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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황춘택
ㆍ작성일	2019-12-24 (화)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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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달력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황춘택

한 달이 지나 달력을 넘기면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달력을 보며 하루하루 생활계획을 세워 성실하게 보낼 수 있다. 달력으로 4계절의 시작과 끝을 알고, 절기의 세시풍속도 양력과 음력으로 알 수 있다. 그런 달력이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서 사용하게 되었을까?

명리학당에서 인간이 달력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달력이 없으면 계절에 맞추어 해와 달을 관찰하면서 농사일을 하고 수렵도 했다. 달력 없이 농사일을 하고 수렵을 할 때는 지팡이 잃은 맹인이 산길을 걷는 것처럼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달력은 우리 생활의 안내자이며 길동무다. 요즈음은 스마트 폰으로 어디서나 달력 날짜를 볼 수 있지만 집안 벽에 걸려 있는 달력처럼 쉽게 볼 수는 없다. 계절의 변화로 세월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달력을 만들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이른 봄 들녘에 파릇한 새싹이 보이면 농촌사람들은 계절에 맞는 씨앗을 준비한다. 늦가을에 심은 청보리싹도 겨울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눈 덮인 속에서 인내의 힘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달력은 이른 봄과 늦가을을 가름하게 한다.

보름달을 중심으로 어부들은 음력 글씨를 중요시한다. 밀물과 썰물은 달과 태양의 인력 원심력에 의해 지구가 회전운동 할 때 생기기 때문에 음력을 사용한다. 밀물의 만조와 썰물의 간조 차이가 가장 적을 때를 '조금'이라고 한다.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마을과 의신면 모도리 사이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려 1시간 정도 폭 40여m 길이 2.8m로 바닷물이 갈라진다. “모세의 기적”처럼 이 바닷길이 매년 4월말이나 5월초에 보여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도민속무형문화제가 열린다. 전 세계 관광객과 취재진이 몰려 이 길을 걸을 때는 황금빛 낙조를 감상하고 갯벌의 바지락과 조계를 바구니에 담으며 넓은 해변에서 즐긴다.

모세의 기적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 도망가던 중 홍해가 갈라져 기적으로 건너가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란 말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랑디가 1975년 진도에서 갈라진 바닷길을 보고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란 글을 프랑스 신문에 기재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고 한다.

한 해가 저물어 마지막 달력의 장이 남으면 성탄절의 빨강색 글씨가 늦가을의 마지막 잎새처럼 한 해를 마무리 한다. 새해 희망으로 각 가정은 명화와 민화, 인물화로 화사하게 만들어진 새 달력을 거실이나 주방, 화장실 등에 걸어 놓는다. 글씨 밑에는 메모 공간도 있어 가족의 생일이나 모임, 행사 등을 기록한다. 달력 없이 생활하는 가정이 있다면 어떻게 계획된 나날을 보낼 수 있겠는가? 달력의 고마움이 생각된다. 그런데도 하찮은 장식물로 여겨 생활한다면 표정 없는 달력은 냉정한 가정으로 대할 것이다.

내년은 단기 4353년 (서기2020년) 경자(庚子)년이다. 새해 아침 서광이 보이면 사람들은 일찍 모여 해맞이를 하면서 각자 소원을 빈다. 직업과 생활환경에 따라 마음속 소망이 다를 것이다. 나의 생일이 생전 처음 새해 첫날로 되어 있어(음력 12월 7일)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쁨으로 맞이하려 한다.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자연에 대한 소원을 빌겠다. 특별한 생일날 가족이 모이면 밝은 얼굴로 화목을 다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혹시라도 나처럼 새해 첫날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갑게 통화하고 이매일로 축하도 해주고 싶다.

책상 앞에는 적당한 크기의 달력이 있어 사계절 가족처럼 가까이 하고 있다. 일기예보에 비바람이 불고 파도치는 날이 있어도 맑고 좋은 날을 기다리게 해주며, 외출할 때는 달력 앞에 서서 눈을 맞추고 준비를 한다. 사계절 시작과 끝을 보여주어 부지런한 생활도 할 수 있다. 외국여행이나 멀리 지방나들이 날이 기재되면 그 때가 오기까지 나만의 생활로 활기가 넘친다. 달력에는 보이지 않게 인생의 희로애락이 잠재되어 있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밝은 날만 보면서 인생을 살아 가련다.

(2019.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