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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우철
작성일 2020-07-12 (일) 09:21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62      
고진감래
고진감래(苦盡甘來)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다’고 한다. 젊은 시절 어두운 그늘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했던 사람이 나이 들면서 즐겁게 보내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보기도 좋고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저 사람 무슨 복이 많아서 저렇게 일이 잘 풀리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지만 어찌 심을 때 심지 않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컴퓨터를 켜니 낯선 메일이 와 있었다.



“우경 선생, 11월초순 강천산 단풍이 한창일거라 예상됩니다.

 적당한 날을 잡아 우리 집(강천산 이도펜션)에 오시면 따끈한

 녹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 만재 드림- ”



고등학교 다닐 적 서무과에서 근무하셨던 H선배였다. 부모도 없이 누님 집에서 살던 선배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분이다. 동병상련의 정을 잊지 못하여 나의 수필집 ‘나이드는 즐거움’ 한 권을 보내드렸다. 선배와 관련된 글이 실려 있어서였다.



당시 나는 저녁이면 학교에 나가 공부를 했다. 학교측에서는 매일 저녘 교실을 개방해 주었으니 고마운 일이었다. 배구부를 육성하던 시절, 어떤 친구는 배구선수로, 어떤 친구는 농구선구로 기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친구들은 오직 책과 시름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던가? 선배는 우리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저녁이면 밤새는 줄 모르고 책과 싸웠다. 피곤에 지치고 잠이 쏟아질 때면  대야의 찬물에 발을 담그며 졸음을 이겨냈던 것이다.



2년쯤 지났을까? 그 선배는 공무원시험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스물한 살,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공직에 입문했고, 30여 년을 군청에서 중견간부로 퇴직한 보석같은 분이다. 난 전화를 걸어 11월 5일(화) 11시쯤 가겠다고 약속했다. 단풍철이라 주말이면 번잡할 테니 평일로 잡은 것이다. 우리 부부는 시간에 맞게 주차장에 도착했고 선배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게 얼마만인가? 오랜만이네."

"예, 선배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린 끌어안고 말없이 한참을 울먹였다. 서로 사정을 잘 아는 터라 여러 말이 필요없었다. 은퇴 전 가끔 고향에 가면 길거리에서 만나곤 했다. 이젠 고희를 넘기며 노년의 길에 들어섰으니 머리에는 서리가 내리고 얼굴엔 주름살 투성이었다.  


 아내는 팬션을 운영하고, 자신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틈 나는 대로 시조를 배운단다.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즐겁고, 수시로 찾아드는 지인들을 만나며 세상사는 이야기로 보람을 느끼며 산다. 지난해에는 도내 시조경창대회에 나가 큰 상도 탔던 재주꾼이다. 겨울철 혹독한 추위를 참고 견디던 나무가 이른 봄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모진 어려움을 이겨내더니 노후가 즐거워졌다.



"선배님, 자랑스럽습니다. 더욱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과찬의 말씀을. 크게 욕심 안 내고 이렇게 산다네."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강천산은 평일임에도 주차장이 가득찼고, 관광버스로 수백 명씩 몰려들었다. 한국전쟁때 빨치산들이 우글거렸던 곳, 이들을 쫓아내기 위하여 산불을 내다보니 잡목이 우거져 아름다운 산이 되었다고 전한다. 평일임에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펜션에는 단체손님으로 가득 찼다. 강천사 주변에는 선배가 공직에 있을 적 심었다던 메타스콰이어와 행운목이 큰 숲을 이루어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우리는 녹차 한 잔씩을 들고 준비된 맛집으로 갔다. 밥맛이 무슨 소용이랴, 그간 살아온 과정과 자녀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연말엔 곶감을 깎았다며 한 접 보내왔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노년에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을 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듯 열심히 살아온 H선배가 한없이 존경스러웠다.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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