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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윤근택
작성일 2020-07-09 (목) 06:0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58      
알부자
  알부자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알부자’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겉보기보다는 실속이 있는 알짜 부자’다. ‘알부자’의 유의어(類義語)는 ‘알토란’. 주로 ‘알토란 같다’로 쓰이는데, 본디는‘지저분하게 난 털을 깨끗하게 다듬은 토란의 뿌리[塊莖]’를 일컫지만, ‘알부자’와 마찬가지로, ‘(살림이나 재산 따위가) 속이 꽉 차서 실속이 있음.’을 이른다.

 하여간, 나는 요즘 ‘알부자’가 되어 있다.그 연유에 관해서는, 내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께 흥미를 돋울 요량으로 잠시 미뤄두고... .

 얼마 전 내가 즐겨듣는 KBS FM.에, 프로그램 여성 진행자가 어느 여인과 전화대담을 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꽤나 행복해하는 목소리로 알부자의 아내가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당시 노처녀였던 저는요, 어느 중매쟁이의 말에 꼴딱 속아서 맞선을 보게 되었지 뭐에요?”로 시작하여 깔깔대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 사연인즉 이러했다. 중매쟁이는 그 총각네가 대단한 알부자라고 넌지시 일러주었다. 이에 솔깃한 노처녀는 맞선 장소에 때맞춰 나가게 된다. 아가씨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내다 봤다. 바로 그때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훤칠한 총각이 외제승용차에서 내려 실내로 들어섰다. 그가 바로 맞선 상대였다. 아가씨는 쾌히 승낙하였다. 그리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시댁에 찾아간 새댁은 기함[氣陷]을 토하고 말았다. 시댁은 그야말로 알부자였다. 널찍한 양계장을 지닌 양계업자였던 것이다. 그때 맞선보러 나왔던 총각이, 지금의 자기 남편이, 그날 몰고 왔던 그 외제 승용차는 렌터카였으며, 입고 왔던 그 양복은 세탁소에서 잠시 빌려 입은 옷이었음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중매쟁이와 총각은 결코 사기를 친 게 아니었다. 그가 양계업자라 알부자임에는 틀림없는 터.

그날 라디오 프로그램 전화대담을 하던 그 여인. 마냥 행복해하며 깔깔 웃어댔다. 남편과 더불어 알부자로 지내는 걸 참으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자, 잠시 미뤄뒀던 나의 이야기, 곧 ‘내가 알부자가 되어 있는 연유’를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들려드려야겠다. 내 ‘만돌이농원’에는 두 동(棟)의 계사(鷄舍), 즉 닭장도 있다. 그 계사 안에는 파란 알을 낳는‘청계(靑鷄)’들이 노닌다. 요즘 들어 아내는 그 녀석들이 낳는 ‘청계란’이 탐나서인지 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사실 시내에 자리한 아파트에서 승용차를 몰아 30여 분 걸리는 산골 외딴 농막이건만, 그렇게 자주 와서 남편 몰래 그 알들을 챙겨가곤 한다. 사실 사료값도 만만찮고, 그 사료구입비는 내 호주머니에서 생돈으로 번번이 나가건만... .

 어쨌든, 나는 요즘 알부자로 지낸다. 둘 다 환갑진갑 다 지난 터에, 뒤늦게나마 알부자 남편을 둔 아내의 그 ‘알 챙겨감’ 내지 ‘알 훔쳐감’이 그다지 밉지가 않다. 내가 농장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한사코 벌리면, 아내는 내가 힘에 부칠 거라 여겨서인지, 잔소리가 다반사(茶飯事)다. 그러면서도 계란뿐만이 아니라 이런 저런 수확물들을 잘도 챙겨간다. 아예 내 농장에서 ‘장보기’를 거의 다 해가는 편이다. 심지어 이웃집 장보기까지 다 해간다.

 지금 내 계사에는 성계(成鷄)들이 노닐고 있으며, 보육센터 내지 ‘병아리 육추기(育雛器)’에는 갓 깨어난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댄다.그리고 자동부화기 안에는 부화기간 21일을 채우려는 계란들이 들어 있다.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셈이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나는 어느새 알부자가 되어 있다. 녀석들 개체수가 늘어날수록 고민거리 혹은 숙제거리가 영 없지는 않다. 사료값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른바 ‘in-put’ 과 ‘out-put’의 문제. 해서, 지난 가을에는 보리파종 적기라는 상강(霜降)을 전후하여 겉보리를 500여 평 갈아보았다. 그 보리를 베어 ‘조사료(粗飼料)’ 즉, ‘섬유질은 많으나 영양분이 부족하고 거친 사료’를 만들 요량으로. 그런데 그 게 일이 또 커져버렸다. 겉보기에는 꽤나 잘 된 보리처럼 여겨졌던지, 이웃들이 그걸 타작하여 찧어 보리쌀로 내다팔아 그 돈으로 사료를 사 먹이는 게 낫겠다고 강권(强勸)하는 바람에, ‘경운기에 탑재된 동력 탈곡기’까지 세트로 사서 일을 크게 키워버렸다. 부득이 보리농사는 해마다 이어가야 할 판. 그렇잖아도 이미 내가 알부자인 터에 그러한 기계까지 살림으로 늘렸으니 ‘알부자 플러스’가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는 옥수수도 엄청 심었다. 장차 그것들을 수확하여 빻아서 조사료로 쓸 요량으로. 그러자면 ‘곡물 분쇄기’도 장만해야 할 터. 이미 알부자인 나는 거기서도 그치지 않았다. 여러 종류의 호박도 무려 백 여 구덩이 심어두었다. 잡식성(雜食性)이 강한 닭들한테 늙은 호박을 부엌칼로 쪼개 그것들한테도 주고, 염소들 겨울 먹이로도 줄 생각으로. 산골 외딴 농막의 독거노인(?) 윤 수필가는 거기서도 그치지 않았다.해바라기 씨앗도 구해다가 온 밭둑에 심어두었다. 해바라기씨도 닭모이로 삼으면 되겠다싶어서 그리했다. 열무며 엇갈이배추며 곤드레나물이며 비름이며 온갖 채소들도 닭사료로 쓰려고 힘닿은 데까지 갈아두었다. 이 모든 농사들은 알부자인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

 그러한데 ‘주객전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내는 그것들 온갖 작물을 야금야금 채취해가곤 한다. 알부자인 남편한테서 그 정도 ‘갈라먹기’ 혹은 ‘불로소득’혹은 ‘덤’의 호사(豪奢)를 누리는 것쯤이야 눈감아주어야겠지. 단, 군소리하지 말고, ‘알부자’이며 ‘일부자’인 남편한테 막걸리 안줏감으로 간고등어 한 손씩을 올 적마다 사왔으면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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