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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홍성조
작성일 2020-02-18 (화) 05:59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6      
첫눈 내리는 날
첫눈 내리는 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일기예보가 정확히 맞았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우리 전주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아침부터 회색빛 뿌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시야가 어두워지니 마음까지도 우중충했다. 오전 11시쯤 눈자락이 휘날리더니 점점 커져 눈송이를 퍼붓기 시작했다. 어설프다. 허나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제 예약해둔대로 나는 오늘 이발소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모자 달린 점퍼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문을 나섰다. 길가에 나오니, 퍼붓는 속도가 점점 세졌다. 대각선으로 휘날리는 눈송이가 내 얼굴에 마찰을 일으켰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눈과 코 사이를 때리는 하얀 솜털이 내 몸에 닿는 순간 녹으면서 차거운 게 마법처럼 변했다. 자꾸 안경에 눈송이가 부딪칠 때마다 시야가 가려졌다. 안경을 벗었다. 방패막 역할을 하는 안경이 없으니까 눈송이는 힘차게 내 얼굴을 마꾸 때렸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걸을 때마다 온 신경을 다 써야 했다. 미끄러운 곳이 없는지 한 발 한 발 탐색하면서 천천히 내딛었다. 마치 지뢰를 밟을까 겁을 먹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 나이에 제일 무서운 병이 낙상이다. 낙상으로 고관절이 나가 6개월 동안 방안에서 대소변을 받으며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한마디로 설설 기었다. 먼저 오른발로 내디뎌서 미끄러운 현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왼발을 조심스럽게 내다뎠다. 속도는 굉장히 저속이다. 평소 10분이면 갈 수 있는 이발소까지 30분이나 걸렸다. 그러나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안전제일주의로 가는 것이 최상이었다. 젊을 때 이런 날은 한발로 미끄럼을 타고 힘차게 잘도 다녔는데 말이다. 세월의 무심을 여기에서도 느끼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조심조심하여 겨우 이발소에 도착했다. 눈을 털고 안으로 들어가니 포근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온풍기 덕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탄난로를 피웠는데, 연탄가스 때문에 손님들의 불만이 많아 올해는 빚을 내어 온풍기를 구입했다고 주인은 자랑삼아 말했다. 실은 따뜻한 온기는 온풍기보다는, 연탄난로가 더 효과적이었다. 연탄난로 위에 노오란 스텐 주전자를 올려놓으면 수증기가 주전자 구멍으로 모락모락 올라와 퍼지는 광경만 보아도 온몸에 금방 따스함을 느꼈는데 말이다.


 상의를 벗고 대형거울 앞에 앉았다. 내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잔 수염이 여기 저기 모습을 보이며, 얼굴 모습은 자다 일어난 꼬맹이 같았다. 내가 저렇게 못생겼을까? 살짝 미소를 지어서 입을 옆으로 벌려봤다.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주인이 스프레이로  머리에 물을 뿌리고 빗으로 빗는다. 그리고 조그마한 빗으로 빗어 올린 머리카락을 싹뚝싹뚝 자르기 시작했다. 내 분신이 떨어져 나간 아픔을 느꼈다.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머리를 깎는 장면을 거울로 보면서, 추석 무렵 벌초장면을 떠올려보았다.



  벌초와 이발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이발은 원하는 사람이 이발소에 가서 깎지만, 벌초는 사람들이 묘지로 가서 깎아야 한다. 이발은 숙련공 한 명이 하지만, 벌초는 여러 명이 한다. 이발은 바리캉이라는 기계를 사용하지만, 벌초는 애초기를 사용한다. 이발은 아무 때나 하지만, 벌초는 추석 무렵에만 한다. 이발은 가위로 조심스럽게 머리 모양을 다듬지만, 벌초는 인정사정없이 무덤 위의 잡풀들을 애초기로 깎는다. 이발은 마치고 나면 주인에게 공손하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지만, 벌초는 다 마친 뒤 음식을 차려놓고 자손들이 합동으로 절을 한다. 이발 후에 주인은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하지만, 벌초 후에는 음식 대접을 받는다. 이발은 비가 오더라도 실내에서 하지만, 벌초는 비가 오면 취소한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다. 길거리에는 금방 눈이 쌓여, 이발소 주인은 대형 싸리비를 가지고 문 앞을 쓸기 시작한다. 눈이 오면 내 집 앞은 의무적으로 쓸어야한다는 것이 조례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효성이 약하다는 여론이다. 지금은 눈이 오면 공공 기관에서 제설차를 운영하여 눈을 치운다. 이것도 전부 국가의 세금이 들어간다. 문화시민으로서 벌칙이 두려워서보다는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우는 시민의식이 생활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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