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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하광호
작성일 2020-02-12 (수) 15:3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50      
우리 집 전화기
우리 집 전화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참 다행스런 일이다. 위급할 때도, 필요시 연락도 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상대방에게 문득 그리움도 전할 수 있어 전화기는 소중한 문명의 이기다. 며칠 전 명함을 만들면서 자택전화번호를 적을까 말까하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집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아리송했다. 집에 돌아와 전화기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해제하여 전화기를 싸서 창고에 넣어놓았다는 답변이다. 그동안 애지중지하면서 통나무로 깍은 전화받침대에 올려놓았는데 눈길이 그곳으로갔다.



얼마 전 아내와 다투었다. 나는 그냥 전화기를 현재와 같이 놔두자고 했고, 아내는 필요 없으니 해제하자고 했다. 또한 기본요금이라도 뭐하러 낭비하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 뒤로 나는 전화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다. 결혼 뒤에 집 전화를 놓고 살다가 큰애가 고등학교를 전주로 진학하였기에 전주로 이사와 앞 번호만 전주지역번호로 바꿔 지금까지 계속 사용했던 터라 해제하여 더욱 애잔했다.



지금은 전부 휴대폰으로 통화하니 집전화는 어떻게 보면 애물단지다. 그동안 전화기는 TV옆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지 효율성은 없던 터였다. 집 전화기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전화기는 말의 음파를 전파나 전류로 바꾸어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고 이것을 음성으로 되 바꾸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우리나라에는 1893년 11월에 전화기가 처음 들어왔으나 실제 통화는 1898년 1월 궁중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전화기는 너비 50cm 길이 90cm쯤 되는 붉은색 벽대기에 붙인 벽걸이 식으로 송수화기는 분리되고 수화기판에 신호를 들리는 손잡이와 딸딸이가 딸려 있었다. 전화기 도입 초기에는 수구파에서는 전국에 가뭄이 들자‘하늘의 전기 바람이 비구름을 말리고 땅의 바람이 땅위의 물을 말린 때문'이라는 동요를 퍼트려서 그 원인이 전화기에 있다고 비방했다. 또 궁중에서는 황제의 옥음(玉音)이 전화기에 의해 변질되는 것은 황제의 권위는 물론 국가의 체면까지 깎는 일이라는 반대여론이 일기도 했었다. 전화기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 발명했다. 1876년 3월 7일에 미국에서 특허등록이 되었다. 멀리(far)를 의미하는 그리스어,‘텔레(tele)’와 소리(sound)에 해당하는‘포넷(phone)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다. 그 때는 가정에 막 전기가 들어오고 TV도 마을에 들어올 때였다. 우리 집 거실에 TV를 놓고 마당에는 쑥대와 풀 등을 태워 연기로 모기를 멀리 달아나게 했고, 옹기종기 모여 TV를 시청했다. 저녁마다 친구들과 모여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때 전화기도 은천마을에 막 보급되었다. 가계는 한쪽은 이발소, 한쪽은 점방이다. 이발소 앞 안 집과 통하는 구석에 전화기보급소를 설치하였다.  마을에는 전화기 한 대뿐이었다. 어디서 아무개를 찾는 전화가 오면 ‘잠깐기다리라’하고 앰프를 통해 방송하여 알려주었다. 그러면 달려와 전화를 받곤 했었다.  



군산서해방송에 애창곡을 신청하면 누구와 함께 듣고 싶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때 알았던 여학생과 펜팔을 하며 전화기 보급소에서 전화를 하곤 했었다. 그때 가계에서 전화를 바꿔주는 형수씨는‘애인인가 봐?’하면서 나를 놀려대곤 했었다. 지금도 그 형수씨를 만나면 지났던 추억꺼리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출근을 뒤로하고 자택에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고 보니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들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로 지금 서울이라며 급한 목소리였다. 아니 조금 전 같이 있었는데‘무슨 개 같은 소리냐면서 너희들 보이스 피싱이지?’ 하고 쌍욕을 한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전화기가 뚜뚜 꺼졌다. 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늘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전화기가 휴대폰에 밀려 내 곁을 떠났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 집전화는 버림을 받았다. 항상 닦아주고 만져주고 함께해주었는데 언젠가부터 멀리하니 무관심하다며 주인을 엄청 미워했을 것이다. 우리 집 가정사나 친구관계 등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묵묵히 말하지 않고 견디어 냈으리라. 그래도 집전화기는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며 행복을 나르는 전도사였다.

                                                                      (201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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