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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박제철
작성일 2020-02-14 (금) 05:37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53      
쪽지덕담
쪽지덕담(德談)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금요반 박제철







<사랑하는 아들>

아빠엄마 아들로 와서 믿음직한 울타리가 되어주어 감사하고 고맙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앞만 보고 살아오느라 힘들었지? 오늘의 삶을 항상 반조(返照)해 보며 훗날 후회할 일 없는 적극적인 삶을 살기 바란다. 때로는 좌우도 살피고 뒤도 돌아보는 여유가 있으면 더 좋겠다. 새해에도 복(福) 많이 받아 밝은 가정 이루고 건강하길 바란다.



이 쪽지 글은 지난 설날 내가 아들에게 써서 복돈 봉투에 넣어준 신년덕담이다. 매년 설날아침이면 아들과 며느리, 손자, 동생과 조카들에게도 세배를 받고 복돈을 주면서 덕담을 해준다. 덕담이라고 해보았자 성인들에겐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 하고, 조카나 학생인 손자들에겐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하라고 하는 등 획일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이번 설은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까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쪽지덕담이었다. 짧지만 각자에게 맞는 덕담을 글로 써서 돈 크기로 잘라 돈과 함께 봉투에 넣어 주기로 했다. 아내에게 보여주니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좋아했다. 설을 며칠 앞두고 한국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꾸어온 만원권 100장을 풀었다. 차등 있게 10만원부터 5만원까지 봉투 14개를 만들었다. 아들딸가족은 물론 동생내외와 조카들까지 챙기다보니 그만큼은 있어야했다.



설날아침 세배 받는 시간, 세배를 받기위해서 같이 앉아있는 아내에게 제일 먼저 복돈봉투를 내밀었다. 아들 며느리를 시작으로 세배를 받고 건강하라는 덕담을 하며 열심히 준비한 세뱃돈 봉투를 나누어 주었다. “세뱃돈만 있는 게 아니라 편지도 들었어.” 하고 아내가 말했다. 각자 봉투속의 쪽지를 읽어보는 사람도 있고 집에 가서 보려는 듯 확인만 하는 손자와 조카도 있었다. 아내는 복돈만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가족들에게 줄 덕담을 써서 아내와 같이 읽었는데 아내의 덕담쪽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손자들이 봉투를 열어보니 아내도 덩달아 열어보다가 그 안에 들어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대충 읽던 아내가 식구들을 향하여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리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어 주겠다며 덕담쪽지를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여보, 옥희 씨>

당신과 결혼한 지 48년째가 되었소. 그간의 삶을 반조해보니 당신에게 잘한 것은 한 꼬투리도 없고 잘못한 것만 주렁주렁 매달린 콩넝쿨 같소. 잘못한 것조차도 모르고 살았는데 오래 살다보니 이제야 알 것 같소. 그간의 잘못을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오히려 큰소리도 많이 치며 당신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소. 이제부터라도 당신에게 잘 해주고 싶은데 남은 세월이 얼마나 기다려줄지 모르겠소.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싶소. 그동안 같이 살아주어 감사하오.



쪽지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듯 떨리는 목소리가 역력했다.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이런 쪽지 하나에도 저렇게 감동을 받는데 한평생 살아오면서 왜 감동 한 번 주지 못했을까? 지금까지 머리로만 아는 배려와 사랑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마음으로 깨닫는 배려와 사랑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 식사 후 동생내외와 조카들이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참 후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제수에게서 온 전화였다. 차속에서 덕담 쪽지를 읽었는데 너무 감동적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런 덕담은 처음 받아보며 시숙어른이 최고라고 했다.



<사랑하는 제수 씨>

한 집안의 안주인이며 사회활동도 해야하는 힘든 삶을 살면서도 지금의 가세(家勢)를 일으키며 오붓한 가정을 꾸리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현명한 사람은 지금의 고통이 변하여 즐거움이 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서운했던 지난 일들은 묻어버리고 이젠 차도 한 잔 마시며 주변도 살펴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새해에도 복(福) 많이 받고 건강 잘 챙기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전화벨이 또 울렸다. 이번에는 고려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둘째조카딸의 전화였다. 근무관계로 내려오지 못했지만 복 돈과 덕담을 챙겨 큰조카에게 서울 가거든 전달해주라고 했다. 큰조카가 덕담쪽지를 작은 조카에게 보낸 모양이다. 그걸 읽어보고 감동했으며 같은 동료들끼리 돌려가며 읽어 보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조카, 지혜>

백의의 천사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보람된 일을 하고 있어 고맙구나. 어느 일보다 힘도 들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고(苦)가 변하여 락(樂)이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든 직업일수록 주인의식으로 해야 한다. 머슴의식은 사회생활을 하기도 힘들고 발전도 없다. 새해에도 복(福) 많이 받고 건강 잘 챙기며 하루의 일을 반조해보면서 목표가 있는 생활을 하기 바란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아내가 손 편지를 써서 손자에게 보냈다. 액자에 담아 제방에 걸어놓고 지금도 가끔 한 번씩 본다고 한다. 할머니의 편지에 감동을 받아서 그렇게 했단다. 나도 슬픔과 즐거움을 공감하는 글을 자주 읽는다. 그리곤 때론 눈시울이 뜨거워 지기도하고 웃기도하며 저자와 공감의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번 설날 복돈봉투에 넣어준 쪽지덕담에 감동하여 표현하는 식구도 있고 묵묵부답인 손자들도 있다. 할머니의 손 편지를 액자에 담아놓듯 묵묵부답인 손자들도 쪽지덕담을 책갈피에 넣어놓고 가끔은 볼지도 모를 일이다.

                                                     (20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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