운하지만,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 동서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사인은 희귀성 피부염이었다. 나와 같은 해에 결혼했는데 나는 봄에 동서는 늦가을에 결혼을 했다. 자식은 셋씩 두었다. 시동생은 딸이 없는 나를 자주 놀린다. 자기는 딸이 둘이나 된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처음에 동서는 자기는 가정주부인데 형님인 나는 교사라고 하니 열등감을 느꼈단다. 그러나 이른 새벽이면 내가 부엌에 먼저 나가 아궁이의 재를 담아서 잿간에 버렸다. 솔가지로 불을 지펴서 물을 따뜻하게 데운다. 그때서야 동서는 눈을 비비면서 나온다. 그녀는 보리쌀을 씻는다. 보리쌀이 펄펄 끓을 때까지 푹 삶는다. 다음에 쌀을 씻는다. 두 가지 곡식을 섞어 밥을 짓는다. 우리는 아궁이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같이 불을 지폈다. 우리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도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다. 추운 계절이니 따뜻한 아궁이 앞이 화롯불처럼 좋았다. 그녀는 얼굴도 부족함이 없었다. 키도 크고 몸매도 예뻤다. 힘이 좋아 동네 앞 우물에서 양동이로 물을 가득 길어왔다. 우리는 부엌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었다. 내가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니 나의 마음을 알고 동서가 마음을 열어주었다. 진심이면 모든 것이 통하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직장생활에다 주말부부까지 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찾지 못하고 살았다. 거기다가 양 시어머니가 병석에 있으니 나 살기도 바빴다. 제일 후회가 된 것이 옷 한 벌 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급 옷도 아니고 평범한 옷은 그다지 비싸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외식 역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콩나물국밥 한 그릇도 사주지 않았다. 자식 셋씩 기르랴 아무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장성에 살고 동서는 정읍에 살았으니 만나기도 어려웠다.


 동서!

 소풍 중이라도 한 번만 와 줘! 먼저 자네는 갈비탕을 먹고 나는 비빔밥을 좋아하니 비빔밥 먹겠네. 자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먹어보세. 먹고 놀다가 찻집으로 가서 쌍화차 마시고 자네 옷 한 벌 사줄게. 그리고 내장사로 가세. 아이들을 모두 마음껏 놀게 하고 우리는 노는 것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


 그 간단한 것을 한 번도 못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내 곁을 떠났나? 진심으로 미안하네. 자네 큰딸 고은아는 지금 마흔두 살이나 되었는데 시집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고민이네. 아무리 우리 부부가 설득을 해도 고집을 피우네. 지금은 그런대로 살지만, 나이가 더 들면 외로울 테니 결혼 좀 하라고 해도 그 누구의 말도 안 들어 주네.  저번에 아주 성실한 신랑감이 있어서 전화해보아도 소용이 없네. 그 청년이 매우 아깝다네. 그렇지 않으면 수녀로 가서 봉사하며 살라고 해도 소용이 없네.

자네 은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과일을 두 박스 보낸 적이 있네. 그랬더니 두 질녀는 과일을 너무 많이 보냈다고 하네. 그래서 나는 너무 많으면 이웃과 나눠 먹고, 직장에도 가져가서 같이 먹으면 되겠다고 했네.  

자네 신랑을 많이 닮은 둘째 딸 은미는 자네 같은 병 증세가 있어 열심히 약을 먹고 있네. 지난번에 자네 신랑이 둘째 딸이 곧 죽는다고 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네. 그래서 바로 치료비를 상당히 주었다네. 다행히 은미는 지금까지 우리 곁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자네 막내이자 유일한 외동아들 광일이는 자네가 알다시피 짖궂어서 할머니나 나나 혼났네. 그런 막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나? 나도 엄마니까 자네의 마음을 알고도 남네. 지금까지 살면서 자네와의 삶을 자주 되돌아보곤 했네. 다행인 것은 자네 막둥이가 철이 조금 들었다네. 남일중학교에 들어가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과정을 열심히 하는 중이네. 자네 막둥이가 공부에 취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그곳에 같이 다니는 최규순 자매에게, 간식을 보내 자네 아들에게 주라고 했더니 그가 감사하게 받았다네.


 나도 광일이가 그 과정만 잘 마치도록 큰엄마가 관심을 두어야겠기에 자주 전화하여 확인한다네. 그 과정이 끝나면 어느 직장이라도 떳떳하게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운전 면허증도 기어이 따서 차를 잘 이용하고, 자네 신랑을 닮아서 기계를 잘 다루고 있네. 정미기를 수선하는 기술까지 아빠에게 배워 경제적 능력은 충분히 있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되었으니 결혼하라고 해도 연애만 할 뿐 결혼을 안 하고 있네. 자네 신랑은 자기 친구들이 청첩장을 보내면 그들이 아주 부럽다네. 특히 손자나 손녀를 안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그러데. 하루빨리 결혼하여 자네 신랑에게 손자를 안겨드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 그러면 자네 신랑은 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얼마나 예뻐할까 상상만 해도 좋네. 맛있는 것을 실컷 사주고, 옷도 사 입히고, 장난감도 넘치게 사줄 것이네.

우리 손녀는 올해 초등학교 일학년에 들어간다네. 이 기분을 자네 신랑과 같이 느끼고 싶네. 자네가 하늘나라에서 조금 도와주게. 한 번만이라도 와주면 정말 좋겠는데 그건 어려운 일이겠지?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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