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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진숙
작성일 2020-03-05 (목) 17:2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7      
꽃바람
꽃바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세상은 시끄럽고 위험하고 심각한 상황이 되어서 이 순간이 그대로 멈춰 버릴 것 같아도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벌써 매화나무는 하얀 꽃을 가지마다 달고 온 동네 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 동네 산수유도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으니, 남녘에는 아마 꽃들이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우 리 집 화단 바닥에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예쁜 노란색 복수초가 만발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스마트 폰으로 찰칵 찍어 멀리 있는 아이들에게 보냈다. 한창 출근 준비에 바쁠 딸내미가 ‘꽃이 많이 피었네, 벌써 봄인가 봐!’하고 답을 보내 왔다. 아들은 아직 이른 새벽이라 답이 없다.

온갖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랐다. 홍단풍은 새색시의 뺨처럼 불그스레하게, 청단풍은 온통 연녹색으로 출렁거린다. 주변의 부지런한 농부들은 과일나무 전지를 다 끝내고 나무 주위에 그득하게 거름을 주느라 바쁘다. 그 냄새로 시골의 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나는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 냄새가 가을이 되면 얼마나 달고 맛있는 과일로 나를 유혹할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해마다 이 맘때 오늘 같이 날이 따뜻하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아낙들이 나왔는지 여기저기 엎드려 냉이나 쑥 같은 봄나물을 캐느라 온 천지가 울긋불긋 할 텐데….

비록 지금 이 수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의 고통으로 생과사가 갈리기도 하고 검사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불안한 마음을 진정 시키기도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옛 이야기 하듯 무용담으로 전하게 되리라. 또한 이러한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나 문 걸어 잠그고 잡 안에 꼭꼭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나 코끝으로 맡아지는 봄냄새에 조금은 마음이 놓이리라 믿고 싶다.

성급한 냉이는 벌써 하얗게 머리에 꽃을 달았다. 이렇게 혼란스런 일이 있으리라 미리 생각했을까? 다른 때 같으면 지천으로 깔려 있어야 할 냉이가 무슨 귀한 보물이라도 된 양 눈에 잘 띠질 않았다. 그러더니 꽃이 피고 나서야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곳곳이 전쟁터나 다름없다.

마스크를 사는 곳도, 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곳도, 또한 사람의 마음마저도 도무지 침착해지지도 편안해지지도 않는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본 지가 보름도 넘었다. 그냥 동네 주변만 한 바퀴 돌면서 바깥 공기를 마실 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믿고 싶다. 겨울을 무사히 넘긴 쪽파는 밭에서 파릇파릇 생기가 돋는다. 들판 여기저기에는 성급한 쑥들도 보인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준다 해도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거부할 수 없는 봄바람은 이 모든 시련들을 도도한 꽃바람에 날려 보내리라. 그때까지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온 마음을 다하여 건강을 지키며 가슴 가득 꽃바람에 실려 오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이하면 좋겠다.

                                                                           (2020.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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