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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양희선
작성일 2020-03-10 (화) 05:0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03      
누수
누수(漏水)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양희선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요.’

미용실 아줌마가 굳은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한겨울에 무슨 날벼락이람? 걱정이 앞선다. 진정 어디선가 물이 새어 천장 속을 맴돌다가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질긴 천장지를 뚫고 물길을 튼 모양이다. 작은 물방울이 끈질기게 한 방울씩 흘러 낙숫물처럼 똑똑 떨어진다.



상가주택인 우리는 이층에서 산다. 아래가게에 딸린 방 천장에서 물이 새니 분명 2층 어디선가 누수가 되는 것이다. 주방싱크대 수도연결관, 화장실배수구, 온돌난방배관, 옥상우수관 등 물이 샐만한 곳을 곰곰 생각해 봤다. 별수 없이 누수탐지기로 누수가 되는 곳을 찾아내야만 할 것 같았다. 아래가게는 낮에 미용실만 영업을 할 뿐, 숙식(宿食)을 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전문일꾼을 불렀다. 주방, 화장실, 싱크대 곳곳을 누수탐지기로 탐지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몸을 청진기로 진맥하듯, 탐지기를 양귀에 꽂고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본다. 환자가 진단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듯, 물이 새어나오는 곳이 어딘지 무척 궁금했다. 물이 많이 새면 누수 되는 곳을 쉽게 알아낼 수 있지만, 미세하게 나오면 장담할 수 없단다. 탐지해본 결과 수도관을 싱크대에 연결하는 조인트joint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주방수도관 공사를 시작했다. 장판지를 걷어 올리고 싱크대 옆 방바닥을 조금 파내어 싱크대수도 연결 파이프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숙련된 능숙한 솜씨로 터덕거리지 않고 한나절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작은 규모의 작업인데도 주방이 온통 먼지투성이로 어수선하다. 제자리 정리를 끝내고 홀가분한 맘으로 이젠 누수가 그치겠거니, 사나흘을 기다렸다. 아랫집에선 여전히 물이 샌다며 헛일 한 게 아니냐고 핀잔이다. 난감했다. 버선목이라면 뒤집어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곳저곳 함부로 파헤쳐 볼 수도 없지 않은가?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서 기밀문서나 비밀정보를 은밀히 빼내어 누수처럼 누출 시키는 스파이spy가 있다. 숨겨진 음모가 탄로나지 않는 한, 범인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끈질긴 탐색(探索)으로 확실한 물증을 잡아내듯. 원리원칙을 주장하는 남편은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근거에 합당한 시험을 시도했다. 싱크대에서 물 쓰지 말고, 화장실배수구에 물을 버리지 말란다. 흔전만전 함부로 쓰던 물을 조심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이나 고생하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속상했다. 초조한 심정으로 느긋하게 기다려 봤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아무래도 옥상 우수관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이라 우수관이 벽안에 숨어있다. 겉모양만 그럴 듯하면 대순가? 훗날을 내다보지 못한 설계였다. 우수관이 깨져 물이 새는 문제가 빈번해지자 요즘은 건물 밖으로 노출시키는 공법으로 건축을 한단다. 옥상 우수관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우수관 밑을 막고 물을 부어보기로 했다. 양동이로 두어 번 물을 붓던 남편은 다급하게 막은 마개를 빼내란다. 이럴 수가! 부었던 물이 금세 어디로 다 샜을까? 물이 나오질 않는다. 바로 이곳이 그렇게 애태우던 누수의 근원지였던 것이다. 재재작년에 집수리를 했었다. 속 단속은 생각지 않고, 겉 치례만 한샘이니 일을 거꾸로 한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벽타일 속에 물이 흐른 듯 까맣게 변색되어 오랜 세월 찌든 흔적 같았다. 누수가 떨어지는 천장에서도 퀴퀴한 곰팡이냄새를 풍겼다. 곰팡이나 부식의 온상은 습기가 아니던가? 맑은 물도 고이면 썩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물은 흐르면서 깨끗하고 맑은 물로 정화된다. 하찮게 여겼던 누수는 엄청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애꿎은 싱크대 수도관을 갈아치우게 했고, 애매한 방구들을 파헤치게도 했다. 그래도 누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직도 성이 차지 않은 모양인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여린 물방울의 끈기는 마침내 지붕을 온전히 덧씌우는 지붕개량을 하고서야 슬그머니 사라졌다.



몸이 아플 때,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X-ray, CT, MRI 등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여 아픈 부위를 찾아낸다. 발견된 환부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쉽게 완쾌되지 않던가? 무슨 일이든 먼저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내야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인체내부를 최첨단기기로 검진하듯, 건물 속 구조를 내다볼 수 있는 정밀검사기가 있었더라면 누수를 쉽게 잡지 않았을까? 사람이 늙으면 아프기 마련이듯, 집도 오래되면 이곳저곳 손볼 곳이 생겨난다. 지난해엔 남편 병수발로 고심했었는데, 올해 벽두부터 누수가 말썽이니 사는 게 다 그런 건가 싶다.

                                                 (2020. 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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