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최상섭
ㆍ작성일	2020-06-07 (일)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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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기다림
6월의 기다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눈빛이 맑고 그윽해서 금방 반가운 미소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내게 다가올 것 같은 그대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간간이 전해주는 HP 문자소식이 더 갈증나 당장 달려가 만나고 싶은 그대여! 오늘은 그 통나무 찻집에서 만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을 나누고 싶은 바람과 그간 뜸했던 이야기꽃을 피우며 기쁜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산다는 것은 한없는 그리움 속에서 지나간 날들의 추억을 회상하며 내일의 희망을 수 놓으리라 기대를합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가슴 한 켠이 비어있는 듯 허전하기만 합니다.

그 화려했던 봄날의 풀꽃이며 새소리 물소리 청아했던 시절이 녹색의 들과 산야에 푸르름의 옷을 입혀놓고 꽃향기며 볼을 스치던 바람과 함께 오던 길로 떠나갔습니다. 긴긴날 목이 쉬도록 애처롭게 임을 찾고 있는 뻐꾸기 울음소리만 처량한 여름날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을 기다리는 앵두꽃 소녀의 가슴에 6월의 태양으로 뜨겁게 내리쪼입니다.

세월은 강물같이 흘러가는데 무논의 목이 긴 백로는 무엇하러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리나요? 늘 혼자인 저 새의 가슴에도 긴 목처럼 애달픈 사연이 서려있는지 물어보고픈 여름날입니다. 감자꽃 지고 줄기마저 시들면 수확의 기쁨이 가득한 하지감자 캐는 풍성함이며 이웃과 함께하는 시골의 인심은 아직도 넉넉한 우리의 삶입니다.

이제 들녘엔 푸르름이 짙어지는 초록의 바다가 펼쳐지고 6월의 태양은 불볕입니다. 간간이 내리는 소나기가 더위를 몰고 가면 파란 부채 속에 숨어서 살집을 키우는 사과와 배가 탐스럽고, 키 큰 수수가 바람에 꺾일 듯 휘청거리는 6월에 덩달아 내 마음도 요동칩니다. 붉은 장미꽃이며 키 큰 접시꽃의 순수와 검붉은 사연이 내 마음인 듯 다 내보이지 못하며 그 꽃 속에 숨겨진 비밀이 여자의 가슴속 같습니다. 하얀 물줄기와 흰 거품을 내뿜는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한데 여름꽃 산수국이 처량하게 졸고 있고 윤판나물은 황금종을 매달고 시절을 찬양합니다.

6월은 이렇게 불볕더위와 그리움의 사연이 두부장사 종소리처럼 흔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차마 잡아둘 수 없는 세월의 마차바퀴처럼. 행여 먼 길 떠나간 친구의 소식이 오려나 동구밖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내 모습이 애처로운데 우편배달부는 오늘도 그냥 지나갑니다. 6월의 소식을 모르는 채….

(2020.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