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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두루미
작성일 2020-03-03 (화) 06:01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8      
어머니가 모른다는 막내아들
어머니가 모른다는 막내아들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한일신







 미국에 사는 막내아들이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온 날이다. 누나인 나는 막내동생이 알려준 시간에 맞추어 전주공항버스터미널로 나가려고 집을 나섰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 왔다. 이곳에는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 2개와 함께 막내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반가워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정작 어머니는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누구냐고 묻기에 막내아들이라고 알려드려도 아니라면서 모르는 사람이라는 게 아닌가? 아들이 손을 잡으려 해도 뒤로 한 발 물러서며 파하는 걸 보니 많이 낯선가 보다.

 

 올해 98세인 어머니는 치매가 있지만, 한국에 다녀간 지 13년이 된 막내아들을 못 알아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어머니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막내아들이 한국 떠나기 전 찍은 두 장의 사진을 작은 지갑에 넣어두고 가끔 꺼내 보시며 시름을 달래신 것 같다. 그러기에 오늘도 그 사진을 꺼내 보이며 이게 막내아들이라면서 사진과 막내를 번갈아 보시는 게 아닌가?

 

 어머니 슬하에 4남매(3남1녀)가 있는데, 그중 막내가 한국을 떠난 지 37년이 흘렸으니 어머니는 아마도 그때 그 아들로만 기억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올 설에 할아버지가 되어 돌아온 막내는 이곳에서 형과 형수를 비롯해 조카들과 조카사위, 조카며느리, 손자들과 첫 상면을 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처음이라 서로가 좀 어색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금세 분위기를 바꾸어 4대가 모인 집안은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찼다. 돌아보면 가는 세월이 야속하지만, 순간이 모여 세월이 되고 세월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데,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지금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식구가 한 명 불었다고 썰렁하던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미국 플로리다에 살다 와서 행여 기온 차로 감기라도 치를까 봐 보일러를 팡팡 돌리니 집안이 따뜻해서 좋고, 식성도 좋아서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식탁도 풍성해서 좋았다. 마음이 즐거워서인지 종일 바쁘게 움직여도 마냥 재미있고 신이 났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인가?

 

 지금 미국에 있는 두 딸은 의대 공부를 마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동안 낯선 미국 땅에서 가진 것 없이 자식들 공부시키며 먹고 사느라고 하루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 다른 사람 몫까지 채우며 살았다니 그 고생이 오죽했을까? 어느 곳에서 살던 없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힘들기 마련인지라 막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지난번에 다녀갈 때는 겨우 일주일 휴가 내서 왔었는데, 이번에는 며칠 더 있다 간다기에 좀 여유가 있겠다 싶어 좋아했더니 그나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말 잘해주고 싶었는데. 음식도 뭐든 잘 먹기에 별 신경 쓰지 않았더니 돌아갈 날을 겨우 이틀 남겨두고 ‘한국에서 짜장면 한 그릇 먹고 가야겠다’고 하니 이를 어쩌랴! 진즉 알았더라면 짜장면 전문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실컷 먹게 해줬을 텐데 할 수 없이 동네 짜장면집에서 사다 줄 수밖에.

 

 다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나인 나조차 어머니처럼 막내를 못 알아보면 어쩔까 싶어서다. 더 자주 보면 좋겠지만 비행기를 18시간이나 타야 올 수 있다니 늦어도 한 3년만 있다 만났으면 좋겠다. 그때쯤은 어머니를 다시 뵙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인지 어머니가 모른다는 막내아들은 자세를 낮추어 어머니를 힘껏 안아드리고 자리를 떴다.

 

 "무얼 해줘도 아깝지 않고 힘들지 않은 사랑하는 막내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랑스러운 막내야! 만나면 헤어지는 게 우리네 삶이라지만 나이가 들수록 누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게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잘 가거라, 막내야! 아무쪼록 몸 성히 잘 지내다가 우리 또 만나자."





   


                                                            기린봉에서 누나가 띄운다

                                                                   (202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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