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얼굴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가꾸려는 마음은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본능이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다 같은 심정일 게다. 상대방의 첫인상은 얼굴표정에서 먼저 느낄 수가 있다. 단 몇 초간의 짧은 순간의 이미지image는 그 사람을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게 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화장을 하는 게 예의며 미덕이다. 부스스한 얼굴로 남 앞에 나서는 것은 품위와 성의 없는 처사(處事)로, 상대방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요즘은 화장할 일이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 때문에 화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화장하는 이유는 얼굴을 깔끔하게 단장하여 상대방에게 곱게 보이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세상이 어수선하여 벌써 넉 달째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화장대에 놓인 빨간 립스틱이 애처롭게 보인다. 젊은이들은 싱싱한 민얼굴이 봄에 피는 꽃송이마냥 청순하고 아름답다. 나 같은 할미꽃들은 젊음이 탐이나 세월의 훈장, 주름진 흔적을 커버cover하려고 분칠로 그림을 그려, 탐스런 호박꽃으로나마 피어나는 수밖에. 코로나19는 화장하는 여자를 시기질투라도 하려는 속셈인지 자연 그대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란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그대로 다니니 분단장할 필요도 없고, 차라리 편하고 좋다.
코로나19는 소소한 일상생활까지 거침없이 파고들어 생활패턴pattern을 바꿔놓았다. 사람들과 가까이서 말도 하지말라 하고, 악수도 해서는 아니 된다며, 멀찍이서 눈인사만 하고서 밥도 같이 먹지 말란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들과 지인을 만나면 반갑게 손잡고 포옹도 하면서 다정하게 말하며 밥도 같이 먹는 게 우리네 인정이며 관행(慣行)이지 않던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정말 잔인하다.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등 가까운 사람부터 감염시켜 고통을 주니 인정사정도 없는 파렴치한 존재다. 교활한 코로나19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틈새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어쩌면 그렇게 용케도 찾아다닐까?
역사드라마를 보면서 가끔 역병이 발생하여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장면을 보았다. 그 땐 하찮은 전염병 때문에 그토록 큰 소동을 벌일까, 소홀히 여겼었다. 온 세계를 순식간에 구석구석 넘나들면서 뜨거운 불꽃을 지피고 금세 새바람처럼 사라지는 지능적인 바이러스. 오늘날 코로나19를 당해보니 옛날에 큰 소동을 벌였던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생활양식이 뒤틀려 유통경제가 마비되어 얼어붙은 시장경제를 살려내야만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감염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비상사태로 돌변했다.
옛날에 유행했던 역병은 약초를 달여 먹으면 낳았던 게 믿기지 않는다. 문명이 최고도로 발전한 IT시대에 바이러스도 따라서 교묘한 술법으로 인간을 능가(凌駕)하려 한다. 자연의 일상적인 생활을 멈추게 하고, 인류를 멸망시키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니 두려운 존재다. 아주 작은 미생물인 바이러스는 교활한 수법으로 변형을 일으켜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는 게 탈이다. 공포의 살상무기보다 강하고 두렵지만, 인간의 힘은 못할 게 없다. 무형, 무색, 무취로 허공을 날지만, 언젠가는 인간의 손에 꼭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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